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 채식.
식단을 바꾸면 인간을 위한, 동물을 위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변화가 시작된다.

writer. 전하영

다양한 이유로
확산한 채식주의

인류는 오랫동안 육류 중심의 식사를 이어왔다. 특히 축산업이 발달하고 육류 공급이 용이해지면서 육식은 전 세계적인 주류 식단이 됐다. 고대 인도와 그리스 등에서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채식주의가 사회적 운동으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다. 1847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채식주의 협회(Vegetarian Society)가 설립됐고, 그때부터 동물 윤리와 건강을 중심으로 하는 채식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1944년에는 ‘비건(Vegan)’이란 용어가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영국 채식협회에서 더 엄격한 형태의 채식을 지향하며 유제품과 달걀까지도 먹지 않는 ‘순수 채식’을 강조하던 이들이 ‘Vegetarian’의 처음과 끝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이후 비건은 동물성 식품뿐만 아니라 가죽, 모피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 방식 전반으로 확대됐다.
현대에 와서는 환경 문제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채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육류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소비, 토지 파괴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이들이 채식을 실천하게 됐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채식 권장도 채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대표적인 채식주의 뮤지션 폴 매카트니는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주도하며 사람들에게 채식을 독려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채식과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며 채식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렸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비거니즘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은 오늘날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은 하나의 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비거니즘은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소비에서도 동물 유래 성분과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경 보호나 동물권 보호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비거니즘의 한 형태다.
비거니즘이 부상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을 뜻하는 ‘비거노믹스(Vegan+Economics)’도 꾸준히 발달하고 있다.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이미 8조 원을 넘어섰고,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음료도 다양해졌고, 시중에서 식물성 대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일반 식품업계의 선도기업들도 앞다퉈 식물성 재료로 동물성 식품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비건 식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뷰티 업계도 동물성 원료와 동물 실험을 배제한 비건 뷰티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고, 패션 업계 역시 동물성 가죽과 퍼 등의 사용을 지양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하나둘 모피 사용을 중단하고 식물성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옷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기준으로 윤리적인 제품을 찾아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처럼 ‘비건’은 소수만의 비주류 문화가 아닌 대중적인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지구와의 상생과 공존을 향한 생활 습관, 비거니즘. 환경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쉽고 빠르게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의 변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