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동서를 잇는 광역급행철도 GTX-B. 그중 서울 중랑에서 구리로 이어지는 제4공구는 도심 밀집지역을 통과하는 대심도 터널 구간으로, 기술적 난이도와 전략적 상징성이 모두 큰 구간이다. GTX-B 전체 노선에서 가장 먼저 착공된 이곳은, 지금 대한민국 도심 철도 시공의 기준이 되고 있다.

writer. 황혜민 photographer. 이도영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철도축, GTX-B

GTX-B는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수도권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총 82.8km 길이의 광역급행철도다. 서울 도심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을 3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이 철도망은 기존 광역철도와 비교해 훨씬 빠르고 직결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인천대입구~용산, 상봉~마석까지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용산~상봉 19.9km 구간은 국가가 직접 시행하는 재정구간으로 구분된다.
이 중 용산~상봉 구간은 기존 중앙선과 경춘선을 연결하는 국가철도망 핵심 연결축으로기능하게 된다. 이 노선이 완성되면 수도권 철도 네트워크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구조적 재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는 GTX-B 제4공구가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경기도 구리시까지 이어지는 약 6.5km 구간으로, 도심 밀집지역을 관통하는 전략적 노선이다.
특히 이 구간은 수도권 주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 온 ‘서울 도심 진입’ 의 병목을 해소하는 관문이자, GTX-B 전체 사업에서 가장 먼저 착공된 공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공단, 감리단, 시공사 모두가 ‘처음이자 기준이 되는 구간’이라는 책임감으로 매일 현장을 움직인다. 실제로 이 구간의 진척도는 전체 B노선 공정에 영향을 미치며, 그만큼 기술과 관리에서도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기술이 만든 깊이, 터널 속의 스마트 혁신

GTX-B 제4공구는 대부분이 대심도 터널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34미터 깊이에서 시공이 이뤄지는 만큼, 고난도 기술과 정밀한 안전관리가 필수다. 이 현장에서는 기존 발파 공법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TBM(터널굴착기)과 로드헤더(기계식 터널 굴착 장비) 공법을 적용해 민원 가능성을 줄이고, 인접 운행선로 및 주변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계식 굴착 방식은 시공 정밀도와 예측 가능성에서도 강점이 있어, 도심지 철도 시공에서 점점 더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 현장에는 AI 기반의 스마트 통합 계측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지하에서도 실시간 위치 추적과 통신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생체인식 게이트, 지능형 화재 감지 카메라, 작업자 안전 추적 센서 등 다양한 스마트 장비가 안전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통제한다. 각종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중앙 관제 시스템으로 전송되어, 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GTX-B 사업을 총괄하는 박재현 단장은 “지하 34미터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위험을 인지하고, 바로 지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방음커튼, 방진포, 이동식 방음하우스까지 아우르는 6중 소음·진동 저감장치는 ‘도심지 맞춤형 철도 시공’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처럼 현장은 기술과 환경 대응 사이의 균형을 실제로 구현하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사람 중심의 철도, 안전과 협업의 현장

제4공구는 하루에도 수차례 소통이 오가는 현장이다. 공단, 감리단, 시공사가 각각의 역할을 나누되, 현장의 목표는 하나다.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고품질로 완성하자.” 이를 위해 매일 아침 안전 점검이 전 구간에서 이뤄지고, 주간 공정 회의에서는 공정과 품질, 민원 대응까지 모든 현안이 공유된다. 긴급한 이슈가 발생하면, 이해관계자 모두가 같은 테이블에서 실시간으로 해법을 도출한다.
민감한 도심지 시공 특성상 소음, 진동, 교통, 민원 모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실제로 수직구 굴착 당시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이 제기되었을 땐, 야간 버력(돌무더기) 처리를 제한하고, 작업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했으며, 주민 입회 하에 발파를 진행하는 등 투명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구간의 공사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공사 참여자들은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는 감리단이 BIM 4D 시뮬레이션으로 시공성과 안전을 사전에 점검하고, 시공사는 실시간 위험 감지를 위한 작업자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두고 있다. 공단은 각 주체가 제 역할을 하도록 조율하는 한편, 민원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뚫고 있는 건 터널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이 말을 실천처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제4공구현장의 분위기다.

Mini Interview

GTX-B사업단TF

박재현 단장

GTX-B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도심 한복판을 통과하는 4공구는 기술과 소통, 품질과 안전 모두에서 가장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구간이며, 공단은 끝까지 책임 있게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정지훈 차장

4공구는 도심 밀집지역을 통과하는 대심도 터널 구간으로, 정밀성과 안전이 모두 요구되는 고난도 현장입니다. 공단은 감리단, 시공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안전사고 예방과 공정 관리를 병행하고 있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치의 타협도 없이 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사원

4공구는 기술뿐만 아니라 소통과 환경 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현장입니다. 스마트 AI 기반 계측 시스템과 6중 소음·진동 저감 장치, 민원 전담 대응 체계를 운영하며, 안전과 품질을 지키면서도 주민의 일상과 공존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4공구

㈜수성엔지니어링
박오성 감리단장

4공구 현장에서는 BIM 4D 시뮬레이션과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활용해 사전 검토부터 시공성까지 전 과정의 품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고난도 지하 작업과 민원 대응이 반복되는 구간인 만큼, 현장의 신뢰를 만들기 위한 꼼꼼한 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CC건설
권오준 현장소장

GTX-B 4공구는 도심지 복잡한 지반 조건 속에서 기존 운행선과의 초근접 시공이 이뤄지는 구간입니다. 특히 단선터널에는 진동을 최소화한 로드헤더 굴착을 적용하고 있으며, 민원 해소와 품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현장 전 구성원이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