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종이를 떠올리지만, 종이 역시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다.
제작 과정부터 인쇄 과정까지 생각보다 많은 유독 물질이 배출된다.
다행히도 조금 더 무해한 종이를 만들기 위한 대안이 속속들이 등장 중이다.


FSC 종이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는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 만든 국제 인증이다. 원료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엄격히 감독하며, 라벨은 세 가지다. FSC 100%는 원료가 전부 인증 숲에서 나온 경우, FSC RECYCLED는 100%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경우, FSC MIX는 인증 원료와 재활용 원료, 관리 목재를 혼합해 제작된 경우다. 라벨이 붙은 종이는 출처가 투명하게 관리돼 더 친환경적이다.
사탕수수 바가스 펄프 종이
설탕을 만드는 원재료인 사탕수수로도 종이를 만들 수 있다. 설탕 산업의 부산물인 바가스 펄프를 이용한다. 종이를 만들기 위한 추가적인 재배가 필요 없고, 화학 약품을 이용하지 않아 3개월이면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자재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인 제품 주기를 가지고 있다. 사탕수수 펄프로 종이를 만들 경우 발생하는 탄소는 일반 종이에 비해 50% 이상 적다.


대나무 펄프 종이
대나무 역시 훌륭한 대안으로 꼽힌다. 일반 목재에 비해 대나무는 생장 주기가 빠르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좋다. 대나무 숲을 늘리면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벌목 후에도 금방 자라기 때문에 산림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종이는 섬유 구조상 잘 찢어지지 않고, 향균 기능이 있어 식품 용기나 휴지로도 자주 사용된다.
재생용지
종이 자원을 재활용하면 다시 펄프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재생된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가 재생용지다. 이미 사용한 종이 자원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무염소 표백을 통해 재생용지 특유의 티끌을 보이지 않게 하거나, 다시 한번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지구와 우리에게 안전한 인쇄
종이를 친환경적으로 고른다 해도 인쇄 과정에서 석유계 잉크와 화학물질을 그대로 쓰면 의미가 반감된다. 석유계 잉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폐수를 만들고, 작업자 건강에도 부담을 준다. 대신 콩기름 잉크, 수성 잉크, 무습수 인쇄 같은 대안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FSC 용지 사용과 함께 에코 퍼블리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변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대신 콩기름을 사용한 잉크다. 콩기름이 일정 비율 이상 함유될 경우 미국 대두 협회 인증 마크인 Soy Seal이 붙는다. 식물성 기름인 만큼 생분해성이 뛰어나고, 인체에 무해하다. 인쇄 품질도 좋고 재활용도 쉽다. 친환경 인쇄에 두루 사용되는 잉크다.
수성 잉크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사용하지 않고 수성 폴리머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잉크다. 콩기름 잉크와 마찬가지로 작업자와 지구에 무해하고, 무엇보다도 화재 위험이 적다. 수성 잉크는 안정적이며, 인쇄 동판을 부식시키지 않고, 인쇄 후 접착력도 좋은 장점이 있다. 수성 잉크는 1kg당 약 1.2~2.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유성 잉크에 비해 최대 70%가 감축된 숫자다.
무습수 인쇄인쇄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폐수가 버려진다. 종이 1톤당 100~200톤가량의 물을 사용한다. 이러한 폐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무습수 인쇄다. 물과 화학첨가물이 혼합된 습수액을 사용하지 않아, 잉크만으로 인쇄한다. 인쇄 품질이 좋은데다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장점이다.


새로 쓰는 종이
이렇게 귀하게 만들어진 종이를 한번만 쓰기는 아쉬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종이 상자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만들어 무심결에 버려지는 종이자원을 재활용했다. 포장박스에 인쇄된 QR을 인식하면 소형 가구나 반려동물의 집을 종이 상자로 만들 수 있는 매뉴얼이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에코 패키지의 반응이 뜨겁자 디자인 전문 웹진 Dezeen과 협력해 에코패키지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 ‘아웃 오브 더 박스’을 열기도 했다. 공모전에는 간이의자, 놀이기구, 화분, 신발장, 사이드테이블, 아동용 아지트 등이 선정되었다.
그레이프랩
버려진 종이 자원을 재활용한 재생용지와 비목재지를 사용해 데스크 제품을 만든다. 노트북 스탠드, 북스탠드, 멀티 스탠드, 휴대폰 거치대, 문구 등을 제작하고 있다. 종이 재활용의 걸림돌인 화학적 접착이나 코팅을 하지 않는다. 이에 제품의 쓰임이 다하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배송 과정에서도 종이 완충재와 면 파우치 등을 활용하는 등 제품의 제작, 배송,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고려하는 브랜드다.


러블리페이퍼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서 구매한 폐지를 재활용하여 업사이클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러블리페이퍼가 판매하는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수거한 폐지로 제작한 페이퍼 캔버스다. 폐지를 재활용한 페이퍼 캔버스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협업해 페이퍼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버려지는 종이 쌀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페이퍼 레더다. 일반 가죽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8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페이퍼 레더로 만든 가방과 지갑 등이 있다.
보킷
보킷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제품을 만드는 패키지 브랜드다. FSC인증 재생지로 만든 노트, 재생 신문지로 만든 연필, 폐나무 분말로 만든 연필깎이와 떡메모지, 종이 볼펜, 천연고무 지우개 등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친환경 문구세트를 판매한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저/이경아 역 |상상의숲|상상의숲
네팔은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가 잦아졌고, ‘니샤’의 등굣길 역시 산사태로 곳곳이 무너졌다. 발이 잠기는 개울을 건너는 ‘니샤’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기후위기로 등굣길을 위협받는 것은 ‘니샤’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마수마’는 등교를 위해서는 보트를 타야만 한다. 홍수로 인해 등굣길에 거대한 연못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몽골과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10대 청소년의 모습을 담아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저/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07.15.
‘비정상회담’, ‘문제적 남자’로 이름을 알린 타일러 라쉬가 기후위기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소비자가 탄소 배출 저감을 실천하는 기업을 선택하고, 환경 문제를 외면하는 기업 제품은 불매하는 등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용에 걸맞도록, FCS인증을 받은 용지에 콩기름으로 인쇄했다. 띠지를 생략하고 종이 손실이 적은 판형으로 출판되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쓰는 법 이영주 글/김규택 그림 | 사계절 | 2020.04.30.
어린이가 알기 쉽도록 정리한 생활책의 시리즈로, 종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물품의 재활용 방법을 알 수 있다. 직접 재생 용지를 만드는 방법도 따라하기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다시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