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꺼져야 할 불빛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는 낮보다 더 환하고, 사람들은 그 밝음 속에서 안심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거리는 수천 개의 조명으로 장식되고, 우리는 그 불빛을 축제의 상징이라 부른다. 하지만 반짝이는 빛 뒤에서는 전기가 타오르고, 지구는 쉼 없이 에너지를 잃는다. 우리가 켠 불빛 하나에 흐르는 전력은 지구의 숨과 맞닿아 있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5분의 1이 조명에서 비롯되고, 그 불빛이 만들어내는 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6%에 이른다. LED는 백열등보다 훨씬 효율적이지만, 완전한 무탄소의 빛은 아직 없다. 하루 다섯 시간 켜두는 전구 하나가 1년에 내뿜는 탄소는 약 9kg, 나무 열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이다. 조명은 에너지만이 아니라 밤의 질서도 바꾼다. 하늘의 별빛은 도심의 간판 아래 묻히고, 밤에 활동하던 생명들은 방향을 잃는다. 곤충은 빛에 모여들어 새벽을 넘기지 못하고, 새들은 잘못된 불빛을 따라 이동 경로를 벗어나 도시로 유인된다. 인공조명 아래에서 잠들지 못한 자연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밤을 잃었그러나 스위치를 내리는 일은 단순한 절전이 아니라, 지구를 쉬게 하는 선택이다. 불빛이 꺼지는 그 순간, 어둠은 돌아오고 지구는 비로소 숨을 쉰다.
Off
Kn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