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SPECIAL

PLACE

시대의 유산에

새로움을 더하다

문화비축기지

우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생활에 필요한 것을 비축해두곤 한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를 모아두던 장소에서 현재는
문화를 모아두는 장소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writer. 황혜민 sources. 문화비축기지

O I L T A N K C U L T U R E P A R K
우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생활에 필요한 것을 비축해두곤 한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를 모아두던 장소에서 현재는
문화를 모아두는 장소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writer. 황혜민 sources. 문화비축기지

O I L T A N K C U L T U R E P A R K

산업화 시대의 유산에

문화를 더하기까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시장을 비롯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원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거대한 탱크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과거 석유를 비축하던 장소였다. 서울시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민생 안정과 원활한 원유 공급을 위해 1976~ 1978년 매봉산 자락에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지름 15~38m, 높이 15m 탱크 5개가 건설되었으며 당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 리터를 보관했다. 1급 보안시설로 약 40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하지만 2002한일월드컵 개최 확정과 함께 인근에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며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위험시설로 분류되었다. 2002년 12월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저장되어 있던 석유를 다른 기지로 이전하며, 결국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되었다. 10년 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비축기지로의 변신이 결정되었다. 2014년부터 추진된 재생 산업은 기존 탱크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그대로 활용해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부지에 남아있던 수림을 최대한 보존하고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을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은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새로움을 더해 그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색다른 풍경으로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석유 대신

문화를 담아내는 탱크

매봉산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 올라가면 산 정상에서 문화비축기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문화비축기지의 가운데는 문화마당이라는 야외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6개의 탱크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T0. 문화마당’은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으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광장이자 대규모 공연이나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유리로 된 벽체와 지붕을 얹은 ‘T1. 파빌리온’은 문화비축기지를 둘러싸고 있는 매봉산을 감상하기 적격인 곳이다. 투명한 유리벽과 천장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날씨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경유를 보관하던 T2 탱크는 공연장이 되었다. 이곳은 탱크를 해체하며 외형을 따로 구축하지 않아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덕분에 하늘과 바람, 산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석유비축 당시의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 탱크원형’은 후손들에게 남겨줄 귀중한 시대의 유산으로 석유비축기지가 세워진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 경제 상황을 자연스레 되돌아볼 수 있다. 역사를 잘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T5. 이야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린 ‘T4. 복합문화공간’에서는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T6. 커뮤니티센터’는 T1과 T2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활용해 새로운 건축물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사무실과 창의랩, 강의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듯 과거 석유를 보관하던 탱크들은 각자 기능과 역할을 얻어 새로운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내일 더 새로워지는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는 코로나19로 다양한 문화 행사에 목말랐던 시민들을 위해 연극 <광장의 안티고네>, <제5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인탱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해설사와 함께하는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진행되는 시민투어는 문화비축기지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문화비축기지의 역사와 이야기를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다.
서울에는 문화비축기지 외에도 서울로 7017, 하늘공원 등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움을 더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서울로 7017은 차량이 다녔던 노후된 고가 도로를 사람이 다니는 길로 재탄생시킨 도시재생공원이다. 다양한 식물들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고 서울역을 포함한 서울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다. 또한 쓰레기 매립지에 만들어진 하늘공원은 여름에는 시원한 한강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문화비축기지에서 가까우니 함께 둘러보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