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무궁화호가 다니던 옛 중앙선이 걷기 좋은 산책로와 함께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있는 터널로 재탄생했다. 원주 치악산 바람길숲을 나란히 걸은 홍보대사들은 철도 유휴지 활용의 가치를 전하기로, 연약하지만 단단한 나뭇잎 같은 다짐을 하나 새겼다.

황금빛, 별빛 바람길숲을 걸은 홍보대사들
철도 유휴지를 활용한 원주 치악산 바람길숲 입구에 ‘앰버서더’들이 모였다. 제8기 KR 홍보대사로 뽑힌 안전본부 여지연 대리, 철도혁신연구원 서지호 대리, 글로벌사업본부 최지혜 사원, 영남본부 이승찬 사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앞으로 공단의 정책과 사업을 알리는 대외 대표 홍보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늘은 홍보대사의 체험 활동 중 주요 노선, 건설사업지 등 현장 체험 프로그램 참여 활동이 있는 날, 장소는 올해 초 터널을 배경으로 한 ‘감성샷’으로 SNS를 뜨겁게 달궜던 바로 그 길, 치악산 바람길숲이다. 치악산 바람길숲은 옛 중앙선 폐선을 활용한 약 11.3km의 선형적인 숲길로 우산동에서 반곡동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도심 산책로다. 오늘 이들이 걷게 될 곳은 새롭게 떠오르는 원주의 명소인 원주천에서 시작해 미디어아트가 있는 터널까지 이어지는 2구간이다.

주차를 마친 이들은 잠시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바로 앞에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여유롭게 걸음을 옮긴다. 바람에 실린 나무 향기와 흙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햇살이 살짝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와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감싼다. 여름 끝자락, 햇살이 아직 따갑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식힌다.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에요. 걷는 것만으로도 명상이 되고, 힐링이 될 것 같아요” 여지연 대리가 웃으며 말한다.얼마나 걸었을까. 비포장 산책로가 나온다. 예상치 못한 급습에 당황할 틈도 없이, 완만한 능선을 넘으니 다시 곱게 포장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마을과 교회, 너른 들판에는 가을을 예고하듯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고루 뿌려진다. 길 끝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한참을 걷자 일순간 공기가 서늘해진다. “터널이 보이네요!” 이승찬 사원이 외친다. 끝없이 이어지던 곧게 뻗은 길 끝에 마치 시간을 품은 듯한 원주터널이 자리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보리밭을 지나면 별빛이 떨어지는 은하수가 펼쳐진다.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이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한 개구리도 만난다. “개구리도 더워서 터널로 피서를 왔나 봐요.” 최지혜 사원이 농담을 한다. 네 사람의 웃음이 터널 안에 부드러운 공기처럼 퍼져 나간다.

주민에는 휴식을, 지역에는 활력을 전하는 철도 유휴부지 활용
국가철도공단은 지역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을 펼쳐 왔다. 이 사업은 폐선부지나 교량 하부 같은 국가 소유의 철도 유휴지를 새로운 가능성의 땅으로 바라본 데서 시작되었다. 사용되고 있지 않은 철도 유휴부지가 사람과 도시를 잇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포항 철길숲이 대표적이다. ‘포항 철길숲’ 은 동해남부선이 지나던 남구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약 4.3km 구간을 도심숲으로 바꾼 케이스로, 도시 전체의 녹색 통로 구축과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공사 중 지하 200미터에서 우연히 발견된 천연가스 분출 현상을 이용한 ‘불의 정원’은 독특한 지역 명소로 사랑받기도 했다.
현재 울산시 북구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조성중인 길이 약 9.5km의 ‘하나로 어울길’도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사례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선형 숲길을 따라 광장, 쉼터, 전망데크, 포켓쉼터 등의 휴식 공간이 곳곳에 마련될 예정이다. 군산에도 도시바람길숲이 조성되고 있다. 산림과 도심을 연결해 청정바람을 유입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완화를 목표로 하는 기후 대응형 도시숲 사업으로, 지역의 추억과 치유, 문화적 활력을 담아내는 장소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원주 치악산 바람길숲 또한 산책로가 되면서 주변의 미세먼지가 저감되고 폐선부지 인근 주민들의 거주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 산책로에는 원주 시목인 은행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 왕벚나무, 메타세콰이아, 이팝나무 등 총 23만 그루를 식재하였다. 또한 곳곳에 휴게공간을 조성해 폐선부지 지역주민들의 쉼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멈춰 선 철길 위에 다시 삶의 숨결이 깃든다. 이 길 위에서 주민은 쉼을 누리고, 도시는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시간과 감성을 연결하는 미래의 길이 되길
막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의 등줄기를 시원한 바람이 쓰다듬고 지나간다. “어릴 적 꿈이 탐험가였어요. 바람길숲을 누비는 지금, 꼭 어릴 적 꿈을 실현한 기분인데 구간이 짧아 좀 아쉽긴 해요.” 서지호 대리가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바람길이라는 이름처럼 바람 한번 시원하네요! 왜 터널을 배경으로 한 감성샷이 히트를 쳤는지 알 것 같아요. 홍보 포인트를 제대로 부각할 생각입니다.” 네 사람은 눈으로 주변의 소담스러운 풍경을 담으며 머리 속으로는 이 독특하고 멋진 길을 어떻게 알리고 소개할 지 그림을 담는다. “한때 우리 일상 속에 함께했던 것들이 사라져 아쉬워요. 비록 모습은 달라졌어도 이 길이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 켠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최지혜 사원이 말한다. 홍보대사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이승찬 사원은 산책로 주변의 ‘시골 감성’에 취해 있다. “도심 산책로라고 해서 도시를 관통하는 산책로를 상상했어요. 생각보다 더 고즈넉한 시골 느낌이라 더 정감이 가요.” 여지연 대리는 오늘 바람길숲을 걸으며 멈춘 선로 위에 다시 피어난 길의 의미를 되새긴다. “한때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던 철길이 지금은 시간과 시간, 감성과 감성을 연결하고 있다는 게 근사해요. 과거의 레일이 빚어낸 미래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손에 달려있는 현실이다. 홍보대사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단의 철학과 가치를 안팎에서 공유하며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을 새겨본다. 꿈을 짊어진 어깨 위로 숲길의 바람이 노래하듯 머물고, 햇살은 희망처럼 눈부시게 쏟아진다.
Mini Interview

여지연 대리(안전본부)
“저는 안전본부 품질관리처에서 철도시설 성능검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공사 관리관 업무를 하면서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 보던 철도와 오늘 만나는 철도는 사뭇 느낌이 다르네요. 경치도 너무 좋고요. 더 많은 시민들이 철도와 함께 할 수 있도록, SNS를 십분 활용해 철도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최지혜 사원(글로벌사업본부)
“공단 홍보대사로 함께하게 되어 마음 깊이 감사와 설렘을 느낍니다. 오늘 바람길숲을 걸으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새겼습니다. 공단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노력과 활동을 진심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철도가 우리 일상 속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전하겠습니다.”


서지호 대리(철도혁신연구원)
“저는 철도혁신연구원 신기술개발처에서 연구개발 계획 수립 및 평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치악산 바람길숲을 걸으며 터널 속 LED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느낀 감동을 바탕으로, 홍보대사로서 우리 공단이 국민들께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겠습니다.”

이승찬 사원(영남본부)
“영남본부가 진행한 대표적인 유휴부지 사업, 부산 해운대블루라인파크를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유휴지 활용도에 감탄했는데, 치악산 바람길숲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공단 홍보도 릴스나 유튜브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해 알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