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 작가

기후 저널리즘의 길을 찾다

‘윤리적 최소주의자’. 이 독특한 정체성은 작가 소일이 자신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다.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넘어, 환경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 시작은 예기치 못한 재난에서 비롯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었어요. 직접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도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공들여 만든 것들이 자연 앞에선 무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귀국 후에도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경주 지진을 겪으며,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안 난다고 생각했는데, 화장대가 울렁할 정도로 진동이 느껴졌어요. 그 순간 일본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피난 가방을 싸듯이 삶을 덜어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미니멀리스트’라는 표현에 아쉬움을 느꼈다. “당시 미니멀리즘은 주로 디자인 중심이었어요. 예쁘고 세련된 삶을 추구했죠. 하지만 저는 환경적, 윤리적 기준이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윤리적 최소주의자’라는 말을 스스로 만들어 썼어요.” 소일이라는 이름에도 그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소일(消日)’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하루를 소멸시킨다’는 뜻이더라고요. 사라지는 하루 속에서 의미를 찾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데서 진짜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게 제가 지향하는 삶이에요.”

일상이 된 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부터, 소일 작가는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실험해 왔다. “처음엔 그냥 덜어내는 게 좋았어요. 잡동사니를 치우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죠.” 블로그에는 점점 카테고리가 늘어났다. ‘플라스틱 없이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 ‘화학제품 없이 살기’ 같은 이름으로 그녀의 일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렇게 첫 책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가 세상에 나왔다. FSC 인증* 종이, 무코팅 표지, 불필요한 띠지 없음—출판 과정에서도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단순한 실천법을 넘어, ‘왜 줄이는가’에 대한 태도가 중심이었다.

두 번째 책 『나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지구에 삽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서로 기획되었고, 환경을 생각하는 삶도 하나의 직업적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전했다.
책은 다양한 세대에게 닿았다. 글씨가 커서 보기 좋다는 이유로 중장년층 독자도 많았다. 작가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나의 꿈은 윤리적 최소주의자입니다”라는 한 독자의 글이었다. 그녀가 말하듯, 제로 웨이스트는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지금, 할 수 있는 작고 느린 실천이기 때문이다.

* FSC 인증: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 종이·목재 제품에 부여하는 국제 인증 제도.
소비를 다시 생각하다

지속가능성을 말할 때, 가장 민감한 주제가 ‘소비’다. 소일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1년에 4번, 1·4·7·10월에만 소비를 허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생필품, 경조사비, 경험소비 외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한다.
이 방식은 자신이 어떤 소비 패턴을 갖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몇 달 후 보면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 대부분은 꼭 필요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며, 진짜 필요한 건 이미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물건을 적게 사는 것만큼, 하나를 오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은 오래 쓰는 삶을 어렵게 만든다. 고장 난 부품 하나가 전체 교체로 이어지고, 수리보다 교체가저렴한 구조. 이런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휴대용 태양광 충전기처럼, ‘친환경’이라 여겼던 소비가 되레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 될 때도 있다. 지금도 그녀의 책상 서랍엔 거의 쓰지 않은 태양광 충전기가 있다. 잊지 않기 위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공존을 위한 에너지 사용법

“여름이 너무 추워요. 반팔을 입고 다니는 날이 드물어요.” 소일 작가는 ‘에어컨 Off’라는주제에 곧장 이렇게 말했다. 반복되는 냉방 과소비 속에서, 에어컨이 정말 필수재인지 되묻는다. Off는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더위를 함께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최근 그녀는 무더위 쉼터 정책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엔 취약계층 보호 중심이었지만, 개정된 정책은 ‘누구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전기요금 절감이 아니라, 도시가 여름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었다.
개인의 실천도 놓치지 않는다. 실외기 위치, 선풍기 조합, 에어컨 가동 시점 등 에너지 흐름을 고려한 사용법을 스스로 실험하고 공유해왔다. Off는 단지 끄는 행위가 아니라,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힘, 불편함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태도다.
기후위기의 시대, 누구나 무임승차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일 작가는 마음 편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페달을 구르고 싶다고 말한다. “그땐 참 힘들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 훗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말이 누군가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하고, 다시 균형을 찾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이 여름, 우리가 잠시 OFF를 누른다면, 그 시작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