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세제 없이 보내는 하루? 쉽게 엄두가 나지 않고, 번거롭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무해한 재료들만으로 살림을 해왔다.

양동이와
바가지의 기억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물은 직접 길어 와야만 쓸 수 있는 귀한 자원이었다. 서울에는 1908년 아시아 최초의 근대식 상수도가 도입됐지만, 전국 상수도 보급률이 60%를 넘은 것은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다. 농촌에서는 우물이나 샘, 개울에서 물을 긷는 일이 일상이었고, 도시에서도 ‘물장수’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나귀나 수레로 배달했다. 이들은 1970년대까지도 활발히 활동했다. 가정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을 긷느냐가 중요한 일과였으며, 양동이는 대략 12리터, 바가지는 1.5~2리터 정도의 용량이었다.
당시 우물은 물 공급지이자 마을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었다. 공동 우물 주변에서는 이웃들의 안부가 오갔고, 물은 단순한 생활용수를 넘어 공동체를 잇는 매개였다. 물을 얻으려면 늘 손이 가야 했기에 절약은 자연스러운 습관이었다. 가뭄이 들면 물 부족이 일상이었고, 장마철에는 흙탕물을 가라앉혀 썼다. 설거지 후 남은 물은 마당을 청소하거나 밭에 주는데 쓰고, 빨랫물은 화초에 다시 주었으며, 같은 대야의 물로 온 가족이 차례로 세수를 했다.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도록 독에 보관했으며, 눈을 녹여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다. 어른들은 “물을 귀하게 써야 복이 온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 절약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지혜였다. 물을 쓰기 전 ‘얼마나 필요한지,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는 태도는 생활의 기본이었다.
당시 우물은 물 공급지이자 마을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었다. 공동 우물 주변에서는 이웃들의 안부가 오갔고, 물은 단순한 생활용수를 넘어 공동체를 잇는 매개였다. 물을 얻으려면 늘 손이 가야 했기에 절약은 자연스러운 습관이었다. 가뭄이 들면 물 부족이 일상이었고, 장마철에는 흙탕물을 가라앉혀 썼다. 설거지 후 남은 물은 마당을 청소하거나 밭에 주는데 쓰고, 빨랫물은 화초에 다시 주었으며, 같은 대야의 물로 온 가족이 차례로 세수를 했다.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도록 독에 보관했으며, 눈을 녹여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다. 어른들은 “물을 귀하게 써야 복이 온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 절약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지혜였다. 물을 쓰기 전 ‘얼마나 필요한지,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는 태도는 생활의 기본이었다.


틀면 나오는 물,
익숙해진 편리함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누구나 당연하게 누리는 이 풍경은 1999년 상수도 보급률이 전국 90%를 넘으면서 본격화됐다. 현재 대한민국 상수도 보급률은 99% 이상으로, 거의 모든 가정이 깨끗한 수돗물을 이용한다. 정수장에서 처리된 물은 송수관을 따라 각 가정으로 공급되며, 우리는 물 부족의 불안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상당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비용이 숨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수 및 송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만으로도 연간 수백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수도관을 유지하고 정수 시설을 가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지만 결코 작지 않다. 더불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데, 1인당 연간 사용 가능한 물 자원이 1,700㎥ 이하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수자원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최근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 시스템 등 새로운 물 소비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서버 냉각에 매년 수억 톤의 물을 사용하며 친환경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약 300리터지만, 온라인 활동 등 간접 소비까지 더하면 그 양은 훨씬 커진다. 물 절약은 이제 단순히 수도꼭지 앞에서만 고민할 일이 아니다. 익숙한 편리함은 우리에게 물 과소비의 경고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상당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비용이 숨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수 및 송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만으로도 연간 수백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수도관을 유지하고 정수 시설을 가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지만 결코 작지 않다. 더불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데, 1인당 연간 사용 가능한 물 자원이 1,700㎥ 이하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수자원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최근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 시스템 등 새로운 물 소비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서버 냉각에 매년 수억 톤의 물을 사용하며 친환경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약 300리터지만, 온라인 활동 등 간접 소비까지 더하면 그 양은 훨씬 커진다. 물 절약은 이제 단순히 수도꼭지 앞에서만 고민할 일이 아니다. 익숙한 편리함은 우리에게 물 과소비의 경고를 던지고 있다.


절수형 시대,
흐름을 줄이는 기술과 태도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도 일부 지역에서 제한급수가 시행되며 물 절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절수형 샤워기, 절수형 변기 등 고효율 기기는 정부 정책과 함께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빗물 재활용과 회색수(생활하수) 순환 시스템도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스마트워터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정이나 건물 단위로 실시간 물 사용량을 관리하며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디지털 절수 역시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사용이 곧 물 소비로 이어지는 환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 발자국까지 관리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스마트 워터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단위로 디지털 워터 미터기와 스마트 센서를 보급하며 실시간 물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 공개를 법제화하며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절수 사회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주방과 욕실에서 절수형 제품을 사용하고, 친환경 세제를 고르는 것도 그 시작이다. 샤워 시간을 줄이거나 절수형 변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천 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생활 속 실천은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든다. 물 절약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 속 선택의 연속이다.
디지털 절수 역시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사용이 곧 물 소비로 이어지는 환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 발자국까지 관리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스마트 워터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단위로 디지털 워터 미터기와 스마트 센서를 보급하며 실시간 물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 공개를 법제화하며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절수 사회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주방과 욕실에서 절수형 제품을 사용하고, 친환경 세제를 고르는 것도 그 시작이다. 샤워 시간을 줄이거나 절수형 변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천 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생활 속 실천은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든다. 물 절약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 속 선택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