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Trip

동해선 따라 오른 하루,
묵호에 머물다

부산과 경남 사람들에게 바다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동해선을 타고 북쪽으로 오르는 바다는 조금 다르다. 울산의 산업도시를 지나고, 경주의 낮은 해안과 포항의 항구, 울진과 삼척의 푸른 절벽을 지나는 동안 창밖의 동해는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중 묵호는 그 길 위에서 잠시 내려 머물고 싶은 곳이다.

끊어진 동해안 철길이 하나로 이어지다

동해선은 이름 그대로 한반도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철도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길은 완성된 선이 아니었다. 부산 부전에서 포항까지, 강릉에서 동해·묵호까지는 철도가 닿아 있었지만 포항과 삼척 사이가 비어 있었다. 그 구간이 끊겨 있는 동안 부산에서 강원까지는 동해안을 따라 곧장 오갈 수 없었다.

그 빈칸이 채워진 것은 2025년 1월 1일이다. 포항~삼척 구간 166.3km가 개통되면서 부산 부전에서 강릉까지 동해안을 따라 오가는 철도길이 열렸다. 남쪽의 바다와 강원의 바다가 하나의 철길 위에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여행의 방향도 달라졌다. 강원 동해안은 더 이상 서울에서 내려가는 여행지만이 아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열차에 올라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묵호와 동해, 강릉에 닿는다. 항구와 어촌, 산과 바다가 창밖으로 번갈아 지나가는 이 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여행이다.

묵호, 오래된 항구가 새로운 여행지가 되다

동해선이 닿은 여러 도시 가운데 묵호는 조용하지만 인상이 오래 남는 곳이다. 본래 어항이었고, 한때는 태백과 삼척 일대의 석탄과 시멘트가 바다로 나가던 항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묵호의 바다는 지금까지 어선이 드나들던 시간, 산업을 실어 나르던 시간, 항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남아 있다.

묵호역에 내리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바다 쪽으로 향한다. 항구가 멀지 않고, 언덕 위로는 논골담길과 묵호등대가 이어진다. 논골담길은 벽화 골목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먼저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온 마을의 길이다. 가파른 골목을 따라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묵호항의 지붕과 방파제, 수평선이 조금씩 시야로 들어온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길. 논골담길을 따라 오르면 묵호등대가 기다린다. 등대는 항구의 방향을 알려주는 시설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묵호를 내려다보는 가장 좋은 자리이기도 하다. 아래로는 묵호항이 펼쳐지고, 멀리로는 동해의 푸른 선이 이어진다.

최근 묵호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래된 항구의 정취에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 같은 새로운 관광지가 더해지며, 묵호는 오래된 항구의 기억 위에 새로운 전망 명소가 되었다. 낡은 항구마을이 아니라 뚜벅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로 다가왔다. 하늘산책로와 해상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골목길과 등대를 따라 항구의 시간을 걷는 경험은 요즘 여행자들에게 묵호를 새롭게 보이게 한다.

묵호의 매력은 바다 너머로도 이어진다. 묵호항에서는 울릉도 여객선을 탈 수 있다. 동해선으로 묵호까지 온 뒤 배로 울릉도까지 가는 여정도 가능하다. 운항 일정은 계절과 기상에 따라 다르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지만, 묵호가 단순한 종착지가 아닌 또 다른 출발점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

동해선은 부산과 강릉을 잇는 교통수단이면서, 동해안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 묵호는 항구의 기억과 오늘의 여행, 그리고 울릉도로 향하는 바닷길까지 품은 도시로 다가온다.

INTERVIEW

김민재 수도권본부
인덕원동탄사업단TF 대리

어릴 적 부모님의 고향인 강원특별자치도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동해선을 따라 동해안을 둘러보며, 철도가 지역과 지역을 더욱 가깝게 이어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변 바로 옆을 달리는 열차를 보며 철도는 이동 수단을 넘어 여행의 설렘까지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김진중 철도안전합동혁신단
종합시운전부 대리

양양에서 강릉, 묵호로 이어지는 동해선 여정은 해안 경관과 철도가 어우러질 때 지역의 가치가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철도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수단을 넘어, 여행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휴식과 활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김수현 철도혁신연구원
신기술개발처 대리

최근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묵호의 감성 골목과 바다가 가까운 철길 풍경, 속초·양양·강릉으로 이어지는 해안 풍경까지 동해안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동 중 강릉~제진 공사 현장을 보며, 이 노선이 완공되고 춘천~속초선까지 더해지면 아름다운 동해안 여행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까워지겠다는 생각에 괜스레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동해선 타고 도착한 묵호 코스

묵호 당일 여행 추천 코스
  • #1

    연필뮤지엄

    국내 최초의 연필 테마 박물관이다. 연필의 역사와 제작 과정, 세계 여러 나라의 연필을 만날 수 있어 작지만 인상 깊은 실내 코스로 좋다. 뮤지엄 카페에서 바라보는 묵호의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 #2

    논골담길

    묵호항을 내려다보는 언덕 마을 골목길이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을 따라 오르면 묵호항과 동해가 조금씩 넓게 펼쳐진다. 잘 그려진 벽화와 작은 가게, 오래된 집들이 이어져 묵호의 생활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3

    묵호등대

    논골담길 위쪽에 자리한 묵호의 대표 전망 포인트다. 등대에 오르면 묵호항과 마을,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를 타고 올라온 여정이 바다의 풍경으로 완성되는 장소다.

  • #4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하늘산책로와 전망 시설을 통해 동해를 색다른 높이에서 만날 수 있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이다. 비 내리는 밤이면 이 일대에 푸른빛이 보여 도깨비불처럼 여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5

    해랑전망대

    바다 위로 뻗은 듯한 구조가 인상적인 해상 전망 공간이다. 발아래로 파도와 바다가 가까이 느껴져 묵호의 시원한 풍경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다.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고, 잠시 바닷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기에도 좋다.

  • #6

    어달해변

    묵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아담한 해변이다. 크고 화려한 해수욕장보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어, 바다를 가까이 두고 쉬어가기 좋다. 카페와 식당이 주변에 있어 여행의 마지막을 느긋하게 보내기에도 알맞다.

묵호행 열차의 맛있는 종착지
  • #7

    온다 동해묵호본점

    묵호의 바다를 눈앞에 두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창밖으로 푸른 동해가 펼쳐져 묵호 여행의 기분을 한껏 살려준다. 해산물 메뉴와 든든한 식사 메뉴가 있어 바닷바람을 맞은 뒤 한 끼 즐기기 좋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일출로 151
  • #8

    103LAB

    논골담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언덕 위에 자리해 묵호항과 동해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함께 운영되어 묵호의 하루를 천천히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잘 어울린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논골1길 19
  • #9

    동해조개빵

    묵호 여행의 가벼운 간식이자 선물로 좋은 디저트 매장이다. 조개 모양의 빵은 바닷가 여행지다운 귀여운 재미를 더해주고, 손에 들고 걷기에도 부담 없다. 묵호항과 가까워 여행 중간에 들러 달콤한 쉼표를 찍기 좋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일출로 83 103호
동해선 Information
  • 부산역이 아닌 부전역

    동해선을 이용하려면 부산역이 아니라 부전역으로 가야 한다. 부전역에서 KTX-이음을 타면 묵호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이 열차는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동해, 묵호, 정동진을 지나 강릉에 도착한다. 소요 시간은 강릉까지 약 3시간 50분, 묵호까지 약 3시간 15분 정도다.

  • 바다뷰가 보이는 좌석은

    부전역에서 출발해 묵호로 향하는 KTX-이음을 탄다면,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 창가 좌석인 C·D석을 추천한다. 특히 영덕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아름다운 동해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반대로 서울에서 동해 방향으로 이동한다면, 진행 방향 기준 A석 쪽이 바다를 보기 좋은 좌석이다.

  • 동해선에서 바다가 보이는 구간

    동해선이라고 해서 전 구간에서 바다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동해안 조망은 일부 구간에서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정동진, 추암, 삼척해변 인근을 비롯해 영덕, 울진, 월포, 고래불 일대에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 당일치기 묵호 여행도 가능

    부전역에서 오전 7시 50분 열차를 타고 묵호에 도착한 뒤, 저녁 7시 10분 열차로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경남에서도 당일치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만 부산 출발 열차가 하루 3편 정도라서 예매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