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은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철도 현장 진입장벽 해소 및 초기 판로 확보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기술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중소기업 기술마켓에 등록되어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은 총 101개이며, 이번 호에 소개할 신기술은 이엔이건설㈜의 ‘WPC 거더’이다.
WPC 거더
기술개발자이엔이건설㈜ (대표이사 최철만)
주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광장로 21-6
홈페이지 www.eneconst.co.kr
인증현황 특허 제10-2475290호
빠르고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는 철도교량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는 수많은 교량을 지나며 그 여정을 이어간다. 이때 교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열차 운행은 물론 탑승자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교량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 중 하나는 바로 ‘거더(girder)’이다. 거더는 교량의 ‘뼈대’ 역할을 하는 받침대다. 거더는 열차의 무게와 진동을 견뎌내며 교량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이번에 소개할 이엔이건설(주)의 ‘WPC 거더’는 기존 거더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철도교량의 성능과 시공 현장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구조물이다.

PSC 거더란 무엇인가요?
WPC 거더를 이해하려면 먼저 널리 사용되는 PSC 거더에 대해 알아야 한다. PSC는 ‘Prestressed Concrete’의 약자로,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즉 미리 압력을 가한 콘크리트라는 의미다. 콘크리트는 원래 눌리는 힘(압축)에는 강하지만, 잡아당기는 힘(인장)에는 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콘크리트 속에 강한 철근을 넣고 양쪽에서 당겨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인 압축력을 미리 가해 놓는다. 이렇게 하면 미리 줘둔 압축력 덕분에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도 콘크리트가 늘어나려는 인장력이 상쇄돼, 구조물이 변형 없이 튼튼하고 오래갈 수 있다. 국내 중소형 철도교량에서는 I형 PSC 거더가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철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교량의 경간(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이 점점 길어지면서, I형 PSC 거더의 구조적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경간이 길어질수록 거더의 무게는 늘어나고, 그만큼 운반하거나 설치할 때 옆으로 휘거나 비틀리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상태에서 열차가 지나가면 진동이 더해져 구조물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구조적 취약점은 열차 운행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어, 더 강하고 안정적인 거더 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 튼튼한 박스형 거더, WPC 거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WPC 거더다. WPC는 ‘Wide-flange Prestressed Concrete’의 약자로, 말 그대로 상단 플랜지를 넓게 설계한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거더를 뜻한다. WPC 거더는 기존 I형 거더의 단면 형식을 박스(box) 형태로 개선한 구조다. PSC 구조를 갖는 교량 형식으로 U형 거더의 안쪽 상부 플랜지를 폐합하고, 외측으로 플랜지를 확대하여 박스형으로 만든 거더이다.

내·외측으로 확장된 상부 플랜지 구성을 통해, 옆으로 휘는 힘과 비틀리는 힘에 뛰어난 저항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WPC 거더는 기존 거더보다 횡방향 휨 강성은 약 34배, 비틀림 강성은 약 59배 향상되었다. 이는 곧, 열차가 주행할 때 발생하는 진동이나 시공 중 변형 가능성에 대해 훨씬 더 안정적이고 강인한 구조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WPC 거더는 장경간(20~50m)에서 탁월한 횡방향 안전성을 바탕으로 중소 철도교 형식에 좋은 대안이다.

시공 현장의 안전까지 고려한 설계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현장의 안전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이런 변화 속에서 WPC 거더는 시공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까지 고려한 구조라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 기존 교량 공사에서는 슬래브(바닥판)를 시공하기 위해 거푸집과 동바리(임시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은 높은 곳에서의 작업이 많아 작업자의 낙상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WPC 거더는 거더와 거더 사이를 이어 붙여 틈을 없앤 구조로, 슬래브 설치 시 하부 거푸집과 동바리 없이도 작업이 가능해 건설 현장 사망사고 원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거푸집과 동바리, 낙하물 방지공 등의 공정이 생략되어 I형 거더에 비해 공사 기간이 약 9일 단축된다.

WPC 거더는 기존 PSC 공법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구조적 취약점과 시공 과정의 문제까지 함께 개선한 기술로 평택~오송2 복선화 및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등 철도교량에 적용해 시공 중에 있다. 열차가 달리는 길 아래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이 기술은 철도의 신뢰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