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그 안의 자원과 배출

우리가 손에 쥐는 종이 한 장에는 나무, 물, 에너지, 탄소가 모두 들어 있다. A4 한 장에는 약 10L의 물과 0.048그루의 나무가 들어가고, 약 2.88g의 탄소가 배출된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189.2kg의 종이를 사용하며,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다.

종이의 그림자, 사라지는 숲

우리가 쓰고 버리는 종이 뒤에는 단지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이는 숲의 일부이고,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의 서식처를 이루는 생태계 전체와 연결돼 있다. 전 세계 목재 벌목의 약 40%는 종이 생산을 위해 이루어지며, 이로 인해 지난 50년 동안 야생동물의 개체 수는 3분의 2나 줄었다. 나무가 줄면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함께 사라진다. 숲이 줄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무너진다.

‘종이라 괜찮다’는 착각

종이는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일까? 감성을 담은 종이 쇼핑백이나 전단지, 종이컵처럼 복합재질로 만들어진 종이 제품은 오히려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 시 더 많은 환경 부담을 남긴다. 종이는 평균 5~6번 정도만 재활용 가능하고, 이후에는 품질 저하로 대부분 소각된다. 종이 1톤을 소각하면 최대 1.7톤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재활용률 89%라는 수치는 착시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종이냐’ 는 것이다.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바르게 쓰는 일

종이를 줄인다는 건 기록을 멈추는 게 아니다. 재생지의 고지 함유율이 40%만 되어도 나무·물·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20%,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6%까지 줄어든다. 복사지의 10%만 재생지로 바꿔도 자동차 5,000대의 탄소를 줄일 수 있고, 종이 사용을 10%만 감축해도 연간 130만 톤의 CO₂를 덜 배출할 수 있다. 우리는 덜 쓰면서도 더 오래 남기는 선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