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머문 모든 공간에는 어디든 세월의 흔적과 추억이 깃들어 있다. 150년 역사를 품고
뉴욕을 대표하는 재생 공원으로 재탄생한 ‘전’ 도미노 설탕공장, ‘현’ 도미노 파크처럼 말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재생 공원으로 재탄생한 ‘전’ 도미노 설탕공장, ‘현’ 도미노 파크처럼 말이다.
시민을 위한 공원이 된
백 년 전의 설탕 공장
윌리엄스버그에는 힙스터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공원이 있다. 이름마저 재미있는 ‘도미노 파크’다. 도미노 파크의 전신은 설탕 공장이다. 1856년에 들어선 도미노 설탕 공장은 이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1882년에는 세계 최대 설탕 공장으로 등극했다. 매일 약 1,800톤이 넘는 설탕을 만들어 팔았고, 한때는 미국 전체 설탕 생산의 98%를 생산해 ‘설탕 제국’이란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호황은 무려 한 세기 동안 이어졌다.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아 건재를 과시하던 공장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2004년 도미노 공장은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시간이 흘러, 붉은 벽돌과 고철덩이로 점철된 거대한 공장 단지에 온기를 불어넣은 건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은 그 옛날 이곳에서 희생당한 흑인 노동자를 기린 거대한 설탕 조각 작품을 만들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대중이 몰려들었다. 이곳을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은 2012년 뉴욕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회사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Two Trees Management Company)가 도미노 공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재개발 프로젝트에는 저소득층 7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거 단지와 2만m2의 공원, 2,700여 명의 직원이 머무를 수 있는 사무실이 포함되었다. 공원의 유지 및 운영은 시가 아닌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맡아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사람과 예술,
휴식이 만나는 공간
공장은 ‘재생 공원’이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고 도미노 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하이라인(High Line) 공원을 설계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이 도미노 파크의 설계를 맡았다. 그래서인지 이 두공간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하이라인 공원이 ‘재생’에 초점을 두었다면, 도미노 파크는 도미노 설탕 공장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공장은 사라졌지만, 시럽 탱크와 계류장, 외팔보, 나사컨베이어 같은 오랜 유물들은 그대로 남았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 세계를 주름잡던 설탕 제국의 흔적을 마주하는 경험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신비로운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공원에 있는 의자와 단식 벤치는 모두 공장에서 나온 목재를 재활용했다. 공장에 있던 4개의 거대한 시럽 탱크를 비롯한 설비 또한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공원의 설치 미술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공간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많은 벤치를 두었고, 공원을 야생화 정원으로 꾸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게 했다. 공원 북쪽 끝에는 24.3m 높이의 거대한 민트 컬러의 크레인이 있다. 설탕을 운반하던 스크루 컨베이어와 배를 매어두던 말뚝에도 크레인과 더불어 아련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민트’로 칠해져 있다. 통일된 컬러로 칠해진 옛 공장의 흔적들에서, 누군가는 근현대를 주름잡은 설탕 제국의 영광을 돌아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질곡의 세월을 견디고 이겨낸 잡초 같은 노동자의 인생을 엿보기도 한다. 이렇듯 도미노 파크에는 수많은 삶과 이야기가 교차한다. 해석과 감상은 오롯이 방문자의 몫이다.
동화 같은 정제소와
미끄럼틀은 공원의 시그니처
공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한때 정제소로 사용되었던, 중앙 옆에 우뚝 서 있는 세 채의 ‘하우스’ 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하우스와 정제된 설탕을 결정화하는 팬 하우스, 마무리 작업을 하는 피니싱 하우스가 유연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제소 건물은 19세기의 고전미와 엄청나게 높은 굴뚝, 거대한 벽돌 구조 등으로 인해 2007년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부분 뼈대나 흔적만 남은 옛 공장에서, 외관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건물은 정제소가 유일하다. 브룩클린의 예술가 마크 레이젤맨(Mark Reigelman)이 설탕 공장에서 사용되던 기계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독특한 미끄럼틀은 이곳을 찾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이다. 원심분리기를 닮은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은 마치 튜브를 설탕처럼 타고 내려온다. 탁 트인 공원에서는 산책, 피크닉, 일광욕, 발리볼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설탕 정제 시설을 재활용해 만든 알록달록한 놀이터와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다. 어떤 목적에서, 누구와 함께 오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해질 무렵, 공원은 강렬한 컨트라스트로 물든다. 일과를 마치고 활기를 되찾은 시민들로 북적이는 시간도 저녁 무렵이다. 공장의 일부였던 고가 보도에서 바라보는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 브리지의 노을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도시와 공원에 땅거미가 깔리면 쉐이크쉑 버거의 창업자인 다니엘 메이어(Daniel Meyer)가 연 타코치나에서 살사 소스를 곁들인 전통 멕시코 음식을 맥주와 와인, 데킬라 등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브루클린이 공업으로 호황을 이루던 시기에 바치는 오마주나 다름없는 도미노 파크는 현대 뉴요커들에게 선물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설탕 정제 시설을 재활용해 만든 알록달록한 놀이터와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다. 어떤 목적에서, 누구와 함께 오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해질 무렵, 공원은 강렬한 컨트라스트로 물든다. 일과를 마치고 활기를 되찾은 시민들로 북적이는 시간도 저녁 무렵이다. 공장의 일부였던 고가 보도에서 바라보는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 브리지의 노을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도시와 공원에 땅거미가 깔리면 쉐이크쉑 버거의 창업자인 다니엘 메이어(Daniel Meyer)가 연 타코치나에서 살사 소스를 곁들인 전통 멕시코 음식을 맥주와 와인, 데킬라 등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브루클린이 공업으로 호황을 이루던 시기에 바치는 오마주나 다름없는 도미노 파크는 현대 뉴요커들에게 선물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