더 이상 열차가 서지 않는 오래된 철도역에 여전히 사람들의 온기가 흐른다.
대구의 옛이야기를 간직한 폐역 나들이.
책 내음으로 채운 추억의 간이역
동촌역 폐역
대구 지하철 1호선 동촌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동화 속에서 본 듯한 뾰족한 초록 지붕의 아담한 폐역사를 만날 수 있다. 현대적인 도시의 풍경 속에서 홀로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곳은 옛 대구선의 동촌역이다. 대구의 오래된 간이역 가운데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곳으로, 그 건축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등록문화재 303호로 지정됐다.
동촌역은 1917년 11월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38년에는 대구-영천 구간이 광궤선으로 개량되면서 역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후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통근과 통학을 돕는 간이역으로 역할을 해오다 2005년 대구선이 이설하면서 여객 영업을 중단했다.
3년 뒤인 2008년에는 동대구역과 영천을 잇는 구 대구선이 완전히 폐지되며 동촌역도 폐역이 됐다. 그러다 2014년 대구선 동촌공원이 조성되면서 원래 검사동에 있던 역사를 300m 떨어진 지금의 입석동 자리로 옮겨왔다. 그렇게 동촌역은 철거되는 대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은 현재 옛 간이역의 외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동촌역사 작은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품어주던 그 시절처럼 책을 보러 온 사람들을 정답게 맞이한다. 역사 앞마당에는 마주보는 벤치들 사이로 철길의 흔적도 일부 남아있다. 조그마한 철길과 옛 역사 사이로 산책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간다.
사라진 철길의 흔적을 따라 걷다
옹기종기 행복마을 & 아양기찻길
매일 기차 소리가 울려 퍼졌을 작은 마을에 이제는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셔터 소리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뒤돌아볼 고(顧)’에 ‘어머니 모(母)’. 고모령이란 이름에는 ‘어머니가 아들이 그리워 자꾸 뒤돌아보는 고개’라는 의미가 담겼다.
모자가 이별하던 눈물의 고개
고모역 폐역
고모역복합문화공간이라 이름 붙은 붉은 벽돌의 옛 역사. 고모역은 우리나라 1세대 대중가수 현인의 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잘 알려진 고모령 아래쪽에 자리한 철도역이다. ‘뒤돌아볼 고(顧)’에 ‘어머니 모(母)’. 고모령이란 이름에는 ‘어머니가 아들이 그리워 자꾸 뒤돌아보는 고개’라는 의미가 담겼다. 고모역은 일제 강점기 징병과 징용에 끌려가던 자식과 어머니가 생이별하던 장소라 한다. 당시 고모령의 높은 경사 때문에 증기기관차가 단번에 올라가지 못하고 여러 번 정차하며 더디게 고개를 넘어갔는데, 이때 아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는 어머니들로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절절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모역은 1925년 경부선의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1931년 보통역으로 승격했다. 1949년에는 화재로 역사가 소실됐다가 1957년 현재의 역사가 준공됐다.
80여 년간 수없이 열차와 사람들이 오가던 철도역이었으나 2004년에 이르러 여객 업무를 중단하고, 2006년 화물 취급까지 중단하며 폐역이 됐다. 이후 2013년부터 고모역 문화관으로 운영되다 2018년 현재의 고모역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작은 추억 박물관처럼 꾸며진 역사 내부에는 고모령, 고모역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다양한 문화 자료와 이야기들이 전시돼 있다. 고모역의 역사와 대구 철도교통의 변화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고, 고모역과 관련된 음악, 영화, 악극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축음기, 레코드, 타자기 등 레트로풍의 옛 물건들도 전시돼 있어 어른들에게는 지난 세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게는 좋은 문화 교육의 현장이 되곤 한다. 역사 뒤편의 작은 정원과 산책로는 동화 같은 붉은 벽돌 건물과 어우러져 더욱 이곳의 운치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