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 지키고 두피도 지키는 착한 샴푸가 있다? 국가철도공단 직원들이 조물조물 반죽하고 정성스레 빚어 만든 친환경 샴푸바 제작 현장을 공개한다.
플라스틱 용기를 없애는 작은 용기
씹어서 거품을 내는 고체치약부터 비누 형태의 설거지바, 샴푸바까지. 플라스틱 용기 없이 사용하는 고체형 친환경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보고자 마음먹은 제로웨이스트 입문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액상 샴푸가 담긴 샴푸통은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 등의 부속품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해체해 분리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샴푸통을 열심히 물로 헹궈 플라스틱 수거함에 버린다고 해도 온전히 재활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샴푸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고체형 샴푸, 즉 샴푸바에 있다. 샴푸바는 액상 샴푸를 압축해 딱딱하게 제작한 것을 말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을 필요가 없으므로 비누처럼 선반 위에 올려두고 쓰거나 비누망에 넣어 벽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다. 샴푸바의 또 다른 장점은 액상형 샴푸에 다량 첨가되는 정제수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액상 샴푸보다 유효성분이 고농축으로 담긴다는 점이다. 작은 크기의 샴푸바 하나가 액상형 샴푸 2~3통 분량을 압축한 것이라 보면 된다. 우리가 샴푸바 하나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2~3개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투박해도 귀여운 수제 샴푸바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첫걸음이 되어줄 샴푸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철도공단 식구들. 오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만들어볼 샴푸바는 특히 탈모 예방 효과에 중점을 둔 샴푸바로, 약산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 들어가는 재료는 크게 분말형 약산성 계면활성제와 분말형 첨가물, 액상형 원료와 에센셜오일로 나뉜다. 분말형 첨가물에는 피부 진정과 항염 작용을 하는 알란토인과 보습 효과가 있는 네추럴베타인, 탈모 기능성의 나이아신아마이드, 모발 강화를 위한 케라틴 파우더, 단백질을 보충해줄 실크아미노산 파우더 등이 포함됐다. 실크아미노산 파우더는 천연샴푸의 단점인 뻣뻣함을 부드러움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액상형 원료들은 모두 생분해 성분의 친환경 재료들로 준비됐다. 보습 효과를 주는 글리세린과 탈모를 예방하는 로즈마리 하이드로졸, 머리카락을 길러주는 작용을 하는 호호바 오일 등이다.
먼저 장갑을 착용한 후 액상 재료들부터 용액별로 정해진 양만큼 계량해 하나의 비커에 넣은 후 잘 섞어줬다. 오일류의 재료들은 스포이드를 이용해 소량씩 떨어뜨려 줬다. 다음은 넓은 볼 안에서 분말과 액체를 모두 섞어 반죽할 차례. 분말류를 섞거나 반죽할 때는 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질퍽하게 반죽을 잘 섞어준 후에는 준비된 코코아 가루, 파프리카 가루, 핑크솔트 등 분말형 천연색소를 넣어 원하는 색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원하는 크기, 원하는 모양으로 주물주물 샴푸바의 형태를 빚어나갔다. 자연 원료에서 온 은은한 색에 동글동글한 모양이 흡사 방금 빚은 떡처럼 보이기도 했다. 샴푸바 윗면에는 각자 조그맣게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완성된 샴푸바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충분히 건조한 후 사용할 수 있다. 샴푸바를 비누망에 넣어 벽에 걸어두고 사용하면 쉽게 무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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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료 분말상 계면
약산성 계면활성제 분말상 첨가물
전분, 점증제, 알란토인, 네추럴베타인, 케라틴 파우더, 실크아미노산 파우더, 구아클로라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액상
아미노산계 음이온 계면활성제, 글리세린, 로즈마리 하이드로졸, 호호바 오일, 덱스판테놀, 1·2 핵산다이올, 에틸헥실 글리세린
에센셜 오일
그레이프 프룻, 레몬그라스, 일랑일랑 complete, 패츌리
1액상 원료와
에센셜오일을
별도의 비커에
계량한다.
2분말상 계면활성제에
액상 첨가물을 넣고
분말에 액상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혼합한다.
3분말상 첨가물이 담긴
넓은 볼에 색을
내고 싶은 천연분말을
혼합한다.
43에 2의 원료를
혼합해 반죽하듯
주물러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다.
5간단한 문양이나
이니셜 등을 찍어준 후
하루나 이틀 정도
건조시킨다.
6건조가 끝난
샴푸바는 비누망에
넣어 사용한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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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계획처 총사업비부
차효정 차장
비누가 샴푸보다 친환경적이고 탈모에도 좋다고 해서 최근 미용비누로 머리를 감고 식초 2~3방울로 마무리해오고 있었는데 마침 샴푸바 만들기 체험자를 모집한다기에 참여했습니다. 재료를 넣고, 반죽을 하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자녀를 위해 뭔가를 만들기는 해봤어도 오로지 저를 위한 시간은 오랜만이었네요. 안 그래도 요즘 지구가 불편한 것 같아 작게나마 뭐라도 시작하고 싶던 차였는데 환경에 좋은 고체샴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보니 뿌듯합니다. 식초 마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일반 비누보다 더 편리하고요. 앞으로도 쭉 사용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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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안전합동혁신단 총괄계획부
조성희 사원
최근 들어 우리 공단이나 언론에서 ESG, 제로웨이스트 등의 키워드를 자주 접해 플라스틱 줄이기에 대한 경각심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실천해본 것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체험이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재료를 배합할 때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실험했던 경험이, 반죽할 때는 엄마와 수제비를 만들던 경험이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완성된 샴푸바를 직접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거품이 잘 나서 놀랐습니다. 헹굴 때는 살짝 뻑뻑한 듯했는데 말리고 나니 전혀 푸석하지 않고 모발 빠짐도 덜 했습니다. 모발에도 환경에도 좋은 샴푸바 사용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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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조정실 기획총괄부
장이주 사원
그동안 머릿결이나 탈모에 도움이 되는 샴푸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플라스틱 없는 고체형 샴푸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직접 샴푸바 재료를 섞고, 반죽하고, 열심을 내어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 어린 시절 찰흙놀이를 하는 것 같아 확실한 기분전환도 됐습니다. 계량기에 향료를 방울 단위(dr)로 떨어뜨렸는데 그게 계산이 된다는 것도 신기했고요. 샴푸바를 사용해보니 이튿날에도 상당히 뽀송한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샴푸바로 머리를 감으면 거품이 안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나 했는데 걱정과 달리 거품도 잘 나고 세정력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