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깊고 푸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부산의 바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더할 나위 없이 예쁘지만, 달리는 열차 안 유리창의 사각 프레임 안으로 관람하는 경치는 더욱 한 폭의 그림 같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에 가면 이처럼 바다가 빚은 장관을 특별한 열차에 앉아 직관할 수 있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는 국가철도공단과 부산시가 협업해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재개발한 친환경 관광 시설이다. 미포에서 송정에 이르는 4.8km 구간의 해안 절경을 따라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을 운행한다. 철로와 바다 사이로는 산책로를 조성해 천천히 걸으며 경치를 즐길 수도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그림 같은 열차가 주변의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해남부선은 1935년 일제의 자원 수탈과 일본인들의 관광을 위해 개통된 치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방 후에는 포항부터 부산을 잇는 단선 선로로 오랫동안 무궁화호가 운행됐으나, 협소한 지형 때문에 복선 전철화하지 못하고 2013년 새 선로 개설과 함께 이 구간은 폐선됐다.
무궁화호가 달리던 철로에는 이제 트램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모습의 해변열차가 관광객을 싣고 달린다. 배터리 충전 방식으로 운행되는 친환경적 열차다. 2량으로 이뤄진 열차 안에는 긴 나무 벤치가 창쪽을 향해 배치돼 있어 스크린 같은 창을 통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해변열차 위쪽으로는 공중레일을 설치해 앙증맞은 캡슐 모양의 4인승열차, 스카이캡슐을 운행 중이다. 작고 아늑한 공간안에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붓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인기가 좋다.
블루라인 파크는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 지점인 미포에서 시작된다. 반대쪽 정거장인 송정에서 출발하거나 중간의 청사포 정거장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스카이캡슐은 이중 미포에서 청사포까지의 구간만을 운행한다. 패키지권을 예약하면 스카이캡슐을 타고 청사포에서 내려 해변열차로 나머지 구간을 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미포에서 송정에 이르는 해안 구간은 과거 기관사들이 동해남부선 철로 가운데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꼽던 장소 중 하나다. 그래서 해변열차가 멈추는 미포, 달맞이 터널,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등 어느정거장에 내려도 뛰어난 해안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블루라인 파크의 출발점인 미포 정거장에서는 해운대 주변의 화려한 고층 빌딩과 동화 같은 해변열차, 드넓은 바다가 동시에 펼쳐진 진귀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바다 오른쪽으로는 동백섬과 광안대교가 보이고, 중앙으로는 이기대와 오륙도까지 감상할 수 있다. 미포를 출발한 열차가 가장 먼저 멈추는 곳은 달맞이 터널 간이역이다. 터널 바깥쪽 무지개색의 아치형 기둥은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이렇듯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지만 달맞이 터널은 1985년 북한 간첩선이 침투했던 곳으로, 지난 30여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었다.

다음 정거장인 청사포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나란히 마주 선 빨간 색과 흰 색의 쌍둥이 등대가 운치를 더한다. 청사포 등대를 뒤로 펼쳐진 마을과 자연경관은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다릿돌 전망대는 청사포마을의 수호신으로 전해지는 푸른 용을 형상화했다.
전망대 앞쪽의 다섯 개의 암초가 청사포 해안에서 해상 등대까지 징검다리처럼 늘어서 있다 하여 다릿돌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전망대 다리 하단의 투명 바닥을 통해 맑은 바닷물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갈대와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구덕포를 지나면 해변열차의 종착역인 송정 정거장에 다다른다. 국가등록문화재 302호로 등재된 송정역은 1940년대 역사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송정역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한국의 와이키키로 불리는 서핑의 성지, 송정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송정까지 모두 둘러본 후에는 열차로 미포까지 다시 돌아오거나 원하는 정거장에 내려 산책로를 따라 돌아올 수도 있다.

부산 바다의 경치를 충분히 즐겼다면 잠시 커피와 디저트로 에너지를 충전해보자. 환경을 생각하는 저탄소 여행자라면 부산에서도 친환경 비건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는 비건 로스터리 카페 소수는 우유나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채식 디저트와 음료들을 선보이는 곳이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아담한 카페지만 다양한 메뉴가 알차게 준비돼 있다. 시그니쳐 메뉴는 순식물성 크림을 올린 부드러운 비건 아인슈페너. 이 크림에 반해 카페 소수를 반복해 찾는 이들도 있을 만큼 맛이 좋은 인기 메뉴다. 그 외 아몬드 라떼, 바닐라 라떼, 헤이즐넛 라떼 등 라떼 류가 많은 편인데 모두 우유 대신 아몬드유나 두유가 들어간다.

오늘의 케이크는 매일 종류가 달라지는데, 이 날은 신선한 과일향이 가득한 초코 딸기 케이크와 바나나 케이크가 준비됐다. 케이크 역시 동물성 크림 대신 식물성 크림을 사용했으나 비건인과 논비건인 모두 만족할 만한 맛이다. 그 외에도 달콤한 비건 쿠키와 비건 마들렌 등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카페 소수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빨대부터 테이크 아웃 용기와 일회용 주방용품까지 모두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다. 일회용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가 제공되며, 테이크 아웃 시 플라스틱 대신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PLA 아이스컵이나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한다. 이 용기들은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며 매립이나 소각 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 부산시 수영구 광안로 35번길 20
• 비건 아이슈페너, 오늘의 케이크 등
• 051-761-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