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공방에 식물을 사랑하는 세 명의 국가철도공단 직원이 모였다.
식목일을 앞두고, 식물을 제대로 심고 돌보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place. 식물공방풀롶

지구의 오랜 친구, 양치식물

방 안에 작은 식물 하나만 들여도 실내 분위기가 한층 싱그러워진다. 맑은 봄의 기운을 내 방 안에서도 느끼고 싶다면 녹색의 식물을 곁에 둬보자. 식물을 잘 모르는 ‘초보 식집사’라도 문제없다. 요즘은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기본적인 식물의 식재 및 관리법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 국가철도공단의 세 직원은 식물 식재에 대한 간단한 이론을 배우고, 다양한 식물로 직접 나만의 화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오늘 식재 수업의 재료는 양의 이빨을 닮은 매력적인 식물, ‘양치식물’이다.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고사리류가 모두 양치식물에 속한다. 꽃은 피지 않지만 잎과 줄기 모양이 예뻐 실내 조경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숲이나 공원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식물이다.

양치식물은 뿌리, 줄기, 잎을 가진 식물 중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에 속한다. 이들이 3억 4,000만 년 동안 살아남아 번식해온 방식은 독특하다.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아 씨앗이 없으나, 대신 ‘포자’를퍼뜨려 번식한다. 포자는 고사리, 이끼, 버섯 등의 무성생식을 위한 세포를 말한다. 양치식물의 잎 뒷면을 보면 동그랗거나 나선형의 포자낭이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양치식물은 주로 습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대부분 땅 위에서 자생하지만 바위나 나무에 붙어 착생하기도 하고 물에서 자라기도 한다. 이들은 줄기의 돌기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공기를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요즘 실내에서 많이 키우는 보스톤고사리가 나사에서 선정한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이다.

내 취향대로, 양치식물 모아 심기

양치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간단히 익힌 후, 오늘 수업에 사용할 식물들을 차례로 살펴봤다. 푸테리스와 하트펀고사리, 아지리고사리, 더피고사리, 넉줄고사리 등이다. 모양과 무늬가 가지각색이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식물을 심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물 특성에 맞는 흙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주는 일이다. 영양분이 들어있는 배양토, 통기성을 위한 굵은 모래와 난석, 배수성이 좋은 펄라이트, 숯과 같은 기능을 하는 훈탄 등 양치식물이 좋아하는 흙들과 유기질 비료가 준비됐다. 흙을 배합할 때는 배양토의 비율을 7, 나머지를 3 정도로 잡아 모종삽으로 고루 섞어주면 된다.

화분의 맨 아래에는 굵은 모래와 난석으로 1/3 정도 높이의 배수층을 쌓아준 후 그 위로 배합한 흙을 넣어준다. 다음은 마음에 드는 양치식물을 골라 화분 안에 디자인할 차례. 식물 뿌리에 붙은 흙을 뜯어내면서 필요한 양만큼 식물을 분리해준다. 이때 흙을 감싸고 있는 겉뿌리들은 묵은 뿌리이므로 뭉친 부분을 뜯어내 줘도 식물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원하는 종류의 양치식물을 나만의 스타일로 적절히 배치했다면 다시 흙을 채워 꾹꾹 누르며 고정해준다. 마지막에는 동글동글한 에그스톤과 앙증맞은 피규어를 올려 장식했다.

양치식물은 공중 습도가 높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이 닿는 곳은 피하고, 그늘이나 은은하게 빛이 드는 곳에 둬야 한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주기보다는 흙이 포슬포슬해질 때쯤 조금씩 자주 준다. 드립커피를 내리듯 쪼르륵 물을 따라주거나 분무기를 이용하면 좋다.

양치식물
식재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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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치식물이 좋아하는 흙을 고루 배합해준다. (배양토 7 : 나머지 3) 화분 안쪽 맨 아래 고무판을 깔고, 난석과 굵은 모래로 배수층을 쌓는다. 그 위로 배합한 흙을 화분의 2/3 정도 높이까지 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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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식물을 골라 뿌리에 뭉친 흙을 뜯어낸 후 동그랗게 모아준다. 식물을 종류별로 화분 안에 예쁘게 배치한 후 흙으로 꾹꾹 채워준다. 흙 위에는 에그스톤을 얹어 마무리한다.
양치식물이
좋아하는 흙

배양토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있는 흙
펄라이트
진주암을 고온에 구워 튀겨진 형태의 흙으로, 배수성이 좋다.

훈탄
왕겨를 태워 얻은 재료로, 흙의 살균을 도와준다.
난석
화산석을 인공으로 구운 토양으로, 통기성과 보수성이 좋다.
바크
나무껍질을 가공한 것으로, 땅속의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MINI INTERVIEW

  • 미래전략연구원 기술연구처

    박대혁 부장

    저는 주말농장을 6년째 하고 있어 채소류, 화초류, 유실수 등 주변의 모든 식물을 좋아합니다. 집에서도 유럽 제라늄, 삭소름 등 다양한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농장에서는 식물 재배 베테랑이지만 집에서는 아직 초보 식집사입니다. 이번 클래스를 통해 배양토 등 화분에 채워 넣는 재료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물 주기 팁도 배웠습니다.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며 힐링할 수 있는 ‘가드닝’은 요즘 새롭게 뜨는 취미이자 사업 아이템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직장 내에서도 화초의 아름다움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식물 전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 경영본부 계약처

    전재은 과장

    집에서 자메이카 야자를 키우고 있는 초보 식집사입니다. 키우는 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점점 시들고 있어서 식물을 살리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 이번 클래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 중 “물 주고 싶을 때 한 번만 참아라” 하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과습이 식물에게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해서요. 푸릇푸릇한 식물들을 보며 눈에 휴식을 주고 식물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도 마시며 힐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작은 것들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미래전략연구원 기술연구처

    이준호 사원

    그동안 식물에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공단 캠페인을 통해 받은 향기로운 바질을 직접 길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애정을 쏟게 됐습니다. 이번 원데이 클래스에서 다양한 식물 관리 노하우를 배운 덕분에 초보 식집사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체험을 통해 직원분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에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키보드, 마우스 등 전자기기만 만지다가 오랜만에 맨손으로 흙을 만져보고, 식물도 심어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