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흔들림도 허락되지 않는 길 위의 약속. 경부고속철도 동대구~부산 구간, 103.6km의 철길 아래에선 오늘도 ‘보이지 않는 안전’이 쌓이고 있다. 지진 이후 다시 태어난 철도의 기준, 그 현장을 지키는 기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철도’를 향하여
대한민국 철도의 대동맥, 경부고속철도.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이 노선은 이미 기술과 안전의 상징이지만, 그 뒤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내진성능보강공사’다. 방내고가 외 15개 교량을 대상으로 한 이번 사업은 2016~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 이후,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무너진 현실에 대응해 시작되었다. 노후 교량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진도 6.5 이상의 지진에서도 구조물의 붕괴 없이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구조를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철도의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다.
이번 공사는 경부고속철도 제2단계 구간인 동대구~부산 103.6km 구간에 걸쳐 총 16개 교량에서 진행된다. 그중 방내고가는 기초까지 보강이 필요한 복합손상 구간으로 분류되어 받침보호장치와 기초보강을 병행하는 방법이 적용됐다. 나머지 15개 교량은 단순손상 구간으로 교량받침보호장치 설치 공법이 적용되었으며, 운행 중인 고속철도의 가동을 멈추지 않고 진행되는 인접선 공사라는 점에서 기술적, 안전적 난이도가 모두 높다. ‘지진에도 끄떡없는 교량, 흔들림 없는 철도’를 목표로, 오늘도 현장은 안전과 기술의 두 축을 균형 있게 이어가고 있다.
현장을 움직이는 기술의 정교함
내진보강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의 싸움’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시스템비계와 특수 인양장치를 조합한 ‘지그크레인 인양공법’을 채택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다만, 장비 진입이 어렵거나 공간 제약이 따르는 구간에서는 ‘유압잭 인양+작업대차 공법’이 채택되었다. 또한, 고장력 볼트 체결 과정에서는 열차 운행으로 인한 진동에 대비해 볼트 풀림 방지제를 도포하고, 토크 시험과 마킹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시공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특허공법으로 개발된 받침보호장치는 최대 3톤의 중량을 지탱한다. 작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현장에서는 크레인 선단에 특수 지그장치를 설치했고, 협소한 하부공간에서는 교량 내부에 자체 제작한 윈치와 작업대차를 운영하며 시공 안전을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적 조합은 도로, 저수지, 경사 지역 등 기존 공사가 어렵던 환경에서도 안정적 시공을 가능케 한 혁신적 사례로 기록된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실시간 안전 관리’다. 공단은 공정별 위험성 평가, 사전작업 허가제, 스마트 안전플랫폼을 도입해 현장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스마트 안전모와 변형감지센서, 위치추적기 등을 활용한 예측형 안전 관리 시스템은 기존의 ‘사후 점검형’을 넘어선 ‘선제대응형’ 체계로 진화 중이다. 감리단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공 품질과 안전 지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이를 다음 현장의 표준모델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협업과 헌신이 만든 ‘보이지 않는 약속’
경부고속철도 내진성능보강공사의 중심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협력이 있다. 공단, 감리단, 시공사, 협력업체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도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 공단은 사업계획과 내진설계 기준을 세우고, 실시간 데이터와 품질관리, 열차운행과 시공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관리 허브 역할을 맡는다. 감리단은 현장 품질과 기술검증, 안전관리, 공정관리를 책임지고, 시공사는 복합손상 구간의 기초보강과 시스템비계, 스마트 안전장비 등을 실질적으로 이끈다.
경부고속선 현장에서는 약 100회가 넘는 열차 운행이 이어진다. 공단과 코레일의 협업으로, 야간에는 유압잭 인상과 레일변위계 설치처럼 선로 직접 작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주간에는 시스템비계와 교량받침 교체 등 선로와 직접 맞닿지 않는 공정을 맡는다.이번 내진보강공사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 범퍼를 세우는 과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시스템비계 붕괴감지센서와 스마트 안전장비, 위험성 평가, 단계별 품질 시험, 작업대 설계 등 세부 관리 체계를 촘촘하게 가져가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국민의 신뢰라는 이름으로 철도의 기반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결국 대한민국 철도의 내일, 국민의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연결된다. 국가 인프라를 지키는 신뢰와 품질, 그것이 이 현장이 지향하는 진짜 가치다.

Mini Interview
영남본부 시설사업처

최용문 부장
이번 내진보강공사는 단순한 시설 보강이 아니라 국가 핵심인프라의 안전기준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지진에도 끄떡없는 교량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철도안전망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 부서의 목표입니다.

최재용 차장
이번 과업구간은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103km 구간 16개 교량이 대상으로, 여러 교량의 동시에 진행 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접 교량을 묶어 동시 작업하고, 품질 일관성 유지와 열차운행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잔여 구간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시공하여 경부고속철도 내진 성능을 확보겠습니다.

조유란 대리
현장의 안전과 열차 운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작업책임자, 철도운행안전관리자, 안전 관리자가 모두 작업 현장에 입회하며, 작업별 위험성 평가와 철저한 현장 점검, 정보 공유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내진보강공사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한콘설탄트
전인덕 감리단장
감리단은 공단과 시공사 사이에서 객관적인 기준과 기술적 판단을 제시하는 중재자입니다.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품질관리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으로, 내진보강공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수건설(주)
백운대 현장소장
운행 중인 고속철도 하부에서 진행되는 공사라 매순간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좁은 공간과 고소작업의 한계 속에서도 오차 없는 설치와 완벽한 안전 확보를 목표로, 현장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무재해 준공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