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덮여 있지만, 그중 마실 수 있는 물은 단 0.01%에 불과하다. 우리 곁에 늘 당연하게 흐르는 물. 하지만 그 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지구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정수, 송수, 가압, 펌핑까지 물 한 컵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수많은 전기와 연료가 소비되고, 그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최근 우리 일상을 깊숙이 파고든 '물먹는 하마'가 있다. 바로 생성형 AI다. 데이터센터에서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해 거대한 양의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챗GPT 같은 서비스는 25~50회의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대화 한 번에 약 500ml, 작은 생수병 하나 분량의 물을 소비한다.
수돗물도 마찬가지다. 무심코 틀고 흘려보내는 물줄기 너머에는 에너지와 탄소의 발자국이 숨어 있다. 흘려보낸 물은 다시 정화 되고 또다시 순환하며 지구의 자원을 끊임없이 소모한다. 풍부해 보이는 물, 그러나 그 과소비는 기후위기를 부추긴다. 투명한 물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지구는 오늘도 더워지고 있다. 흔적 없는 흐름은 없다. 깨끗해 보이는 물 한 방울, AI의 한 번의 답변, 흘러내리는 물줄기 모두가 지구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Off
Knock
흔적 없는
흐름은 없다:
지구를 데우는
물의 그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