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에 흐르는 시간, 그리고 그 위를 스치는 사람의 온기. 국가철도공단의 예술달력프로젝트는 철도의 풍경 속에 예술의 숨결을 더한다. 기술이 만든 길 위에서, 예술은 사람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철도를 예술로, 시간을 기록하다
국가철도공단은 매년 제작해온 사내 달력을 단순한 홍보물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올해 ‘예술달력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후원한 ‘2025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로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철도 현장과 유휴 부지를 직접 탐방해 그 안의 풍경과 감정을 예술로 재해석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철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이야기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이었다. 국가철도공단은 그동안 수많은 철도 건설 현장을 기록하며 ‘기술의 시간’을 쌓아왔지만, 이번에는 그 시간 속에 담긴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를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12장의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철도가 만들어온 도시의 변화, 이동의 감동, 그리고 그 길 위의 삶이 예술적으로 담겨 있다.예술달력프로젝트를 담당한 김혜영 차장은 이번 협업을 “예술과 공공이 만난 새로운 시도”로 정의했다. “이 달력은 단순히 날짜를 기록하는 종이가 아니라, 철도가 품은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입니다. 예술을 통해 철도의 이미지를 따뜻하게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이종진 대리는 “예술가들의 감성이 공단의 기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과 협업해 철도를 문화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철도는 늘 ‘이동’을 상징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머묾’과 ‘기억’을 이야기한다. 선로 위를 달리는 시간, 그리고 멈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예술의 흔적. 그 속에서 공단은 기술로 지은 길에 예술의 온도를 더하며, 국민과 더 가까운 철도의 얼굴을 그려가고 있다.

예술가, 철도 위의 시간을 그리다
이번 예술달력프로젝트에는 리더예술인 안현준 작가를 비롯해 이윤희 작가(공예), 이정수 작가(문학), 정용민 작가(시각예술), 최정훈 작가(시각예술) 등 다섯 명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각자의 예술 언어로 철도를 해석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갔다.
예술인들은 전국의 철도 유휴부지를 직접 찾았다. 삼척의 해변, 전주의 한옥길, 치악산의 숲, 광양의 철교까지, 사람이 오가던 길 위에서 ‘시간이 남긴 감정’을 포착했다. 리더예술인 안현준 작가는 “철도는 단순한 이동의 선이 아니라, 기억을 이어주는 감정의 선(線)”이라며 “한 장면을 완성할 때마다 서로의 감정과 시선이 섞이면서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일 위의 바람과 소리, 시간의 흔적들이 결국 우리의 감정을 닮아 있다”며 “그 위에서 예술은 기술이 만든 공간을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되돌린다”고 덧붙였다.전주한옥레일바이크 현장을 찾은 정용민 작가는 지역 주민의 미소 속에서 ‘멈춰도 이어지는 관계’를 발견했다. “그곳의 철도는 멈췄지만, 여전히 사람을 이어주고 있었어요. 그 따뜻한 온기를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최정훈 작가는 해운대의 푸른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며, 철도가 전하는 낭만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서 철도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사람이 행복해지는 공간이란 걸 느꼈습니다.”

이윤희 작가는 도자를 ‘시간을 빚는 재료’로 바라본다. 흙이 불을 만나 단단해지는 과정이 철도와 닮았다고 했다. “압력과 열을 견디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국 사람의 삶과 닮아 있죠. 그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진 형태는 결국 감정의 흔적이에요.” 이정수 작가는 “철도는 매일 수많은 사람의 하루를 싣고 달리지만, 그 반복 속에서 사소한 감정이 새겨진다”며 “나는 그 ‘틈’을 쓰고 싶었다. 멈춘 선로의 침묵, 터널 끝의 빛 같은 순간들이 결국 우리 삶의 은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재료와 언어로 철도를 해석했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기술의 선’ 위에 ‘예술의 온기’를 더한 그들의 협업은, 철도를 다시 ‘사람의 길’로 되돌려놓는 과정이었다.

예술이 남긴 흔적, 철도가 이어준 마음
예술달력프로젝트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기록의 전환’ 이었다. 기술과 속도의 상징이던 철도는 이번 작업을 통해 ‘기억과 감정의 매개체’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가들이 남긴 한 장의 이미지에는 철도를 따라 흐르는 시간, 사람, 풍경이 함께 담겼다.
김혜영 차장은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달력 제작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철도의 얼굴을 새롭게 그려보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철도는 늘 기술의 언어로 이야기되어 왔지만, 이번엔 감정의 언어로 표현되길 바랐습니다. 예술이 가진 따뜻한 시선이 공단의 정체성과 만나는 지점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종진 대리 역시 “예술가들의 감성이 공단의 기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국민에게 더 가까운 철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예술달력은 그렇게 한 해의 날짜를 넘어, 철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예술의 기록’으로 완성됐다. 멈춘 선로 위로 자라난 풀잎, 레일 위를 스치는 바람, 그곳을 걷는 사람의 발자국까지, 모든 풍경은 하나의 시간과 감정으로 이어진다. 그 길 위에서 예술은 기술과 만나고, 사람은 다시 철도와 이어진다. 달력의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깨닫게 된다.
“예술은 멈춘 선로 위에서도 다시 달린다.”

Mini Interview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철도를 그리며 감정을 이어갔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바람과 빛, 소리를 작품에 담으며 ‘길 위의 시간’을 함께 그려나갔죠. 예술이 철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로 쌓인 공간에 감정을 입히는 일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해변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작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철도 위에서 이어지는 일상의 기쁨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지는 이미지’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예술이 일상 가까이에 놓일 때, 작은 휴식과 미소를 선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여유가 잠시라도 누군가의 하루에 머물면 좋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와 예술의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었습니다. 철도는 늘 기술의 언어로 이야기돼 왔지만, 이번에는 감정의 언어로 표현되길 바랐습니다. 그 결과, 철도라는 공간이 국민에게 훨씬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폐선로에서 나눈 짧은 대화들이 작업의 여백을 채웠습니다. 멈춘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는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연결의 감정을 글과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철도는 단절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의 감성이 철도의 기술과 만났을 때, 생각보다 더 풍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철도는 늘 움직이는 공간이지만, 예술은 그 움직임을 멈춰서 느끼게 했어요. 이번 협업을 통해 철도가 가진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