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프린팅 안에 따뜻한 공존의 메시지를 녹여내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 주자,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를 만났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멋’ 좀 아는 채식 호랑이

경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키치한 패턴과 대담한 컬러. 최근 여러 셀럽을 비롯해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건타이거’의 옷들이다. 이 옷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소재’에 있다.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는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를 종식하고자 생명을 착취해 얻어낸 소재 대신 지속가능한 소재들로 제품을 만든다. ‘채식’과 ‘호랑이’라는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처럼 기존의 편견을 깨고 한계를 뛰어넘는 ‘더 진취적이고 강렬한 비건 패션’을 지향한다.
비건타이거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양윤아 대표는 비건 패션의 불모지에 손수 길을 개척해온 선구자다. 2015년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마치 처음부터 비건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탄탄히 서사를 쌓아온 듯 보이기도 한다. 그는 패션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당시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점차 동물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돼 돌연 동물보호단체로 이직했다.
그곳에서 3년간 일하면서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의 심각성을 깨닫고, 누구보다 옷을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예쁜 옷을 계속 입고 싶은 욕망과 동물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가 부딪히는 지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건 패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물 학대 없이도 진짜 멋있는 패션이 무엇인지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2015년 당시 대중들에게 비건 패션은 매우 낯선 개념이었다. 온라인으로 펀딩을 진행하면 ‘동물을 팔아 장사한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2017년 무렵부터 세계 4대 패션위크나 명품 브랜드들이 더 이상 동물의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 등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금은 많은 이들이 비건타이거를 향해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동물과 지구를 살리는 소재

비건타이거는 다양한 식물성 소재와 페이크 소재, 리사이클 소재들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로는 실크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인 모달, 텐셀, 뱀부 등과 동물 털을 재현한 각종 페이크 퍼(에코 퍼)가 있다. 페트병을 재사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동물 가죽을 대신한 선인장 가죽, 한지 가죽 등도 많이 쓰이는 소재다.
“밍크코트 한 벌을 인조 모피로 대체하면 50~100마리의 밍크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가죽과 알파카, 울 등을 폴리우레탄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 소재로 대체하면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발생량을 1/3로 줄일 수 있고요. 비건 소재들은 대부분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개발됐기 때문에 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것 외에도 환경 측면에서 훨씬 가치가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소재들은 기능적인 면에서 동물성 소재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기존 동물성 소재의 단점을 보완한 더 나은 소재들이 많다. 페이크 퍼의 경우 모피보다 관리가 쉽고 가격도 저렴하며, 모피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하게 굳거나 털이 빠지는 현상도 없다. 질감까지 매우 유사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것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모피를 똑같이 재현하기보다 오히려 페이크 퍼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페이크 퍼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패션 소재로서 떠오른 것이다.
비건타이거는 소재뿐 아니라 디자인 안에도 지속가능성과 공존의 가치를 담아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양 대표는 주로 동물과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강연 등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호랑이, 돌고래, 코끼리 프린팅 컬렉션의 경우 야생동물을 착취하는 관광 산업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자 이를 유쾌하고 행복한 동물 본연의 모습으로 표현했어요. ‘모피 농장의 유령들’이란 컬렉션은 모피 농장에서 태어나 억울하게 살다 죽은 밍크들이 유령이 되어 떠돈다는 상상력을 담았습니다.”

비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건이 지향하는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작은 실천에서부터 비건 지향적 삶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비건 라이프의 확장을 꿈꾸다

양윤아 대표는 2016년부터 매년 ‘비건 페스티벌’도 함께 운영해오고 있다. 비건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음식, 패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고 누구나 비건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다. 그는 비건타이거의 초창기에 그곳에서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팬들을 많이 만났다.
“비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건이 지향하는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작은 실천에서부터 비건 지향적 삶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비건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이미 채식을 실천해오신 분들에게는 그날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 비건 페스티벌의 목적이었습니다.”
마음 맞는 몇 명이서 최소한의 예산으로 시작했던 페스티벌은 1회 때 500명 방문을 목표로 했으나 무려 1,800명의 방문객을 모았다. 매년 더욱 입소문을 타서 처음 40개였던 부스가 80개까지 늘어났고, 코로나 이전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페스티벌에는 총 1만 4,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의 목표가 있다면 비건타이거가 패션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 비건 페스티벌처럼 더욱 폭넓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한 건물 안에서 비건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구는 괴로울 테니까, 지구를 덜 해롭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글로벌 비건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