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이미 뜨겁다. 우리는 예술과 기록을 통해 그 열기를 감각하고 있다.
감각의 전환이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올여름,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콘텐츠를 모았다.

writer. 편집실

녹는 것은 빙하만이 아니다
넬레 아제베두<최소의 기념비> Néle Azevedo <Minimum Monument>

넬레 아제베두는 다양한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최소의 기념비>는 작은 사람 형태의 얼음 조각상을 야외에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작은 얼음 조각상은 햇빛에 녹아내리고, 결국 흔적만 남은 채 사라진다. 넬레 아제베두는 인류의 운명과 지구는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녹아내리는 건 빙하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기도 하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Greenpeace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북극을 위한 엘리제> Ludovico Einaudi <Elegy for the Arctic>

루도비코의 <북극을 위한 엘리제>는 북극해에서 촬영되었다. 슬프고 애절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녹음되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한 이 캠페인은 전 세계의 시선을 북극으로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2015년에 게시된 영상은 누적 조회수 2,250만 회를 기록했다. 루도비코가 북극에서 연주를 한 지 10년, 빙하는 얼마나 더 무너졌을까?

ⓒNéle Azevedo

미래를 위한 손길
로렌조 퀸 <서포트> Lorenzo Quinn <Support>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단단한 두 손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카 사그레도 호텔’을 떠받쳤다. 로렌조 퀸의 <서포트>다. 베니스는 운하 도시로,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이자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 손이 베니스를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갈지, 혹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단단히 지키고 있을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HALCYON GALLERY
ⓒOlafur Eliasson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본 빙하
올라퍼 엘리아슨<아이스 워치> Olafur Eliasson <Ice Watch>

올라퍼 엘리아슨은 깨진 빙하 조각을 건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거리 곳곳에 내려놨다. 그리고 빙하 조각은 열흘간 녹아내렸다. 사람들은 언제라도 이 빙하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었다. 그 빙하가 모두 녹기 전까지는. 관객이 ‘바라보는(Watch)’ 빙하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Watch)’이기도 하다. 빙하 속에 갇힌 푸른 눈동자 역시 우릴 ‘지켜보고(Watch)’ 있을지도 모른다.

떠다니다가 끝내 사라지는 인물화
션 요로 <경고> Sean Yoro <A’o’ana>

하와이 출신의 서퍼이자 예술가인 션 요로는 때로 벽이 아닌 빙하 위에 그림을 그린다. 하와이어로 ‘경고’를 뜻하는 ‘A’o’ana’는 빙하 위의 인물화로, 결국 깨지고 잠겨 누구도 소장할 수 없다. 차가운 바다 위를 떠도는 작은 빙하 조각은 일주일이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션은 사람들에게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제목처럼 그의 작품은 사라짐으로써 기후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Sean Yoro
ⓒAlper Dostal

기후 안정 없이는 예술도 없다
알퍼 도스탈<뜨거운 전시회> Alper Dostal <Hot Art Exhibition>

아주 더운 여름날, 에어컨이 없으면 미술작품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알퍼 도스탈은 디지털 작품 <뜨거운 전시회>로 답했다. 위대한 명작들은 곧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도록 진득한 물감이 되어 바닥에 고인다. 기후변화 앞에서는 거장의 명화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담았다. 알퍼의 <뜨거운 전시회>는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빙하를 쫓아 마주한 진실
빙하를 따라서(Chasing Ice) 미국|2012|제프 올로우스키|넷플릭스, DVD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는 빙하를 찍으러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별다른 경각심 없이 사진을 찍던 제임스는 몇 개월의 촬영기간 중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EIS(Extreme Ice Survey, 극지빙하조사단)’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40여 대의 저속 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빙하를 관찰했다. <빙하를 따라서>는 3년간 EIS와 함께 빙하를 추적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더욱 효과적이다.

기후재난 세대의 현실
0교시 기후위기 한국|2025|김민욱, 이종혁|MBC, Youtube

네팔은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가 잦아졌고, ‘니샤’의 등굣길 역시 산사태로 곳곳이 무너졌다. 발이 잠기는 개울을 건너는 ‘니샤’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기후위기로 등굣길을 위협받는 것은 ‘니샤’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마수마’는 등교를 위해서는 보트를 타야만 한다. 홍수로 인해 등굣길에 거대한 연못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몽골과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10대 청소년의 모습을 담아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부산 영화의전당|08.21 – 08.25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한국 최초의 기후위기 전문 영화제, ‘하나뿐인지구영상제’는 지구환경 변화가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행사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영화제에는 역대 최다인 138개국 2,303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지구(Our Only Home)’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제 기간 동안 환경영화·영상을 상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 컨퍼런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프레온이 만든 변화
일인분의 안락함 에릭 딘 윌슨|서사원|2023.04.21.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과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 냉동고의 등장으로 세상은 크게 바뀌게 되었다. 냉매는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냉매는 분명 우리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편안’은 누구를 기준으로 정의되는 것일까? 우리는 꼭 편안해야만 할까? 에어컨을 켜기 전 과학과 철학, 문학적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1도를 낮출 때 일어나는 일
여름전쟁: 우리가 몰랐던 에어컨의 진실 스탠 콕스|현실문화|2013.07.16.

에어컨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매년 여름철 전력난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면서도 외면한다. 이제는 더 이상 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나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무더위는 지난해의 우리가 에어컨을 켜서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을 막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에어컨을 덜 켜는 것을 제시한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면 김주온|휴머니스트|2024.07.15.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8명의 직업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농부, 변호사, 기획자, 기자,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 IT 개발자,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더워지는 지구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진로에 있어 고민이 있는 청소년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책장을 넘겨보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