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작아 재활용되지 못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는 서울환경연합의 이동이 사무처장을 만났다.
묻지도 태우지도 않고, 빻아서 씁니다
성수동의 작은 골목, ‘플라스틱 방앗간’이라 적힌 자원순환 공간에는 주말마다 형형색색의 병뚜껑을 든 사람들이 참새처럼 모여든다. 이곳에서 병뚜껑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잘게 빻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플라스틱 방앗간이란 이름으로 2020년부터 운영되어온 이 캠페인은 비영리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의 자원순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동이 사무처장은 ‘프레셔스 플라스틱’이란 해외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차용해 한국 버전인 플라스틱 방앗간을 기획했다.
“서울의 경우 4개의 자치구에서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이 하나의 선별장에 모이는데 그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병뚜껑처럼 사람 손으로 일일이 집어내기 어려운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선별 과정에서 탈락해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그런데 병뚜껑도 굉장히 활용이 용이한 플라스틱이거든요. 이걸 동네에서 깨끗하게 선별해 재활용하는 실험을 해보고자 플라스틱 방앗간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재활용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방앗간은 시작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참새클럽이란 애칭을 가진 시민 참여자들은 직접 모아온 소형 플라스틱을 방앗간에 반납하고 리워드를 받아간다. 그렇게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재질별, 색깔별로 분류된 후 분쇄된다. 이를 녹여 가공하면 튜브 짜개, 비누 받침, 카라비너, 병목 고리 따개 등 다양한 친환경 새활용품이 탄생한다
“아무래도 저희가 환경운동가들이다 보니 기계나 금형 디자인, 설계 등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꽤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러다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노플라스틱 선데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설비를 구축하고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죠.”
처음에는 택배로 플라스틱을 수거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고려해 참여자가 직접 방문해 반납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장소가 멀어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역별 제로웨이스트 숍이나 학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수거 공간도 확보했다.
“지역별로 모인 플라스틱은 각 동네의 재활용 작업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3년간의 예산 지원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공간 운영보다는 교육 위주나 팝업 형태의 활동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병뚜껑 등이 제작되지 않도록 기업에 생산 단계에서의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도 해나갈 계획입니다.”
자원순환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기후 위기 관련 보고서들을 보면 2050년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환경문제를 미래 세대 이야기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현재 세대의 문제로 봐야 하는 거죠.
그래서 되도록 많은 실천들을 함께 해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