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대신 추억이 멈추는 역
능내역

지금은 레트로 여행의 성지로 유명해진 추억의 폐역, 능내역은 2008년까지 중앙선 철도와 열차가 지나던 역이었다. 1956년 역무원 없는 간이역으로 시작해 1967년 보통역으로 승격되어 한때는 아침저녁으로 이용객이 붐볐다. 하지만 자동차가 보편화되며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 다시 간이역으로 격하됐고 2001년부터는 신호장의 역할만 수행하게 됐다. 이후 중앙선 복선화가 시작되면서 2008년, 능내역은 폐역이 되었다.
이곳에 더이상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대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자전거가 힘차게 역 앞을 지난다. 남아있는 낡은 철길 옆으로 잘 닦인 자전거도로가 남한강을 따라 쭉 이어진 덕분이다. 자전거 여행객들은 이곳에 멈춰 역사 앞과 대합실의 나무 의자에서 잠시 다리를 쉬어 갈 수도 있다. 근처로 나들이나 산책을 나온 이들도 누구나 이곳에 들러 정겨운 옛 기차역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여행객의 쉼터이자 포토존으로 변신한 능내역에는 과거 중앙선을 애용했던 많은 사람들의 세월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역사 내부에는 지난날 이곳을 배경으로 찍었던 빛바랜 사진들이 걸려있고, 당시의 열차 시간표와 운임표도 그대로 붙어있어 이곳을 찾은 이들을 추억행 열차에 올라타게 한다.

더이상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대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자전거가 힘차게 역 앞을 지난다.

북한강이 감싸고 있는 물의정원은 과거 배가 드나들었던 곳으로, ‘뱃나들이들’이라는 옛 지명을 갖고 있다.

계절의 운치를 느끼며 걷다
물의정원

능내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옛 중앙선 철길을 개조한 북한강 철교를 지나 한참 달리다 보면 사계절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물의정원을 만날 수 있다. 물의정원은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도, 산책로로도, 나들이와 데이트 명소로도 두루 인기가 많은 수변 생태공원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도 인접해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에도 좋다.
북한강이 감싸고 있는 물의정원은 과거 배가 드나들었던 곳으로, ‘뱃나들이들’이라는 옛 지명을 갖고 있다. 물의정원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 아치형 다리의 이름도 뱃나들이교다. 뱃나들이교를 건너 액자 포토존을 지나면 옛 나루터의 정취를 상상해볼 수 있는 나룻배 모형도 설치되어 있다.
물의정원은 여름이면 붉은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노란 코스모스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여름과 가을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지만, 다른 계절에 느낄 수 없는 고요하고 쓸쓸한 정취로 가득한 겨울의 물의정원도 꼭 한번 방문해볼 만하다. 특히 겨울철엔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고니 등 겨울 철새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사찰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사계절 경치가 아름다워 등산로로도 많은 이들에게 애용된다.

운길산 중턱 고요한 명승 사찰
수종사

물의정원 인근,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이 지역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이자, 명승지로 지정된 오래된 사찰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은 이곳의 전경에 대해 시조를 통해 ‘동방 사찰 중 최고의 전망’ 이라 극찬했다. 지금까지 이곳은 인기 있는 출사지이자 일출, 일몰 명소로 꼽힌다.
사찰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사계절 경치가 아름다워 등산로로도 많은 이들에게 애용된다. 운길산 산행 겸 걸어서 수종사에 오른다면 인근 역부터 1시간 30분,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는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수종사는 다산 정약용이 차를 마시기 즐겼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이곳에는 사찰을 찾은 이들이 자유롭게 차를 마시며 쉬었다 갈 수 있는 다실 삼정헌이 자리해 있다. 삼정헌에서는 방문객이 다도 순서와 방법이 적힌 설명서에 따라 직접 다기로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다. 또한 수종사에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년 넘은 은행나무가 늠름하게 서 있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도 여전히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은행나무 옆이 바로 기막힌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사찰의 정취와 더불어 자연이 선사한 절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운길산 수종사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