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종이를 쓴다.
메모를 남기고, 포장을 뜯고, 티슈로 닦고, 전단지를 지나친다. 너무 가볍고 너무 익숙해서,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좀처럼 실감하지 못한다.세계적으로 연간 약 4억 톤의 종이가 생산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포장과 일회용 제품에 쓰인다. A4용지 1박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무는
평균 24그루, 물은 무려 1만 리터 이상. 재활용된 종이라 해도 생산 과정에서 다시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종이의 수명은 5~6회 재활용이 한계다. ‘종이컵은 재활용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과 달리, 내부에 코팅된 플라스틱 필름 때문에 대부분 일반 폐기물로 소각된다.
팬데믹 이후 배달과 포장이 일상이 되며 종이 소비는 더 가파르게 늘었다. 커피 홀더, 쇼핑백, 박스 완충제처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는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그 뒤에는 처리되지 못한 폐기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남는다.
한 장의 종이가 쓰이고 버려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뒤에 쌓이는 무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무와 흙, 생태와 공기까지, 우리는 종이를 쓸 때마다 조금씩 잃고 있다. 손끝에 닿는 종이는 가볍지만, 그 끝이 닿는 지구는 결코 가볍지 않다.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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