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민이나 특별한 기술은 필요치 않다. 찰나의 우연이 모여 캔버스를 채운다. 평소 그림을 그려볼 일 없던 세 명의 국가철도공단 직원들도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place. 보이드 블랭킷

형식보다 행위가 중요한 그림

액션페인팅은 캔버스에 자유롭게 물감을 뿌리거나 흘려서 작품을 완성하는 퍼포먼스형 페인팅이다. 정해진 방식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미술이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너무 많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액션페인팅은 항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취미 중 하나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치유 미술로도 활용된다.
역동적인 찰나의 행위와 우연한 효과들로 캔버스를 채워 나가기 때문에 같은 재료와 도구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다른 느낌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점도 액션페인팅의 특별한 점이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서는 이처럼 그림의 형식보다 행위를 중시하는 경향을 액션페인팅이라 부르며 작가의 실존적 고투를 통한 자아 표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액션페인팅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로는 잭슨 플록이 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캔버스를 이젤에 세우는 전통적 방법을 벗어나 바닥이나 벽에 캔버스를 두고 붓이나 막대, 나이프 등의 다양한 도구로 물감을 붓고 뿌리며 극단화된 추상화의 세계를 열어 나갔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대형 캔버스 위에 불규칙한 점과 선들이 무수히 겹친 모습이다. 정해진 기교로 무언가를재현하던 그림에서 벗어나 순수한 행위 자체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시원하게,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오늘 모인 세 직원은 반복되는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평소 해볼 기회가 적은 이색적인 활동으로 머리를 식히고자 액션페인팅 클래스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세 사람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잠시 머리에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연의 효과를 이용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색상 등을 선택해야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세 사람은 먼저 원하는 크기의 캔버스를 고르고, 옷에 물감이 튀지 않도록 작업복과 장갑, 부츠, 팔토시 등 역동적인 작업을 위한 복장도 철저히 갖췄다. 재료가 준비된 야외 테라스 작업 공간으로 이동한 후에는 기본적인 도구와 기법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물감을 뿌리고 튀기는 방법에 따라 올챙이 같은 모양을 표현할 수도 있고 다양한 크기의 점을 그려낼 수도 있다. 물감 자체를 직접 캔버스에 뿌리는 방법도 있고, 붓 외의 다른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고열의 바람이 나오는 열풍기를 이용하면 물감을 흘려 주거나 부풀어 오르게 하는 등 새로운 효과를 낼 수 있다.
세 사람은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연습 없이 바로 실전 작업에 착수했다. 각자가 구상한 주제에 맞는 색상을 고르고, 원하는 방법으로 과감하게 물감을 뿌리거나 튀기거나 흘리거나 칠했다.
의도한 대로 표현이 되든, 되지 않든 작품을 완성해 가는 세 사람의 표정에는 즐거움과 진지함이 공존했다.

MINI INTERVIEW

  • 지금 당장 이 작품을 내 공간에 걸어 놓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함을 뿜어냈으면 좋겠고,
    동시에 정갈한 경쾌함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예술적 깊이가 깊다고 할 순 없지만 짧은 시간 동안최선을 다해 완성한 작품입니다.

    김민영 과장

    수도권본부 재산운영처
    남부재산운영부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즐거운 금요일 오후에 KR CLASS에 참여해 오랜만에 콧바람도 쐬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액션페인팅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가족, 자녀와 함께, 연인끼리, 친구끼리, 직장동료들과 함께 해도 좋고, 혼자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액션페인팅은 어떤 그림을 그려내든 자신 있게 표현하면 되는 것 같아요. 각자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액션페인팅의 멋있음 아닌가요!

  • 체험하러 오는 길 주변의 예쁜 가게와 간판들을
    사진으로 찍어 뒀다가 비슷한 색감의 그림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화사한 색깔을
    주로 쓰고 아주 어두운 색도 조금 추가했는데,
    생각보다 힘 조절이 어려워 어두운 색이
    넓게 뿌려진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원아현 대리

    경영본부 재무법무처
    세무회계부

    평소 그림을 즐겨 그리는 편이 아니라 조금 긴장했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감각 없이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 참여한 분들과 서로 구상도 돕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겁게 체험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물감을 과하게 묻히지 않고 물을 적당히 섞어 그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저처럼 그림에 소질은 없지만 내가 만든 작품을 갖고 싶은 분들, 평범한 그림이 아닌 특별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최근 친구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본 유채꽃밭 풍경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른 저녁 하늘의 별빛과 노란 꽃들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물감이 생각보다 시원하게 흩뿌려지지
    않아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알아볼 수
    있는 만큼은 표현된 것 같아 만족했습니다.

    김지연 차장

    경영본부 계약처
    공사계약부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재밌게 채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다니는 중에 액션페인팅 체험 모집 글을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미술관에서나 사진으로만 보던 액션페인팅을 실제로 해보니, 물감을 이리저리 뿌리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또 생각대로 뿌려지지 않아 어렵기도 했습니다. 예술가들의 작업에 한층 더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액션페인팅 체험도 좋았지만, 평상시에 자주 교류하기 힘든 타 부서 직원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