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민감 피부라 어렸을 때부터 화학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합성 화학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쓰면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허브를 재배하고 아로마테라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허브 추출물을 스킨 대용으로 쓴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안전한 성분으로 제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올댓허브의 시작은 윤금순 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민감한 피부를 지닌 자신을 위해 화장품을 직접 만들고자 다양한 전문자료도 찾아봤다. 화장품 성분 중 에센셜오일이 피부 손상에 도움을 준다는 논문들을 접했고, 이를 참고해 100% 천연 유기농 에센셜오일을 함유한 유기농 천연제품을 만들게 됐다. 윤금순 대표는 2003년 ‘올댓허브’라는 천연 화장품 재료 쇼핑몰을 설립했다.
“올댓허브는 100% 천연 유기농 에센셜오일과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천연 화장품과 비누 원료 공급, 유기농 맞춤형 화장품 제조와 판매, 그리고 아로마테라피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IAA 국제아로마테라피협회의 본원으로서 국내외 190여 개 교육센터를 운영하는데요. 아로마 조향사 양성과 함께 다양한 친환경 DIY 강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댓허브는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이 직접 유기농 천연제품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천연 화장품과 아로마테라피 전문가를 양성해 관련 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싶습니다.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올댓허브가 추구하는 방향성이고요. 어린이부터 노약자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연 유래 성분 화장품. 이를 통해 ‘노케미(No-Chemi)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올댓허브의 천연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는 주로 피부 건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아토피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화학성분 없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은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피부가 편안해졌다’는 내용입니다. 또 화학성분이 없는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환경 보호에도 동참할 수 있어 만족감도 큰 것 같습니다.”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화학물질을 줄이는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금순 대표가 천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과거에는 천연 화장품이나 친환경 생활용품 관련 강의를 하면 대부분 생소하게 느끼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반신반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강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유해 화학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지니고, 친환경 제품에 관한 관심과 신뢰가 많은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노케미 라이프라는 개념이 대중화되면서, 천연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과 참여가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학교에서도 관련 교육 요청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다음 해인 2017년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노케미 라이프’를 주제로 한 환경부 공무원의 2박 3일 연수교육을 의뢰받았다. 이를 계기로 윤금순 대표는 책 <노케미 라이프>를 집필했다. <노케미 라이프>는 친환경 세제와 천연 화장품, 천연비누, 아로마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한DIY 교재다.
“당시 연수교육을 받으신 교육생분들이 노케미 라이프에 관한 내용이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또 강의를 통해 천연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 난감해하는 것을 봤습니다. 체계적인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노케미 라이프>는 제목 그대로 노케미 라이프를 시작하는 초보자라면 누구나 쉽게 설명을 읽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는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책이 출간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긍정적인 의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DIY 레시피가 많아서 좋다’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네요. 특히 환경부 공무원 연수 교재로 사용되면서 더 많은 분이 천연 생활용품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관공서에서도 노케미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례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다 이를 업으로 삼고 기업까지 운영하게 된 윤금순 대표. 그의 노케미 라이프는 어떤지 물었다. “피부 수분은 녹차 우린 물로, 유분은 올리브오일로 충족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화학성분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설거지는 솝넛(무환자나무) 열매 4알을 우려서 세제 대신 사용합니다. 세탁 세제는 직접 만든 천연비누 가루를 활용하죠. 샴푸와 바디워시도 합성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케미 라이프 실천에 관심이 있다면, 그는 합성향료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화학물질 중 인체에 가장 해로운 것 중 하나가 합성 향료이기 때문이다. 합성향료는 EWG 등급이 4~8 사이라 내분비 교란의 원인이 된다.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자주 쓰는 방향제와 향수를 천연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샴푸나 비누, 주방세제, 세탁세제에 합성계면활성제 설페이트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합성계면활성제는 피부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토피와 수질오염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합성보존제인 파라벤류가 포함된 제품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유방암 환자의 160개 유방 조직 샘플에서 99% 파라벤이 검출됐고 저농도 파라벤도 유방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그는 주방에서 화학세제 대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식초를 활용해 친환경적인 설거지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천연제품 선택 시 전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파라벤과 설페이트 프리 제품을 선택한다면 노케미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
“세제나 화장품 속 합성화학물질이 하수로 흘러가면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노케미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구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필수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작은 변화가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에, 더 많은 분과 이 가치를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