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추억과 불빛이 모여드는
경춘선 숲길과 화랑대 철도공원을 걸었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 쉼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은 ‘공트럴 파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도심 공원, ‘경춘선 숲길’이다.

도심 속 푸른 산책로

경춘선 숲길

서울 공릉동, 정겹게 녹이 슨 폐철로를 따라 평화로운 풍경의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쉼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은 ‘공트럴 파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도심 공원, ‘경춘선 숲길’이다. 2010년 열차 운행이 중단된 후 방치됐던 경춘선 폐선 부지를 새롭게 단장한 공간이다. 국가철도공단과 서울시 등 여러 유관기관이 협업해 철로 주변으로 꽃과 나무를 심고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했다. 벚꽃 피는 봄부터 푸른 잎이 우거지는 여름, 단풍 지는 가을, 눈 쌓이는 겨울까지 사계절 모두 운치가 있어 사람들의 걸음이 일 년 내내 이어진다.
총구간 길이 약 6km에 이르는 경춘선 숲길은 서울에서 철길 원형이 가장 길게 남아있는 길이기도 하다. 산책로는 경춘철교 일대부터 공릉동 도깨비시장, 구 화랑대역을 지나 담터마을까지 이어지며, 총 3개 구간을 모두 완주할 경우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화랑대 철도공원이 위치한 3구간이다. 운행을 멈춘 열차들이 전시된 테마공원으로, 옛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구 화랑대역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춘선은 1939년에 개통한 철도다. 당시 대부분의 철도가 일제의 침탈용으로 부설됐던 것과 달리 우리 민족 스스로 산업 육성을 위해 건설한 철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한때 설레는 마음으로 MT를 떠나는 수많은 청춘들을 싣고 달리던 구간이었지만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폐선됐다. 현재는 무궁화호 대신 전철과 ITX-청춘 열차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고 있다.

추억이 달리는 열차 박물관

화랑대 철도공원

경춘선 숲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화랑대 철도공원은 구 화랑대역 주변 터에 오래된 열차들과 각종 열차 테마 즐길 거리를 전시한 공원이다. 1950~70년대 국내에서 운행됐던 협궤열차와 증기기관차, 일본과 체코에서 온 이국적인 노면전차, 대한제국 시절 운행됐던 황실 노면전차, 2000년대까지 운행했던 퇴역 무궁화호 등 다양한 열차의 외부와 내부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체코 프라하에서 온 빨간 ‘T3 트램’의 내부는 현재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무궁화호 내부에서는 ‘타임 뮤지엄’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구 화랑대역은 등록문화재 300호로 지정된 근대문화유적이다. 일제강점기 건립 당시의 건물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원래의 역명은 태릉역이었으나 이곳으로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해오며 화랑대역으로 개칭됐다. 현재 역사 내부는 경춘선과 화랑대역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화랑대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억의 대합실과 열차 내부 모습을 재현해 놓았으며, 화랑대역과 관련된 옛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옛날 승차권과 역장의 제복, 전호등과 전호기, 색 바랜 행선판 등이 향수를 자아낸다.
해가 질 무렵이면 철도공원 안에 불빛정원이 조성되며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낮에는 레트로 감성의 테마 공원이었다면 저녁엔 아름다운 불빛과 미디어 아트가 수놓는 예술 공원으로 변신한다. 무궁화호 앞에 설치된 기차 모양의 대형 미디어 글라스에서는 형형색색의 그림전이 펼쳐진다. 구 화랑대역 건물 외벽도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쇼를 펼쳐 보인다. 이 외에도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3D 기차놀이터, 동화나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불빛터널과 오색찬란한 각종 조형물이 공원의 밤을 빛으로 장식한다.
낮에는 레트로 감성의 테마 공원이었다면 저녁엔 아름다운 불빛과 미디어 아트가 수놓는 예술 공원으로 변신한다.

음료를 배달하는 꼬마 기차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화랑대 철도공원 안에는 기차를 테마로 한 이색적인 카페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한눈에 마음을 빼앗길 만한 공간이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유리 전시장 안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기차 미니어처가 눈에 들어온다. 진열된 기차들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 기차의 모양을 똑같이 재현한 초정밀 모형들이다.
카페 1층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창가를 따라 이어져 있는 작은 레일을 발견할 수 있다. 메뉴를 주문하면 바로 이 레일을 따라 귀여운 모형 기차가 음료를 좌석까지 실어다 준다. 이것 외에도 카페는 구석구석 섬세하고 충실하게 기차 콘셉트를 구현해 놓았다. 좌석마다 역 이름이 붙어있으며, 좌석과 레일 사이 투명한 칸막이도 기차 모양을 하고 있다. 천장 쪽에 설치된 공중 레일 위로도 계속해서 꼬마 기차가 달린다. 이곳의 또 다른 씬스틸러는 20분마다 발사되는 모형 우주선이다. 천장을 향해 솟아오를 때마다 뽀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카페 안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카페의 모든 커피와 음료는 재활용 컵이나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컵에 제공된다. 대표 메뉴는 콜롬비아, 멕시코 등 전 세계의 고급 생두를 전문가가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류다. 향후 화랑대 철도공원과 기차 테마 카페의 특색을 살린 시그니처 음료도 선보일 예정이다.
  •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608

    화~일 12:00~22:00

    02-2116-4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