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세상의 속도를 크게 바꾼 발명품 중 하나다.
철도 속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writer. 전하영

마차(馬車)를 대체할

철마(鐵馬)의 탄생

오늘날 우리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으로 하루 만에 왕복 출장이나 여행이 가능한 일일생활권 시대에 살 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주역이 바로 철도다. 철도가 없던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평생 자신이 태어난 지역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주로 소와 말이 수레를 끌어 사람과 화물을 운반했는데, 이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의 철도와 유사한 수레 전용길을 만들기도 했다. 1550년대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지금의 철도와 똑같은 원리의 나무길이 설치되기도 했는데, 약한 나무 재질의 특성상 쉽게 훼손되고 속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1700년대에 이르러서야 철제 레일과 증기기관이 발명됐고, 1804년에는 마침내 8km/h 속도로 철로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상용화된 건 한참 뒤인 1825년이다. 영국이 스톡턴에서 달링턴까지 40km 구간에 세계 최초의 철도 운행을 시작했다. 속도는 10~20km/h로 지금의 자전거 수준에 불과했으나 마차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한 ‘철마’의 첫 등장이었다.
우리나라에도 1899년 인천과 경성을 잇는 경인선이 개통하며 철도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운행한 증기기관차의 속도는 20~22km/h 정도로, 제물포에서 노량진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당시 걸어서는 12시간, 배로 9시간 30분이 걸리던 거리였기에 가히 속도의 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속도 혁신,

고속철도의 등장

철도의 종류는 속도에 따라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로 나뉜다. 200km/h 이상으로 운행되는 철도를 고속철도라 하며, 우리나라의 KTX와 SRT가 이에 해당한다. 일반철도는 200km/h 미만으로 주행하는 철도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대표적이다.
철도의 속도는 1960년대 이후 급격히 향상됐다. 그 이전까지는 최고속도 100km/h 이상이면 고속철도라 불렀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는 1964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1981년 프랑스, 1991년 독일, 1992년 스페인에서도 고속철도가 등장했고, 2004년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우리나라에 고속철도가 개통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속철도는 1899년 국내 최초의 증기기관차보다 10배 이상, 새마을호보다 2배 이상 빠른 300km/h의 속도를 자랑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하는 속도다. 고속철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최고속도 421km/h의 초고속열차 해무(HEMU-430X)도 개발된 상태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서울과 부산 사이를 20분 이내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튜브(또는 하이퍼루프)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튜브는 공기저항 없는 아진공 튜브 내에서 자기력으로 차량을 부상시키는 시스템으로, 1,00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는?

현재 운행하는 열차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는 중국 상하이에서 운행 중인 자기부상열차 마그레브다. 최고속도가 무려 460km/h에 달한다. 바로 그 뒤를 잇는 2위 열차 역시 중국의 CR400 푸싱호로, 최고속도는 349km/h다. 정기운행 열차 중에서는 푸싱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빠른 열차는 최고속도 330km/h의 독일 열차 ICE3, 네 번째로 빠른 열차는 322km/h의 JR 동일본 E5계다. 한국의 KTX는 305km/h로 세계 8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철도 속도에도

종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가릴 때는 최고속도(Maximum Speed)를 비교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도의 속도는 최고속도가 아닌 표정속도(Commercial Speed)를 의미한다. 표정속도란 교통수단의 운행 속도를 정차 시간을 포함한 소요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KTX 001, 002 열차의 표정속도는 191.19km/h다. 이 열차는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13분 만에 도착한다.
철도 속도를 나타내는 말에는 표정속도와 최고속도 외에도 균형속도(Balance Speed), 평균속도(Average Speed), 제한속도(Limit Speed, Control Speed)가 있다. 균형속도는 열차의 견인력과 견인 차량의 열차저항이 서로 같아 등속운전을 할 때의 속도를 말한다. 즉, 원심력에 의한 가속도가 없을 때의 주행속도다. 평균속도는 역간 운전 거리를 정차 시간을 제외한 순수 운전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정차역이 많은 열차일수록 평균속도가 표정속도보다 크다. 마지막으로 제한속도는 선로 조건 및 운행선 인접 공사 등 여건에 따라 속도를 제한하는 경우의 속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