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진 산자락 굽이굽이 놓인 철길을 따라 추억의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여름 속을 달려보자.
푸른 대자연 속 철도 테마 마을
하이원 추추파크
강원도 삼척과 태백 사이, 푸르고 웅장한 태백산맥 산등성이에 재미있는 기차 마을이 숨어있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동화 속 마을 같은 이곳은 철도를 주제로 한 체험형 테마파크, ‘하이원 추추파크’다.
과거 탄광촌이던 지역의 폐선 철도를 활용해 다양한 이색 열차들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과거에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도 위로 지금은 관광용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등이 달리고 있다. 테마파크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미니트레인과 놀이기구, 키즈카페와 각종 오락시설도 구비되어 있으며,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다.
하이원 추추파크의 메인 역인 추추스테이션에 들어서면 옛날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스위치백 트레인’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우리가 평소 이용하는 일반적인 기차와 달리 지그재그 구간을 앞뒤로 번갈아 달리는 이색적인 열차다. ‘스위치백(Switch Back)’이란 경사가 가파른 산악지역을 열차가 한 번에 오를 수 없어
‘갈 지(之)’자 형태로 운행되도록 만든 철도 구간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1963년에 영동선 도계역~나한정역~흥전역~통리역 구간에 설치된 것이 유일한데, 2012년 철도개량사업이 완공되고 솔안터널이 개통하면서 더 이상 정규열차가 다니지 않게 됐다. 현재는 이를 추추파크에서 체험용 스위치백 트레인으로 부활시켜 이용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3량으로 구성된 스위치백 트레인 내부는 옛 기차의 모습을 살린 레트로풍으로 꾸며져 있다. 객차의 첫 번째 칸과 두 번째 칸의 콘셉트가 달라 내부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 칸은 창문 없이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 칸으로, 철도를 따라 자연 속을 달리는 기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열차가 터널 안을 지날 때면 잠시 객차 안에 불이 꺼지며 창밖으로 별이 반짝여 마치 은하수 터널을 지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구간에서는 추억의 열차답게 만화 ‘은하철도 999’의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스위치백 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부터 흥전 삭도마을까지 16km 왕복 구간을 운행하며, 소요 시간은 약 110분이다. 추추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심포리역을 지나 흥전역에 닿으면 열차는 잠시 멈춰 선 뒤 거꾸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한정역을 지나 흥전 삭도마을에 도착하면 30분간 정차한다. 승객들은 삭도마을에 잠시 내려 주전부리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근처에 마련된 탄광촌 콘셉트의 트릭아트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할 수도 있다.
스위치백 트레인을 타고 다시 추추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면 또 하나의 이색 체험을 선사할 레일바이크를 타러 가보자. 추추파크의 레일바이크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산악형 레일바이크다. 태백준령이 내려다보이는 해발 720m 정상에서 최고 25km/h의 속도로 산기슭을 내달린다. 처음 1분 정도만 페달을 밟아주면 그 뒤로는 내리막 구간이기에 힘들이지 않고 레일 위를 세차게 달리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사방으로 초록색의 풍경이 정신없이 스쳐 가고, 12개의 터널 안을 지날 때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레일바이크는 통리역에서 추추스테이션까지 7.7km 구간을 운행하며, 약 30분에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깊은 산골 신비로운 폐역
심포리역
심포리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이 깊다는 도계읍 심포리의 산골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작은 폐역이다. 온통 푸른 경치에 둘러싸여 홀로 철길 앞을 지키고 있는 낡은 폐역의 모습이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낯설고도 신비롭다. 스위치백 트레인을 타고 가며 창밖으로 잠시 구경할 수 있고,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면 추추스테이션에서 오솔길과 폐철로를 따라 약 5분 정도 걸어 도착할 수 있다.
심포리역은 2017년 개봉했던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역사 외벽에는 지금도 빛바랜 영화 포스터와 스틸컷을 담은 액자들이 걸려있다.
이곳에 열차가 다니던 시절, 심포리역은 신호장 역할을 하던 역이었다. 신호장이란 단선 구간에서 열차의 교차 운행과 대피를 위해 설치한 정거장을 말한다. 지금도 심포리역 역사 내부에 오래된 선로 차단 작업 장비가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심포리역은 깊은 산악지대 경사지에 위치해 피난선이 설치됐던 역이기도 하다. 피난선은 급경사로 인해 열차의 제동력을 상실했을 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본선과 고도차를 둠으로써 열차를 정지시키는 안전장치다. 현재는 그 모습이 남아있지 않지만, 과거에는 피난선이 산허리를 돌아 하늘로 솟아 있다 하여 ‘은하철도 999 열차 발사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