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전한 철도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형 열차제어 시스템 KTCS-2 시범사업의 현장 시공 관리를 총괄한 대아티아이 우창수 전무를 만났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첨단 기술 구축 뒤의 숨은 노력들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다양한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철도의 핵심 설비인 열차제어 시스템은 열차가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 거리와 최적의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선진화된 해외 신호기술에 의존해왔지만 올해 4월부터는 독자적인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열차제어 시스템 KTCS-2(Korea Train Control System-Level2)가 시범사업으로 전라선 전 구간에 적용됐다.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전문 업체 대아티아이의 우창수 전무는 이번 시범사업의 현장대리인으로서 현장을 책임지고 전체 시공 관리를 총괄했다. 그는 KTCS-2가 2018년부터 약 5년에 걸쳐 개발, 설치, 실용화된 첨단 신호 기술이며, 향후 KTCS-2로 인해 열차 운행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 소개했다.
“KTCS-2는 세계 최초로 철도전용 무선통신망 LTE-R을 접목해 개발한 시스템입니다. 앞으로 KTCS-2가 전 구간에 상용화되면 신호 시스템의 제약 없이 노선간 연계운행이 가능해지고, 기관사는 더이상 신호기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모니터를 통해 이동 권한과 제한 속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의 확대에 앞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기에 참고할 자료도 부족하고 실용화하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번 전라선 KTCS-2 시범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도 선진국의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새로 개발된 장비의 기능 구현을 위해 며칠 밤낮을 매달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허탈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마침내 안전한 철도 운행을 보장할 수 있게 됐을 때는 그만큼 큰 희열을 느낍니다.”
우창수 전무는 자신의 노력이 가족과 지인들을 비롯한 모든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철도 이용과 신속하고 정확한 물류 수송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제가 개발한 시스템이
열차의 안전하고 정확한 운행을
제어한다는 점에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철도안전을 위해 달려온 30년

현장대리인의 현장 업무는 보통 오후에 시작된다. 시범사업 구축 기간 동안 우창수 전무는 출근 후 먼저 도면 정리, 자재 수급 등 서류 업무를 처리한 뒤, 다음날 작업할 부분에 대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열차가 운행을 멈추는 시간이 되면 본격적으로 현장에 들어가 야간 작업을 시작했다. 선로변에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부터 콘크리트 기초 공사, 통신과 전원 케이블 공사 등이 모두 이때 이뤄진다. 현장의 선형 변경에 맞춰 철도교통 관제센터의 시스템을 바꿔주는 작업도 대부분 야간에 진행된다.
전라선 KTCS-2 시범사업이 개시를 마친 현재는 우창수 전무도 현장대리인 임무를 완수하고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매일 아침 전국 각지의 야간 작업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점이나 장애는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우 전무는 현재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처음에는 포항제철소에서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설계, 개발, 구현하는 일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3년 서울지하철 5호선 관제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철도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제가 개발한 시스템이 열차의 안전하고 정확한 운행을 제어한다는 점에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철도와의 인연이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5호선 관제 시스템 개발 이후 그는 지하철과 국철 관제실 관련 일들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다 2006년에는 5개 지역 관제실을 하나로 통합하는 철도교통 관제센터가 준공되면서 그는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주로 철도 운행량이 적은 야간에 이뤄집니다.
승객 여러분이 잠드신 한밤에도 여러분의
안전하고 쾌적한 철도여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술보다 사람, 성과보다 안전이 우선

그가 오랫동안 철도 시스템 관련 일을 해오면서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기술개발 자체가 중요시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편리함을 넘어 사람을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승객이 더 안전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이 철도 현장에 접목되고 있으며, 철도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도 더욱 개선되고 있다.
“현장에서도 과거에는 성과 위주였다면 지금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됩니다. 특히 야간 선로변 작업을 할 때는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으면 작업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업자 외에 최소 5명의 안전을 위한 인원을 따로 배치하고, 작업 전 철저한 점검을 통해 안전 미비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보완조치 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철도 현장에 작업자 1명이 들어가려면 무조건 5명이 한 조가 되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작업 책임자 1명과 철도 운행 안전 관리자 1명, 열차 감시원 2명이 동행하는 것이다. 작업자 수가 많아지면 동행하는 인원도 늘어난다.
우창수 전무를 비롯해 철도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 대부분은 안전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오늘날 철도가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첨단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더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 전무는 마지막으로 철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철도를 이용하는 모든 승객들에게 부탁과 다짐의 말을 전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주로 철도 운행량이 적은 야간에 이뤄집니다. 승객 여러분이 잠드신 한밤에도 여러분의 안전하고 쾌적한 철도여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더욱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