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역사(驛舍)에는 그 지역만의 특색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철도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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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뿔과 눈을 닮은 역사
횡성역2017년 12월 개통한 횡성역은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에 있는 강릉선 철도역이다.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역사는 횡성의 명물인 소의 뿔과 눈을 형상화했다. 소의 역동성과 유순한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내부 곡면과 개방형 아트리움의 모습을 통해 사람을 따르는 소의 유순함을 표현했다. 전동 블라인드가 설치된 투명한 천장을 통해 별빛이 반짝이는 모습은 크고 그윽한 소의 눈망울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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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담은 갤러리
강릉역1962년 11월 6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강릉역은 원래 서울에서 영동과 태백의 험준한 산자락을 따라 6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던 곳이었다. 그러다 2017년 1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서울역을 1시간 54분 만에 연결하는 강릉선이 건설되면서 강릉역은 첨단역사로 다시 태어났다. 경포대의 해돋이와 경포호 가시연을 그대로 재현한 강릉역의 모습은 명품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특히 늦은 저녁 푸른 빛이 들어온 강릉역의 야경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동해선이 개통하며 여행객들로 더욱 붐비는 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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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지순례 1번지, 풍수원성당
19세기 초 신유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였던 횡성에 자리를 잡으면서 강원도 최초로 성당이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이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자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 순례지 중 하나다. 등록문화재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소박하고 아름다운 옛 건물과 울창한 나무숲이 어우러져 경치가 빼어나다.

섬강의 화룡점정, 운암정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7호로 지정된 운암정은 1937년 횡성에서 부자의 꿈을 이룬 김한갑과 이원식이 회갑을 기념해 세운 정자로, 섬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좋은 곳이다. 태기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섬강은 기암괴석과 맑은 물이 흐르는 풍경이 특히 일품이다. 여름마다 물놀이객이 모여들며 낚시와 캠핑 명소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횡성역에 도착했다면 밖으로 나서기 전 고개를 들어 역사 천장을 먼저 구경해 보자. 투명 강화유리 재질의 횡성역 천장으로 쏟아져 내리는 자연의 빛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특히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다운데, 천장 위로 일렁이는 별들의 모습이 마치 소가 눈을 깜박이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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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선물한 강릉의 새 명소, 월화거리
2014년 고속철도의 강릉시 도심 구간 지하화로 옛 철도 부지에 새로운 관광 명소인 월화거리가 조성됐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모두 풍부해 강릉 시민은 물론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월화거리는 신라시대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된 길 이름이다. 이 길과 이어진 곳에는 둘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월화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명장들이 모인 거리, 안목 커피거리 강릉은 신라시대부터 화랑들이 차를 마셨다고 전해지는 유서 깊은 차 문화 도시다. 현재는 전국에서 여행객들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안목 강릉항의 커피 자동판매기 거리가 연인들의 커피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 시초가 되었다. 시대가 흐르며 자판기 주변으로 전문 커피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점차 국내 최고 수준의 커피 명장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며 지금의 커피거리가 탄생했다.
‘강릉’ 하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조선 중기의 뛰어난 예술가, 신사임당을 빼놓을 수 없다. 강릉역 구석구석에 자리한 신사임당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강릉역을 즐기는 커다란 재미다. 마치 그림이 살아있는 것과 같아 닭이 그녀의 풀벌레 그림을 쪼았다던 옛 일화를 떠올리며, 그녀의 뛰어난 작품을 감상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