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비건페스티벌 포스터

생태적인 일상을 만드는 작은 시도들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는 2011년 3월,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식단의 전환 없이는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개인과 사회의 제도적 변화를 만드는 구심점이 되고자 설립된 단체다. 기후 생태계 붕괴, 식량 위기, 팬데믹의 위협 등 인류가 처한 복합적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육식을 지양하고, 비건 문화를 확산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단체를 이끄는 조길예 대표는 다양한 강의와 행사, 캠페인 등을 통해 채식의 필요성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원래는 2010년에 학교와 공공급식소의 주 1일 채식과 채식 선택권 도입을 위해 ‘초록급식연대’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지역의 먹거리, 교육, 채식운동단체와 개인이 연대해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나 1년여의 활동을 하는 동안 기후·생태 위기의 진전 속도에 비해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죠.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자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로 재창립하게 되었습니다.”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는 먹거리 전환 교육, 채식 급식 및 채식 선택권 도입,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제안, 그 외 비건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행 중인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찾아가는 학생 교육, 교사 대상 교육, 영양사 및 조리사 교육, 공무원 및 시민 대상 교육 등 유형도 다양하다. 기후 위기, 건강, 생물 다양성, 동물권, 요리 등 다양한 주제를 엮어서 채식학교, 청년 비건스쿨 등을 운영했고, 거리와 다양한 행사 현장에서 캠페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 외에도 3년째 지역 구청과 함께 비건 쿠킹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건 문화 확산을 위한 비건 페스티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식단의 전환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

기후 변화는 이제 전 세계의 공통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육식에서 채식으로 식단을 전환하는 것이 정말로 기후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까? 조길예 대표는 육식이 기후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1kg의 소고기를 생산할 때 대략 10kg의 사료가 들어갑니다. 육식을 하면 결과적으로 채식을 할 때보다 더 넓은 농경지가 필요하며, 비료와 에너지 사용도 증가합니다. 농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육식 때문에 필요량이 증가하면서 숲을 개간해 농경지와 목초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탄소를 흡수해 주는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는 개인의 채식 실천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 역시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작년 네이처 푸드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100g의 육류를 섭취하던 사람이 비건채식(완전 채식)으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무려 75% 줄일 수 있다. 수질 오염과 토지 이용도 약 75% 줄고, 생물 다양성 손실도 66%나 예방하며, 물 사용량도 54%나 줄어든다. 그러므로 비건은 온난화를 완화하고, 삶의 터전인 생태계를 보존하며, 물 부족과 식량 위기에 대처하는 매우 효과적인 해법이라는 것. 조길예 대표는 채식으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사회적 이점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6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 인류가 모두 비건채식으로 전환한다면, 전 세계 의료비 절감 효과가 매년 1,300조 원에 달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인한 이익이 74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비건채식을 하면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혈압, 고지형, 당뇨, 그리고 암과 같은 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건강 분야의 이익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발생하는 이익을 능가합니다. 식단의 전환에서 발생하는 이 엄청난 규모의 이익은 기후 위기 대응과 기후 재난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경제적 기반이 될 것입니다.”

자연에서 얻는 충분한 맛과 영양

채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선뜻 채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 중 하나는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조길예 대표는 이것이 채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미국영양학협회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에서는 2009년에 이미 ‘잘 짜인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식단으로도 임신기, 수유기, 아동기, 청소년기 등 생애 전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섭취하는 데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식물계 내에서도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채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채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는 채식만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하면서 더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는 올바른 채식 식단 구성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통곡식 위주의 식사는 정제 곡물보다 단백질 함량은 더 높고 당분은 더 낮을 뿐 아니라, 비타민과 철분, 아연 등의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어서 건강한 삶의 기초가 됩니다. 두부, 청국장, 두유 등을 자주 섭취하고, 밥을 지을 때 다양한 콩을 활용하는 것도 쉽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견과류와 씨앗류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되어 혈관 건강을 지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식품입니다. 칼슘은 두부, 두유, 아몬드, 그리고 케일, 무청, 고춧잎과 같은 푸른잎채소와 당근에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비건채식에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 B12는 청국장, 낫또와 같은 발효식품과 김에 많이 들어있으니 꾸준히 챙겨 드시면 됩니다.”
그는 이제 막 채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초심자들도 육류 대체품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채식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비건 떡갈비, 비건 치킨, 비건 햄, 비건 치즈, 비건 김치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고, 매일 다양한 비건 반찬을 제공해 주는 곳도 있기 때문.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공되지 않은 비건식에 관심이 생기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채식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면 바로 한번 시작해 보기를 권하면서,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처럼 자원을 남용해서는 이 행성이 우리를 지탱해줄 것 같지 않습니다. 생태계의 모든 지표들이 명백한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최소한의 것 만을 취하며, 자연에 기대어 모든 생명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땅 속의 미생물부터 땅 밑을 흐르는 생명의 물, 묵묵히 인간을 견디며 돕는 나무들, 인간을 대신해 농사를 짓는 꿀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도움 없이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비건채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우리에게 남은 기회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