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전 세계 환경 운동가 및 전문가들이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을 권한다. 유엔의 <토지 이용과 기후 변화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기와 유제품의 높은 소비율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고 있다. 때문에 육식 위주의 식문화를 채식 위주로 바꾸면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인류가 고기 섭취를 줄인 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채식 음식점이나 비건을 위한 식품 및 식재료 전문점도 늘어나 맛있고 다양한 채식 요리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탄소 배출도 적고 건강에도 좋은 채식으로 환경 보호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인도 렌틸콩 요리 ‘다알’ & 채소튀김 ‘퍼코다’

인도에는 종교적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인도의 채식주의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의 영향 속에서 형성됐다. 때문에 인도 사회에서 채식주의는 익숙한 문화이며 긍정적인 인식을 지닌다. 상류층일수록 종교와 연결된 채식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 음식은 쌀과 빵, 콩, 견과류 과일 등을 주재료로 한다. ‘다알(Dal)’ 은 푹 삶은 렌틸콩에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인도의 대표적인 채식 메뉴다. 다알은 쌀이나 난, 빵과 함께 먹기도 하며, 수프나 샐러드와 즐기기도 한다.
인도 전통 스낵 요리인 ‘퍼코다(Pakoda)’는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반죽에 채소와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버무려 튀겨낸 인도 전통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커리 향과 함께 어우러진 향신료의 향이 독특하다.
‘알루고비(Aloo gobi)’는 인도식 배합 향신료인 가람 마살라와 감자, 콜리플라워로 만든 남아시아식 커리로, 인도 북부에서 즐겨 먹는다. 힌디어로 ‘알루’는 감자를 ‘고비’는 콜리플라워를 뜻한다.
이 외에도 감자와 채소로 속을 넣은 삼각형 모양의 튀김 요리 사모사, 인도식 빵인 난, 시금치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팔라크팬 등이 있다.

이탈리아 채식 라자냐 & 마르게리타 피자

‘라자냐(lasagna)’는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의 한 종류다. 반죽을 넓고 얇게 밀어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자른 파스타 면을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워 먹는 요리다. 라자냐는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크리스마스나 생일, 결혼식 피로연처럼 특별한 날이나 손님을 대접할 때 준비하는 음식이다.전통적인 라자냐에는 다진 고기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다. 하지만 채식 라자냐로즐기고 싶다면 고기는 비건 고기로, 치즈는 견과류나 콩으로 만든 비건 슈레드 치즈로 대체하면 된다. 밀가루와 버터 대신 가지와 토마토소스를 활용하고, 고기 대신 버섯으로 대체하는 채식 라자냐 레시피도 취향별로 변형돼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아 피자 중 하나인 ‘마르게리타 피자(pizza Marghe-rita)’는 피자 마리나라, 마르게리타 피자 엑스트라와 함께 나폴리의 3대 피자로 지정된 음식이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아 가의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에게 바칠 음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요리사가 왕비를 위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바질과 모차렐라, 토마토로 초록, 흰색, 빨강을 표현했다. 이때 마르게리타 왕비가 마음에 들어 해, 왕비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만드는 방법의 규격이 정해져 있다. 토핑은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 바질잎만을 사용해야 하며, 구울 때는 반드시 장작 화덕으로만 구워야 한다.

프랑스 채소 스튜 ‘라따뚜이’ & 절인 샐러드 ‘당근라페’

‘라따뚜이(ratatouille)’는 다양한 채소를큼직하게 썰어 익힌, 프랑스 프로방스 지 방의 채소 가정 요리다. 니스에서 유래한 이 음식은 원래 가난한 농부들의 음식이었다. 신선한 제철 채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니스풍 라따뚜이에는 여름에 가지를 구할 수 없어서 가지를 넣지 않는다. 대신 주키니 호박과 토마토, 붉은 고추, 녹색 고추, 양파, 마늘이 들어간다. 프랑스에서 라따뚜이는 주요리에 반찬처럼 즐긴다. 쌀이나 감자, 프랑스 빵과 곁들여 먹기도 하며, 간단한 점심 식사로 가장 많이 먹는다.
‘당근라페’는 프랑스식 당근 샐러드다. ‘카로트 라페(carottes râpées)’ 또는 ‘살라드 드 카로트 라페(salade de carottes râpées)’, 라페라 부른다. 여기서 라페는 ‘강판에 간다’는 뜻이다. 당근을 잘게 썰어 소스에 절인 프렌치 샐러드로 이해하면 된다. 즉석에서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샐러드는 아니고, 토마토마리네이드처럼 저장성이 있는 샐러드다. 샐러드로 먹거나 빵이나 고기와 함께 먹어도 좋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채를 친 당근을 소금에 살짝 절여 뒀다가, 올리브유와 홀그레인 디종 머스터드, 소금, 후추, 레몬즙, 설탕, 다진 허브와 함께 버무리면 끝이다. 맛이 어우러지도록 냉장고에 재어 뒀다 먹으면 된다.

베트남 채소 쌈 요리 ‘월남쌈’

베트남의 월남쌈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음식이다. 사실 월남쌈은 베트남보다 호주에서 더 대중화된 음식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 직후 베트남인들은 전 세계로 망명을 신청했다. 이때 호주로 많이 건너갔던 베트남인들이 정착하면서 음식점을 차렸고 월남쌈과 쌀국수가 주목받는 음식이 되었다. 특정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간단한 조리법 때문으로 보인다.
월남쌈은 오랜 시간 조리하지 않고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투명하고 얇은 라이스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넣었다 건져 보통은 새우나 돼지고기, 다양한 채소를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고기 없이 채소와 과일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월남쌈은 채식주의자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채소를 생으로 즐길 수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태국 달콤한 초록색 카레 ‘그린커리’

‘그린커리’는 태국식 카레의 일종이다. 풋새눈고추를 넣어 만든 커리 페이스트로 만들어 초록색을 띤다. 그린커리는 코코넛 밀크와 커리 페이스트에 태국 가지, 동아, 죽순 등 채소, 카피르라임 잎 등을 넣어 끓이다가 간을 해서 먹는 요리다. 고기를 넣지 않고 채소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가 있어 채식 메뉴로 추천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그린커리 페이스트를 마트나 해외 직구, 온라인몰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코코넛 밀크와 코코넛 슈가, 여러 채소를 익혀서 피쉬 소스 등을 넣으면 건강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채식 커리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