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이 숨쉴 수 없게 된 지구

《IO: 라스트 온 어스》

2019년 제작된 넷플릭스 영화《IO: 라스트 온 어스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암흑의 땅이 되어버린 지구에서 수많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목성의 위성인 IO로 도피한다. 모두가 새로운 터전만을 찾아 떠날 때, 젊은 과학자 샘은 어떻게든 지구를 되살리려 생명의 흔적을 찾아 홀로 분투한다. 그러던 중 마지막 비행선을 타고 죽음의 대지를 벗어나려는 또 다른 생존자, 마이카를 만나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 주인공은 내레이션을 통해 “난 지구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우리를 쫓아낸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지구가 인간과의 공존을 거부한 시대다. 영화 속에서 인류의 멸망은 지구에게 오히려 회복과 재생의 기회가 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인류가 활동을 멈추자 빠르게 회복하는 자연의 모습을 봤던 실제 우리의 최근 상황과도 겹쳐지는 대목이다. 영화는 내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우리에게 닥칠지 모를 최악의 미래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마거릿 퀼리, 앤서니 매키, 대니 휴스턴·넷플릭스·2019

다큐멘터리

지구가 임계점을 넘기 전에

《브레이킹 바운더리: 지구의 과학》

우리 생의 터전, 지구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은 깨지고 기후는 변화 중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50여 년간 수많은 다큐멘터리의 해설을 맡아온 방송인이자 환경 보호론자 데이비드 애튼버러와 저명한 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이 함께 지구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환경 다큐멘터리 《브레이킹 바운더리: 지구의 과학》이다.
요한 록스트룀은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어가는 순간, 지구는 더 이상 우리의 아군이 아닐 것”이라 경고한다. 그는 지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아홉 가지 범주를 열거하며, 속도는 다르지만 아홉 범주 모두 한계선에 이미 들어서 있다고 말한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지구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것. 《브레이킹 바운더리》는 돌려 말하지 않고, 우리가 각성을 위해 느껴야 할 공포를 그대로 전달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요한 록스트룀·넷플릭스·2021

전시

인간의 시간이 아닌 모든 것의 시간

《대지의 시간》

지구에서 인간은 커다란 생태계를 이루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인간의 시간이란 유구한 지구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구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너무도 당연하게 모든 것을 인간 중심적 관점으로 해석하곤 한다.
《대지의 시간》은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요구되는 ‘생태학적 세계관’에 관해 성찰하는 전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학적 관점으로 공생, 연결, 균형의 회복 등에 관해 살펴본다. 국내외 작가 16인의 사진, 조각, 설치, 영상, 건축, 디자인 등 분야를 넘나드는 작품 35점이 전시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실천하기 위해 전시실 구성부터 기존의 틀을 허물었다. 전시가 끝나면 폐기물이 되는 가벽을 최소화하고, 대신 공기를 주입한 공을 설치해 작품과 관람객의 동선을 구분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한국 생태미술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가 함께 열리고 있다. 생태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2021.11.25~2022.02.27

  •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
    《그 후, 그 뒤,》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기후 비상 상황에 살고 있다. 이대로의 삶을 지속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다음이란 있을까. 전시 《그 후, 그 뒤,》는 바다로 흘러들어온 환경오염의 예후적 징조를 추적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반성적 각본을 통해 근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래를 역전할 수 있는 전환이 가능한지 묻는다. 전시는 가상현실(VR), 연극, 설치작품, 다큐멘터리 필름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장차 다가올 미래의 이미지라기보다 어쩌면 허구적 역사로서, 익숙한 세상에서 무엇이 이상한지 포착하도록 현재를 반영하고 경험하게 한다.

    부산현대미술관·2021.10.29~2022.03.01

  •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는 당신에게
    《숨 쉬는 소설》

    《숨 쉬는 소설》은 지구와 생명을 테마로 한 단편 8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작가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이 각자의 시선과 스타일로 지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냈다. 최진영의 <돌담>은 금지된 화학물질을 쓰는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의 고민을 그린다. 김기창의 <약속의 땅>은 녹아내리는 북극을 북극곰 ‘아푸트’의 눈으로 담아낸다. 이상욱의 <어느 시인의 죽음>에서는 다른 생명을 착취하며 살아온 인류가 다른 종족의 음식이 된다. 조시현의 <어스>에서는 인간의 사체가 오염 물질이 되어 지구로부터 거부당한다. 이처럼 8편의 소설은 각각의 다양한 상상으로 지구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외·창비교육·2021.08.27

  • 사계절 자연 관찰 일기
    《자연의 시간》

    황경택 작가의 신작 에세이 《자연의 시간》은 1월부터 12월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사계절의 변화를 친절히 안내하는 식물 달력이다. 작가는 2003년부터 숲 현장에서 활동한 생태 교육가이자 작은 동식물의 삶을 관찰해 그려온 만화가다. 자연 관찰이 그의 직업이자 삶인 셈. 그런 그가 매일 걸어 다니는 동네의 자연을 1년간 관찰하며 우리의 자연이 가장 빛나 보이는 순간들을 포착했다. 그가 담은 100가지 명장면은 우리 주변에 늘 있어서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망각하기 쉬운 흔한 자연의 모습들이다. 1월의 겨울 산, 2월의 까치, 3월의 귀룽나무, 4월의 앵두꽃, 5월의 토끼풀 등.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계절의 명장면들이 자연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황경택·가지·202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