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역사(驛舍)에는 그 지역만의 특색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철도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sources. 책 <철도역 100>

  • 또 하나의 박물관
    신경주역

    천년고도 경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신경주역은 2010년 11월 영업을 시작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전통 한옥 암수기와의 곡선미와 날렵하고도 단아한 지붕골이 마치 현대화된 불국사를 연상케 한다. 역사 내부 한쪽 벽면에는 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을 재현했고, 돋을새김의 십이지신상 장식도 눈에 띈다. 신경주역 맞이방 서편에는 경부고속철도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역사문화 유물을 전시하는 신경주역 문화재 전시관이 있으며, 야외광장에는 덕천리, 방내리 유적지가 재현되어 있다.

  • 철강도시의 강철역사
    포항역

    1914년 북구 대흥동에서 간이역으로 출발한 포항역은 1918년 11월 협궤열차가 오가는 보통역으로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포항에 철길이 놓인 지 약 100년이 지난 2015년, 마침내 고속철도 포항역이 들어서면서 포항의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시작된다. 포항역 광장에 설치된 바이올린을 켜는 거대한 로봇 태권브이는 철과 문화가 함께하는 도시 포항을 상징한다. 포항역사 역시 철강 도시에 어울리는 금속 재료와 커튼월이 적용됐고, 고래의 모습과 역동성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소재지: 경북 경주시 충효2길 44-7

신경주역 인근 둘러보기
십이지신상의 효시, 김유신 장군 묘
통일신라 시대, 묘나 탑을 세울 때 방위에 알맞은 십이지신상을 호석에 조각해 대상의 안전과 평안을 기원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주의 원성왕릉과 김유신의 묘가 그 효시로 추정된다. 김유신은 왕은 아니었지만 사후 162년 뒤 흥무왕으로 추존되었기에, 그의 묘는 신라 왕릉에 준하는 양식으로 조성돼 주위의 둘레돌에 십이지신상이 부조로 조각되었다.

소재지: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0(황남동 일원)

옛 정취의 보존, 대릉원과 황리단길 약 3만 8,000평의 평지에 23기의 능이 솟아있는 황남동의 대릉원은 소나무 숲길과 너른 잔디밭이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대릉원과 한옥마을은 문화재 보존지역 및 고도 제한으로 한때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낡은 옛 건물들만 외롭게 남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황리단길’이란 새 이름으로 불리며 옛 정취를 간직한 젊음의 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TIP! 신경주역 더 즐기기

신경주역 야외광장에 자리한 덕천리, 방내리 유적은 2005년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던 중 발견된 고분이다. 덕천리 유적에서는 청동기 시대의 장방형 주거지와 석관묘, 삼국시대의 제철유구 등이 확인됐으며, 조사된 분묘가 총 200여 기에 이른다. 방내리 유적 역시 단석산 끝자락에서 발견된 총 58기의 고분을 신경주역에 재현한 것이다.

소재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171-5

포항역 인근 둘러보기
숲이 된 옛 철길, 포항철길숲
포항역 이전 후 폐철도 부지를 숲길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증기기관차와 타오르는 불꽃이 이곳의 상징이다. 특히 불의정원은 2017년 철길숲을만드는 과정에서 땅속에서 솟아 나온 천연가스 때문에 생긴 것으로, 금방 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4년 9월까지 약 7년 6개월간 계속 타오르며 포항철길숲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소재지: 경북 포항시 북구 대흥동

현대사와 산업화의 중심, 옛 포항역 옛 포항역에 서린 추억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한다. 포항역은 1965년 10월 2일 이른 새벽, 청룡부대 1진의 국군장병들이 부산항으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6년여 동안 낯선 이국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군 장병들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었다. 그리고 1969년 포항 영일만에 제철소가 들어오면서 포항역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뼈대를 이루는 중심이 되었으며, 현재는 철거된 상태이다.

TIP! 포항역 더 즐기기

포항의 어원이 된 옛 이름은 ‘갯가의 목처럼 좁은 곳’이란 뜻의 개메기. 포항의 명물 과메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포항 구룡포는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대게와 오징어 등 동해안 최대의 주산지다. 포항역에 내렸다면 바다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긴 과메기를 꼭 맛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