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쌓아 올린 건축물이 인간만을 이롭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속가능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환경과 인간을 두루 이롭게 하는 건축 분야의 녹색 트렌드를 알아본다.

writer. 편집실

생태계와 공존하는 건물을 짓다

생태 건축, 친환경 건축

건축 분야도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큰 분야 중 하나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건축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고 생태계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건축을 흔히 생태 건축, 친환경 건축, 그린 건축 등으로 부른다.
생태 건축, 또는 친환경 건축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건축물의 기능성을 유지하려는 건축 설계와 건설 방식이다. 건물의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태 건축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한 건축 재료를 사용한다. 생태 건축은 재활용 가능한 재료 및 재생 가능한 재료, 지역에서 채취한 재료를 사용해 재료의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방식으로 채취되는 자원을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둘째,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디자인이나 시스템을 건축물에 적용한다. 즉, 자연광을 활용하고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하며, 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 및 통풍 시스템 등을 설계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셋째, 재생 가능한 에너지 소스를 활용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등의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건물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인다.
넷째, 건축물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다. 건물의 위치나 디자인, 건설 방식이 모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건설공법을 적용한다는 점도 최근 건축계의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다. 대표적인 친환경 공법으로 알려진 모듈러 공법은 외부 공장에서 건축되는 골조와 배선, 배관, 단열재 등이 모두 포함된 모듈을 미리 대량으로 생산해 이를 현장으로 운송한 후 조립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의 공정을 공장과 이원화해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시공 기간을 최대 50% 단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제작 품질이 높을 뿐 아니라 재료 낭비가 적고 재활용률이 높아 친환경 미래 건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친환경 건축 인증과 인센티브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외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환경 친화성,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다. 최근 세계 건축 업계는 이러한 인증 제도를 통해 건축물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건물 소유자와 사용자의 환경적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증 제도로는 세계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운영 중인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 gy Building) 인증제’가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건물 자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인증은 건물의 에너지 소비와 생산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ZEB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까지 인증을 부여하며, 인증 등급에 따라 용적률과 높이 제한 등 건축 기준을 최대 15%까지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취득세를 감면하고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도 있다.
    우리나라 국토부와 환경부에서 공동으로 시행 중인 ‘녹색건축물 인증제(G-SEED)’는 2008년에 시작됐다. 설계와 시공부터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친환경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과 물 사용 효율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 실내 환경 질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녹색건축물 인증을 획득하면 등급별로 해당 건축물에 대한 취득세가 감면되고, 용적률과 높이 제한 등 건축물에 대한 기준도 완화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 녹색건축 인증 제도로는 미국 녹색건축협회(USGBC)의 ‘LEED(Le 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 gn)’를 꼽을 수 있다. LEED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물 사용 효율성, 실내 환경 질, 재료 선택, 지속가능한 사이트 개발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건물의 성능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BREEAM(Building Research Establi 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은 1990년에 영국에서 개발된 녹색건축 인증 제도다. BREEAM 역시 건축물의 설계, 건설, 운영 단계의 친환경성을 모두 고려해 인증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