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면 흔히 칼국수와 성심당을 먼저 떠올리지만,
대전만의 깊은 속살을 본 사람이라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세권’을 떠올린다. 가까워서 더욱 좋은 대전의 강과 숲으로
마음까지 푸르러지는 생태여행을 떠나보자.

writer. 임지영 photographer 이도영

'저녁'에 더욱 아름다운

대전역

1905년 서울역과 부산역 사이의 주요 역으로 정식 개통된 대전역. 역이 들어서면서 시골 마을이었던 ‘한밭(대전의 옛 이름)’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이자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1920년에는 지하도가 개통되고 1928년 현재의 대전역 위치에 두 개의 둥근 돔을 갖춘 서구식 역사가 신축되었다. 해방 직후 대전역은 교통의 중심으로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사람들과 물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곳이었다. 역사는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으로 소실된다. 당시 많은 철도역이 전쟁으로 무너졌는데 그로부터 8년 후인 1958년 대전역은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가장 먼저 다시 세워진다.
이후 대전역에서 경부선뿐만 아니라 호남선이나 전라선을 운행하는 열차까지 탈 수 있게 돼 대전역의 플랫폼은 항상 붐볐다.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새 역사가 건설되고, 2017년 증축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며 대한민국 철도 중심지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급행열차 통과를 위해 완행열차가 10여 분간 정차하는 동안 승객들이 플랫폼에 잠시 내려 사 먹을 수 있는 가락국수가 대전역의 명물이었다. 현재는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 분점이 역사 내에 입점해 여행객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동광장에는 28층 높이의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의 철도기관 공동 사옥이 자리하고 있다. 대전역 3번 출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비둘기호’를 모티프로 설계되어 ‘대전역 포토 스팟’으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MZ세대 사이에서 대전역 간판의 ‘대’자를 가리고 ‘전역’ 기념사진을 찍거나, 해 질 무렵 ‘전역(저녁)’ 사진을 찍는 밈이 유행이다. 지평선이 붉게 물드는 ‘저녁’에 만나는 대‘전역’은 가슴 뭉클할 만큼 아름답다.

토스카나 부럽지 않은 해바라기 꽃단지

금강생태마당


대전광역시 동구 세천동 22

대전시 동구 세천동에 있는 금강생태마당은 동구청이 금강유역환경청과 함께 만들어 2020년 11월 개장한 곳이다. 상수원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매수한 토지에 금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지역민에게 생태 휴식, 교육, 체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총 3만 2천42㎡ 부지에는 계절 화원과 생태습지, 휴게 쉼터, 마을 숲이 마련되어 있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2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로 작약, 수국, 댑싸리, 해바라기 등 13,660종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6월이면 해바라기를 비롯해 목수국, 백일홍, 영산홍이 피어나는데 해바라기가 필 무렵이면 키 작은 해바라기와 나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생태마당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아름드리 나무 밑에는 나무 의자를 설치해 잠시 햇볕을 피해 쉬어 갈 수 있게 했다. 생태마당에는 생태습지 연못도 있다. 수변에는 어른 키만큼 자란 애기부들이 흐드러지고, 초여름이면 애기부들 사이로 자주색 뭇꽃도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수변 데크에 서면 푸른 하늘과 맞닿은 푸른 공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몸과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도하는 ‘백색소음’이다.
습지에서는 각종 식물과 이름 모를 꽃뿐만 아니라 청둥오리와 물고기, 올챙이도 볼 수 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자연이 그려낸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면 계절이 유려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신비로운 늪과 초원 속을 걷다

식장산 다함께 나눔길


대전광역시 동구 세천공원로 68
공원관리사무소세천지소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식장산 다함께 나눔길’이 딱이다.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곳은 ‘산’이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달리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데크로드다.
데크로드의 출발 지점은 세천생태공원이다. 세천생태공원은 도시자연공원으로 1976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울창한 숲에는 800여 종의 토종식물을 비롯해 6천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또한 노루, 다람쥐, 살쾡이, 너구리, 여우 등 45종의 포유류가 서식한다.
숲속 데크로드를 쉬엄쉬엄 걷다 보면 쪽빛 호수와 푸른 숲이 어우러진 세천저수지가 펼쳐진다. 저수지 옆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로 내려가 마주하는 자연의 정결함은 감탄을 자아낸다. 전망대를 지나 저수지 끝지점에 이르면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는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저수지 물에 오랫동안 잠긴 버드나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굵은 줄기가 물에 드리운 그림자가 꼭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데크로드를 돌아 나와 다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평평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고개를 들면 닫혔던 하늘이 잠시 열리며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