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저탄소 친환경 살림법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전파하는 ‘친환경 살림 전문가’ 김나나 대표를 만났다.
화학 연구원에서 친환경 살림 전문가가 되기까지
매주 화요일, 서울 금천구의 에코살림 사무실에서는 자연 성분의 세제, 비누 등 친환경 생활용품 제조법을 배울 수 있는 무료 강좌가 열린다. 김나나 대표가 진행하는 다양한 친환경 살림 교육 중 하나다. 김 대표가 이끄는 비영리 환경 법인 에코살림은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았다.
“사단법인 에코살림은 생활 속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들을 하고 있습니다. 화학 제품 속 유해 물질에 대해 알리고,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친환경 제품 만들기 교육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라는 큰 주제 안에서 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살림법을 전파하고 있어요.”
그는 만들기 교육에 필요한 안전한 재료 수급을 위해 ‘더위치’라는 회사를 설립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직접 개발한 환경 교구와 제작 키트는 물론, 천연 화장품이나 천연 세제 완제품 등을 더위치를 통해 판매한다.
“원래 제 전공이 화학이에요.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아이 둘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생후 1개월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이 너무 심해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연구 생활도 다 접고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했죠. 아이의 상태를 계속 기록하며 살피다 보니 유독 옷을 깨끗이 세탁해 입힌 날 상태가 더 심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날부터 세제 안의 화학물질에 대해 공부했고, 직접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세제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먹고 남은 찬밥, 맥주, 커피 등이 재료가 됐다. 그렇게 화학물질 없이 생활한 지 1년 만에 아이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2년이 지나자 아이의 상태가 완전히 좋아졌다. 그는 이후 자신이 경험한 효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몇 년 뒤에는 그때 만난 제자들과 함께 뜻을 모아 사단법인 ‘에코살림’을 설립했다.
“에코살림은 올해 10주년이 됐고, 둘째 아이는 잘 커서 지금 의대 본과 1학년생이 됐어요. 자신이 어릴 때 왜 그렇게 아팠는지 궁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를 보면 제가 지금껏 노력해온 것들이 증명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합니다.”
나와 지구를 위한 살림, 기본은 ‘덜어내기’
김나나 대표가 전파하는 친환경 살림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자 지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입이나 피부, 호흡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화학물질은 배출되기까지 최소 5일이 걸린다. 미처 다 배출되기도 전에 다시 축적되는 것이다. 몸 안에 쌓인 화학물질은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면 천연 원료는 생분해가 잘 되기 때문에 몸에 남아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지구 환경에도 덜 해롭다.
“우리나라 폐수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이 생활하수입니다. 아침에 썼던 샴푸 물과 치약 물, 빨래와 설거지했던 물 등이죠. 가정의 주체자들이 바뀌어야 지구 환경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생활하수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돌고 돌아 결국 나와 내 가족의 입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가정에서 친환경 살림, 친환경 생활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나나 대표는 친환경 살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덜어내는 것’이라 말한다. 친환경 살림이라 하면 막연히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언가 계속 덜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알고 보면 훨씬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름때를 닦을 때 온갖 화합물이 들어있는 주방세제 대신 원재료인 과탄산소다 하나만 사용하는 겁니다. 힘들여 닦아낼 필요 없이 그냥 물에 과탄산소다를 한 스푼 넣고 담가두기만 하면 됩니다. 이 원리만 알면 살림이 더 쉬워져요. 이렇게 덜어내는 것이 친환경 살림입니다.”
이것조차 어렵다면 더 쉬운 방법은 ‘덜 쓰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방세제의 올바른 사용법은 물 1L에 세제 1ml를 희석해 쓰는 것이다. 만약 세 번 펌핑해 희석 없이 사용했다면 정량보다 약 1만 배를 더 쓴 것이 된다. 그의 첫 번째 책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에는 ‘우리가 먹는 주방세제의 양이 1년에 소주잔으로 약 두세 잔’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환경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 사람이라도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생활방식을 바꾸려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김 대표와 에코살림은 요즘 친환경 살림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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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구에 태어난 이상 우리가 지구를 위해
적어도 한 가지 행동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