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는 순간, 타오르는 에너지
조명을 켜는 순간, 지구의 에너지는 타오른다.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9%가 조명에서 비롯되고, 탄소 배출의 6%를 차지한다. LED는 백열등보다 전력 사용량을 75~85% 줄이고 수명은 25배 길지만,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여전히 남는다. 가정용 LED 전구(10W 기준)를 하루 5시간 켜두면 1년간 약 9kg의 탄소가 배출된다. 나무 1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이다.

길어진 밤, 늘어난 불빛
겨울은 낮보다 밤이 길고, 빛이 필요한 시간이 가장 긴 계절이다. 해가 짧아질수록 실내외 조명 사용량은 늘어나고, 연말에는 건물 외벽과 거리 조명으로 도시의 밤이 30% 이상 밝아진다. 추위를 피해 더 오래 실내에 머무는 겨울, 따뜻한 불빛이 필요한 만큼 지구의 에너지도 빠르게 소모된다.

빛으로 가득한 밤, 사라지는 생태계
도시의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다. 전 세계 인구의 80%가 빛 공해 지역에 살고,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40%도 되지 않는다. 밤이 사라지자 생태계의 균형도 흔들린다. 곤충은 불빛에 이끌려 번식과 이동을 멈추고, 새들은 잘못된 빛을 따라 도시로 향한다. 인공조명은 인간에게도 수면 장애와 생체 리듬의 혼란을 남긴다. 불빛이 늘어날수록, 생명은 방향을 잃는다.

덜 밝히는 기술, 더 어두운 지혜
조명은 기술로 진화해 왔지만, 이제는 ‘멈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조명, 모션센서, 자동 디밍 시스템은 ‘필요할 때만 켜는 빛’을 가능하게 만든다. 조명 효율을 단 20%만 개선해도 연간 약 6억 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프랑스의 ‘야간조명 금지법’과 한국의 ‘빛공해 방지법’ 은 도시의 밤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매년 3월, 전 세계 190개국이 참여하는 ‘어스아워(Earth Hour)’는 단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며 지구의 숨을 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