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SPECIAL

PLACE

잠들어 있던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깨어나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공간은 ‘역사’를 지니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의 구조와 역사를 간직한 채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writer. 황혜민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공간은 ‘역사’를 지니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의 구조와 역사를 간직한 채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writer. 황혜민

파리의 애물단지에서

랜드마크로

센 강변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더불어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인상파 회화를 비롯한 19세기 미술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인상주의 천국’ 혹은 ‘인상주의 낙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환상적인 빛의 세계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오르세’라는 미술관 자체일 것이다. 황금색 시계가 걸린 커다란 창과 32m 높이의 거대한 유리 돔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오르세 미술관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오르세 미술관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더한다. 오르세 미술관의 건물은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최를 맞이해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자 호텔이었다. 빅토르 라루(Victor Laloux)에 의해 완성된 오르세 역은 주변의 우아한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사상 최초의 전기도시철도 역으로 완공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르세 역은 1900년부터 1939년까지 프랑스 서남부를 잇는 최고의 기차역이었으며, 부속 호텔은 많은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기차가 점점 길어지고 운행 시스템이 진보함에 따라 오르세 역은 점차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1939년 이후부터는 기차 운행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1973년 호텔마저 문을 닫으면서 폐쇄 위기를 맞게 된다. 파리의 상징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오르세 역은 1970년대 초반 19세기 건축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서 미술관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얻는다. 프랑스 정부는 우선 오르세 역을 ‘역사 기념물’로 지정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1986년 12월 1일 오르세 미술관을 개관한다. 2011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한층 젊어진 오르세 미술관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술관이자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고대와 중세,

    현대를 잇는 예술의 기차역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의 건물 구조를 최대한 살린 독특한 공간이다. 미술관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며 저마다 특색 있는 관람 동선을 제공한다. 가장 저층에는 중앙 축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으며, 중간층의 테라스는 저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동시에 또 다른 전시장으로 개방되어 있다. 가장 상층은 로비 위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인상주의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회화, 조각, 건축은 물론 사진,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어 이 시기의 전반적인 문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인상주의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 후반에 제작되었던 회화, 조각, 가구, 포스터, 액세서리 등을 루브르 박물관과 프티 팔레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이처럼 오르세 미술관은 고대와 중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를 잇는 시대적인 가교, 예술의 기차역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인상주의 천국’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

    오르세 미술관의 영구적인 컬렉션은 5층에 걸쳐 예술 운동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각상과 웅장한 규모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 0층(한국의 1층)에서는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의 <이삭 줍는 여인들(Des glaneuses)>을 만날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으로 19세기 당시 농촌 사회 속 최하층 계급의 빈곤한 삶을 묘사했다. 또한 새로운 전시회는 항상 여기서 열린다. 현재 스페인의 독창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 대한 전시가 7월 17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올여름 파리 방문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자.
    미술관을 관람할 시간이 촉박하다면 5층부터 관람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마네, 모네, 세잔, 고갱,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은 5층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마네(Manet Edouard)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Le déjeuner sur l’herbe)>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아를의 침실(La chambre de Van Gogh à Arles)> 등 인상주의 회화의 정수를 한 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파리의 도시재생은 무려 1950년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기간 도시재생을 진행한 만큼, 파리에는 오르세 미술관 외에도 많은 도시재생지가 있다. 새로운 도시재생 공간을 만나고 싶다면 리브고슈 지구와 베르시 지구를 방문해도 좋다. 리브고슈 지구는 철도로 단절된 낙후지역에 인공지반을 조성하여 새로운 생활공간을 마련했으며, 운송업의 발달로 텅 빈 와인 창고만 남은 베르시 지구는 베르시 빌라쥬와 공원으로 재탄생해 쇼핑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