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동차를 추방하는 것에 발 벗고 나선 도시들이 있다.
기꺼이 자동차의 편리함을 포기한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전 세계 대표적인 CarFree City들을 알아보자.

writer. 김정주

유엔에서는 매년 9월 22일을 ‘세계 차 없는 날 (World Car Free Day)’로 지정했다.
계도적인 캠페인이긴 하지만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파리에서는 ‘세계 차 없는 날’ 캠페인으로 하루 만에 탄소 배출이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세계 차 없는 날’ 캠페인은 1997년 프랑스 항구도시 라 로쉐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영국 바스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부터 전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으로 뻗어 나갔다. 차 없는 날은 어느 지역의 특정 도로의 구간을 정하여 하루 정도 해당하는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든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보행자 위주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표방한다. 약 1300여 개 도시 및 마을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가장 이상적인 CarFree City

    스페인 폰테베드라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폰테베드라는 가장 대표적인 CarFree City다. 이 도시에서는 벌써 25년째 자동차를 볼 수 없을 정도로 CarFree의 역사가 깊다. 폰테베드라가 이같이 과감한 결정을 한 이유에 관한 이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권하던 미구엘 앤소 페르난데즈 로레스 시장은 마약과 공해, 사고 위험 다발 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던 폰테베드라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도시적으로 자동차를 없애자는 묘안을 낸다. 평소 그는 자동차로 인해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하는 도시 공간을 침해받는다고생각하던 터였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폰테베드라의 도심에는 모든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는 법안을 만들었다. 도심 외곽에 차량 8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을 만들고 도심 속 지상 주차장은 전면 폐쇄한 것이다. 다소 무리한 듯한 변화에 초기에는 불만을 표하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웃들과 교류하는 느긋한 삶에 대한 경험이 늘어나자 점차 많은 시민들이 폰테베드라의 철학을 존중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96년부터 2006년까지는 총 30여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2009년부터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70%가 줄었다. 오히려 도시 유입 인구가 늘어나며 골목 상권이 부활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폰테베드라는 CarFree City의 이상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CarFree City를 꿈꾸는 세계 각국 도시들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친환경 교통체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네덜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위트레흐트는 1965년부터 차 없는 도시를 계획했다. 차가 없어도 주민들이 편리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도록 도보를 설계했고, 마을을 벗어나 이동을 해야만 하는 주민들을 위해서 공유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위트레흐트에서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의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건강한 도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타기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들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자전거 주차장을 건립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또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 내에서도 전기차와 공유차의 활성화로 가장 많은 차량 공유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태양열 발전소와 충전소가 다량 설치되었으며, 앞으로도 무공해 차량만 보급하는 정책을 세울 정도로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보이고 있다.
  • 전기차가 자연스러운 나라

    노르웨이 오슬로

    노르웨이 오슬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친환경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오슬로 역시 과거에는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린 전적이 있던 지역이다. 1960년대 자동차 판매 제한이 철폐되면서부터 도시에는 급격하게 자동차 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한 환경 오염, 소음 공해, 교통사고 등으로 도시가 혼란스러워진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1993년에 실시한 환경도시 프로젝트다.
    이들이 가장 먼저 개선한 것은 교통 문제였다.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시내 외곽으로 옮기고, 3차로를 2차로로 변경해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다. 또 공공버스의 경우 휘발유 대신 바이오 메탄가스를 이용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년 44톤씩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더 나아가 오슬로는 전기차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차의 비중이 높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구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그 결과 전기차 비중이 등록된 차량 중 약 47%에 달할 정도라고.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라고 한다. 오슬로는 앞으로 자동차 없는 구역을 더욱 넓히면서 자동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단계적인 노력을 추진 중이다.
  • 독일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 보봉 마을

    친환경 분야에서도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독일. 그중에서도 ‘환경 수도’라 불릴 정도로 환경 보호에 진심인 프라이부르크의 보봉 마을이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까지만 해도 자연과는 거리가 먼 군사시설 주둔지였다. 군부대 시설에 이어 핵발전소 건설까지 논의되자, 주민들은 원전 반대 운동을 도모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연 보호 운동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원전 건설 무산은 물론,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보봉 마을 주민의 80%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마을 내에서 주민들은 주로 신재생에너지로 운행하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며,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보봉 마을이 세계적인 생태 마을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봉 포럼’이라는 주민단체의 노력 덕분이다. 보봉 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끊임없는 인식 개선이 있었기에 ‘환경 수도’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