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듯, 열차에도 속도와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열차제어시스템’이 있다. KTCS는 열차의 안전 운행을 위한 우리만의 기술,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다.

writer. 편집실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을 개발하다

열차는 바퀴와 레일 사이 마찰력이 낮아 갑자기 멈추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속도를 조절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을 위해 열차의 속도와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이 바로 열차제어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개발된 열차제어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도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나라만의 열차제어 기술, KTCS(Korea Train Control System,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를 개발하게 되었다.
KTCS는 열차와 지상설비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전라선에서 시험 운영을 마쳤고, 앞으로 2028년까지 기존 외산 열차자동제어장치(ATC, Automatic Train Control)가 구축된 경부, 호남, 수서고속선 등 643km 구간을 KTCS-2로 전면 개량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 시스템보다 약 1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큰 이점이 있다.

KTCS의 구성과 레벨

KTCS는 크게 차상설비인 KVC(Korea Vehicle Computer)와 지상설비(선로)인 발리스, LEU(Lineside Electronic Unit), 지상설비(역설비)인 RBC(Radio Block Center)로 구성된다. KTCS는 ‘레벨’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지상 시스템의 구성 방식에 따라 나뉜다. 열차가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레벨은 STM, 0, 1, 2, 3 총 5개이며, KTCS-2에서 뒤의 숫자는 레벨을 뜻한다. 특수 목적 운행인 레벨 0과 STM을 제외하고, 특정 레벨의 선로 운행을 위해서는 열차에 설치된 KVC(차상컴퓨터장치)가 해당 지상 레벨 이상이어야 한다.
KTCS-1에서 열차는 발리스(유선)에 의해, KTCS-2 이상부터는 RBC(무선)에 의해 제어된다. KTCS-3는 KTCS-2와 유사하나, 가장 큰 특징은 이동폐색 방식을 사용하고 궤도회로가 없다는 점이다. KTCS-2 이하 및 기존 열차제어시스템은 선로를 궤도회로 구간으로 나눈 뒤, 한 구간에 한 대의 열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고정폐색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동폐색 방식은 구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선행 열차의 위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즉, 후속 열차가 앞 열차의 후미까지 접근할 수 있어 선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KTCS의 구성

KTCS의 레벨

자동화 단계

열차제어를 넘어 자동운전으로

열차제어는 ‘안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시스템이다. 열차제어 기술은 안전을 전제로 효율성, 편의성을 지향해야 한다. 열차자동운전(ATO, Automatic Train Operation)이 대표적인 예시이며, 현재 KTCS용 ATO(자동화 2단계)는 국가철도공단 주도 하에 2025년까지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KTCS용 ATO는 무선통신 환경이 필요하여 KTCS-2와 KTCS-3에서 호환 가능하다. ATO도 KTCS와 마찬가지로 차상설비와 지상설비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운전을 위해 관제 시스템에서 열차운행 스케줄 정보(도착역, 도착시간)를 ATO(지상)을 통해 ATO(차상)으로 전달한다. ATO(차상)은 ‘열차운행 스케줄 정보’와 KVC(차상컴퓨터장치)로부터 수신받은 ‘제어 정보’를 종합하여 자동운전 기능을 수행한다. 국제적으로 자동화 2단계는 현재 실용화 중이며, 3~4단계는 연구 중에 있다.

KTCS의 미래

열차제어시스템과 자동운전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성’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철도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 중립을 목표로 열차제어 기술에 14년 동안 5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런 기술들은 인구 감소와 에너지 위기 속에서 철도를 더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인 기술로 ‘이동폐색’과 ‘자동운전’이 있다. 이동폐색 기술을 활용하면 열차 간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더 많은 열차가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열차검지 시스템이 설치된 기존 철도망에 일괄적으로 이동폐색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 유럽에서는 기존 열차검지 설비를 활용하는 이동폐색 기술인 ‘Hybrid Level 3’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에 있다.
자동운전도 자동화 단계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기관사가 필요한 ‘2단계 자동운전’이 실용화 중에 있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완전 무인운전(4단계)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철도망이 무인운전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이러한 자동운전 단계가 혼용되는 과도기 극복을 위해 유럽은 필요 구간만 원격으로 기관사가 조종하는 ‘원격운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선진 철도 시스템 연구 및 구축에 노력 중이다. KTCS 고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철도 환경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