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교통은 철도와 같다.
행성은 시계처럼 정확한 간격으로 태양의 주위를 돌며, 성간 우주선은 별들이 정한 시간표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운행하고 있다. 이동 거리가 아주 조금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소모되는 연료의 양이 극단적으로 늘어나기에, 우주선은 언제나 철저히 계산된 최선의 경로만을 택하게 된다.
행성과 행성이 근접하는 한 달여의 짧은 회합기가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선들이 분주히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 루트를 따라. 우주는 막막한 바다가 아니다. 별과 별 사이엔 수학으로 증명한 단 한 줄의 명료한 경로만이 존재할 뿐이다. 모두가 같은 선을 따라 움직인다. 마치 열차처럼.
당신과 내가 이 책상 위에서 함께 그은 선을 따라.
* * *
당신은 떠난다. 아마도 오늘. 최단 거리까지 가까워진 화성과 지구는 오늘을 기점으로 점차 멀어지기 시작해 승차권 가격이 하루에 세 배씩 비싸지고, 일주일 후부터 750일간 노선 운행이 중지된다. 가격도, 운행 계획도, 모두 당신과 내가 정한 계획표대로다.
“한세경 과장님, 화성으로 언제 출발하세요?”
나는 매섭게 당신을 추궁한다. 하지만 목소리에 감정을 싣지 않은 탓에, 나의 말투는 지독히도 평온하다.
“글쎄.”
짧게 답을 뱉는 당신의 목소리 또한 평온하다. 항상 그랬다. 당신은 무심하다. 내게도, 세상에도. 그저 할 일을 할 뿐이라는 듯이. 일이니까. 해야 하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고 길을 잇는 건 당신에겐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다.
책상을 정리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책상 위에 놓인 당신의 개인적인 물건은 다 합쳐 에코백 하나 분량도 되지 않는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지극히 효율적인 미니멀리스트. 그런 사람이다. 당신은.
<대리님. 근데 있잖아. 우리가 하는 일, 효율이 전부는 아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알려주었다.
<알아. 물론 우주선에 들어가는 연료는 비싸지. 아주 비싸고 귀중한 자원이겠지. 우리가 여기서 숫자로 떠드는 것보다 훨씬. 근데 생각해보면 말이야. 애초에 누군가를 그 먼 곳까지 보내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짓이거든.>
그날 당신이 짧게 덧붙인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해. 왜냐면…….>
나는 결국 쥐어짜듯 소리친다. 이번엔 목소리에 감정이 조금 실렸는지도.
“왜 간다고 하셨어요?”
“누군가는 가야 하잖아. 회사가 쪼개졌으니까. 나는 운영 파트. 대리님은 시설 파트. 각자 어울리는 회사로 가는 것뿐. 어쩌겠어. 하필 내가 일할 부서가 화성에 있는걸.”
“꼭 가셔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못 가겠다고 버틸 이유도 딱히 없는데?”
“왜 없어요? 이유 많거든요? 일단…….”
“일단?”
짓궂게도 되물어온다.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나는 어렵게 헛소리를 쥐어짠다.
“솔직히 비효율적이잖아요. 여기서 같이 일하는 게 맞는 건데. 화성이랑 지구랑 통신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연되는지 아세요? 제일 오래 걸릴 땐 28분 12초예요. 태양에 가려지면 아예 먹통이 되기도 하고. 그래가지고 일을 어떻게 해요?”
당신은 웃는다. 조금 슬피.
“하여튼, 대리님은 일 얘기 할땐 청산유수라니까.”
“그런게 아니라…….”
“휴, 정리 다했다.”
당신은 기지개 켜며 일부러 내 말을 자른다.
“맞아. 비효율적이지. 솔직히 돈을 바닥에 버리는 짓거리야. 우리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잖아. 성간 교통이라는 게. 중력을 거슬러 다른 행성까지 사람을 보내려면 비상식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 그래서 회사도 만년 적자인 거고.”
당신에게 배운 말을 써먹을 때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잖아요. 거기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어느새 나는 당신의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그 쓸쓸한 표정을 지우기 위해. 그리고 이내 깨닫고 만다. 당신을 붙잡기 위해 당신의 삶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당신이 떠나려는 이유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우주선을 보내야죠. 그게 누구든. 몇 명이든. 어디에 있든. 그곳에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게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잖아요.”
“그래. 그랬지.”
한때는.
소리없이 속삭이며 에코백을 집어 드는 당신께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속절없이 쏟아낸 낯부끄러운 말들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세경 씨. 사람들은 더 멀리 떠날 거예요. 지금껏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까지요. 세경 씨가, 우리가 이 책상 위에서 함께 선을 그었기 때문에요. 그러니까 화성에 도착하면 실컷 자랑하셔도 좋아요. 우리는 함께 세상을 만든걸요.”
당신은 키득 웃으며 나를 본다.
“어머, 그런 기특한 말은 누구한테 배웠대?”
나 역시 그저 웃을 뿐이다.
“누구겠어요.”
이경희 작가

SF와 판타지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소설가.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로 황금가지 제4회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황금가지 제6회 작가프로젝트 공모전을 수상하고, 첫 번째 장편소설 《테베우스의 배》로 2020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