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마을, 모두에게 이로운 캠핑

기차를 타고 대전 신탄진역에 내려 마을버스에 오르면 곧 대청호를 낀 아름다운 캠핑장 앞에 도착한다. 사회적기업 ‘여행문화학교 산책’이 위탁운영 중인 캠핑장이다. 김성선 대표가 이끄는 ‘여행문화학교 산책’은 문화와 자연을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곳으로, 조금 더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자연 속에서 노는 법을 연구하고 실천한다. 캠핑장은 이들의 철학이 집약된 장소 중 하나다.

김성선 대표는 캠핑장 이용객들에게 자동차 없이, 최소한의 짐만으로 와서 더 여유롭게 주변 경치와 마을까지 함께 둘러볼 것을 제안한다.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공정캠핑’의 방식이다. 그는 차 대신 기차로 온 손님들을 직접 캠핑장까지 픽업해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이 신탄진역 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돕고, 필요한 캠핑 장비를 나눠주고, 대청호 주변 생태관광 및 마을 여행도 안내한다. 이러한 과정을 ‘3go 투어(장보go, 기차타go, 캠핑하go)’라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운영하기도 했으며, 올해도 이를 지속할 예정이다.

캠핑장에서는 더 적극적인 환경 정화 활동을 포함한 ‘김 대장의 친환경 캠핑 교실’ 을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생태관광과 연계한 ‘쓰레기 줍기’, 그리고 ‘떠날 때 흔적 남기지 않기’ 등이다. 요즘은 제로 웨이스트 캠핑을 지향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지만 아직은 극소수일 뿐, 여전히 캠핑장에서는 주말마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일회용품을 많이 파는 것이 영업적으로는 이득이겠지만, 저희는 대신 캠핑장 중앙에 식기 세척장을 설치하고 대여 가능한 식판 등을 비치했습니다. 텀블러를 가지고 온 손님에게는 커피도 할인해드리고 있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점차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청호 산책로를 변화시킨 ‘줍깅’의 힘

‘여행문화학교 산책’이 진행하는 캠핑장 프로그램 중 대표적으로 ‘불멍, 물멍, 대청호 낭만산책’이란 것이 있다. 캠핑장에 앉아 계속 고기만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낮과 밤 풍경이 다른 대청호를 산책하는 생태관광을 더해 캠핑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청호 오백리길을 정비해야 했다.

“원래는 이 주변에 쓰레기가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프로그램 안에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포함시켰습니다. 모두가 집게를 하나씩 들고 자연스럽게 놀이로 참여하게 됐죠.”
줍깅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멋지고 보람찬 활동을 SNS에 적극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속적인 줍깅 활동으로 산책로의 쓰레기를 없애나가자 점차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김 대표는 이를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 설명하며 뿌듯함과 행복함을 드러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범죄율이 올라가듯 버려진 쓰레기를 방치하면 너도 나도 그곳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런데 깨끗한 곳에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대청호 주변의 쓰레기를 바로바로 줍고 이곳을 예쁘게 정비하니 언젠가부터 이곳에서 쓰레기를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줍깅을 하려면 일부러 멀리 나가야 할 정도랍니다.”

산책로를 꾸미고 단장하는 데에도 김 대표는 기발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활용했다. 근처 주택가에서 버려진 나무 문짝 두 개를 주인 허락하에 가져다 대청호 산책로 한쪽에 설치한 것. 그 선명한 색감이 대청호의 풍경과 은근하게 어우러져 지금은 이곳의 인기 있는 포토존이 되었다.

원래는 이 주변에 쓰레기가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프로그램 안에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포함시켰습니다. 모두가 집게를 하나씩 들고 자연스럽게
놀이로 참여하게 됐죠.

지속가능한 여행을 해야 할 때

김성선 대표는 ‘오지 탐험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동안 수많은 곳을 여행해 온 여행 전문가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자연 자원을 착취하고 지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오는 식의 이기적인 여행은 그만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요즘 유행 중인 차박 역시 사유지에서 불법 취사를 하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불법 차박 문제 해결을 위해 산림청에 의견을 냈어요. 친환경 서약을 한 사람들에 한해 지정된 장소에서만 취사하게 하고, 짐은 가볍게 메고 가서 마을 식당이나 지역 시장을 이용하게 하는 것으로요. 이러한 공정생태관광이 현재 강원도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정생태관광은 산과 강뿐 아니라 바다와 섬에서도 이뤄져 왔다. 청년들과 함께 섬에서 비치코밍과 낭만캠핑을 즐기는 섬청년탐사대 프로그램이 대표적 이다. 이들은 섬에 있는 동안 마을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는다. 비치코밍으로 모인 쓰레기는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이 수거해 간다. 김 대표는 이 프로그램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꿔 약탈적인 여행 대신 착한 여행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짐은 적게 가져가서 자원은 덜 쓰고 쓰레기는 덜 만드는 여행. 지역의 작고 소소한 것들과 자연 자원에서 힐링 받는 여행.
이제 모두가 그런 여행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