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록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탄생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처음 제안된 시기는 20여 년 전인 2007년 가을이었다. 2007년 6월 국토교통부가 제2기 신도시 중 하나인 화성 동탄 2지구(현재 동탄역 인근 동탄지구)를 확정 발표하였다. 이 지역은 교통 혼잡이 극심했던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었지만, 이를 보완할 만한 광역 교통시설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신도시 조성 이후 대규모 교통혼잡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2007년 7~8월 말 경기도청에서 ‘동탄신도시 광역교통대책 수립을 위한 교통전문가 회의’가 소집되었다.

수도권 준고속철도 제안

교통전문가 회의에서는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이층 버스 투입, 서울시계 환승센터 구축, 카풀 등의 대책이 언급되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철도전문가인 김시곤 교수가 동탄지구의 광역교통혼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서울~동탄 간 준고속철도 건설’을 제안하였다. 이때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라는 용어를 만들기 전이었다. 좀 더 현실감 있게 대화 형식을 빌려서 그때 제안 내용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김시곤

동탄신도시 광역교통 문제의 핵심은 승용차 수요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승용차는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문전 서비스(Door to Door Service)가 가능하고, 프라이버시도 보장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대중교통보다 빠르기 때문에 시민들이 승용차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도로를 넓히거나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광역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자

승용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시된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김시곤

승용차보다 빠르거나 적어도 승용차와 비슷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빠른 대중교통이 필요합니다. 동탄의 집에서 약 50km 떨어진 서울 도심의 회사로 출근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동탄에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서울 경계까지는 잘 진입할 수 있지만, 시내 구간에서 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최소 1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집에서 역이나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또 도착 후 역이나 정류장에서 회사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각각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즉, 연계·환승 시간만 30분가량 걸리는 셈입니다.

따라서 대중교통으로 전체 이동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맞추려면, 약 50km 구간을 30분 안에 이동해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 속도가 시속 100km는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평균 속도 시속 100km를 확보하려면 최고속도는 시속 150km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일반 지하철의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40km에 불과합니다. 동탄2신도시의 광역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속도 시속 150km로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철도 건설이 필요합니다. 버스로는 이 속도를 내기 어렵습니다.

사회자

그런데 그런 광역철도가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요? 어느 나라에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김시곤

2004년부터 우리나라에 KTX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최고속도가 시속 350km입니다. 최고속도 시속 150km 차량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 역 간 거리를 띄엄띄엄 설치하면 충분합니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처음 만들면 되는 겁니다.

수도권 신개념 광역 교통수단 도입방안 연구 실시

대한교통학회는 2008년 4월 ‘수도권 신개념 광역 교통수단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김시곤 교수가 제안한 ‘수도권 준고속철도 건설사업’이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이때 이름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라고 명명하였다. 2009년 4월 경기도는 GTX 노선을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09년 10월 16일 GTX 구상을 처음 발표하였다.

GTX의 적정 역 간 거리

GTX는 왜 역을 띄엄띄엄 설치할까? 평균 시속 100km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GTX 노선을 직선화하고 성능이 우수한 차량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 간 거리다. 역 간 거리가 짧으면 역마다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야 하므로, 최고 시속 150km의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균 시속 100km를 확보하려면 평균 역 간 거리를 10k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도심부에서는 평균 시속 80km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평균 역 간 거리는 6~7km이다. 이를 준수하기 위하여 도심구간 역 간 거리는 6~7km, 경기도 지역은 10km를 요구하고 있다.

GTX를 대심도로 건설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는 도로 지하에 건설된다. 왜냐하면 도로는 정부 소유지이기에 토지보상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GTX는 최고 시속 150km로 달려야 한다. 도심 한가운데 지하에는 이미 도로, 건물 기초, 지하철, 각종 기반시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GTX처럼 빠르게 달려야 하는 철도는 지하 40m 이하의 깊은 공간인 대심도로 들어간다. 이 깊이에서는 토지 보상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도심을 비교적 곧게 통과하는 데 유리하다.

GTX 명칭의 숨은 뜻

GTX는 무엇의 약어일까? 정확히 Gyeonggi-do Train eXpress이다. KTX가 한국 고속철도 (Korea Train eXpress)이듯 GTX는 경기도 고속철도로 출발하였다. G가 경기도를 뜻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빨간색 광역 버스를 ‘G 버스’라고 부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충청권 광역급행철도는 CTX, 부산권 광역급행철도는 BuTX라고 부른다. 그러나 경기도가 GTX 구축을 국가철도사업으로 국토교통부에 제안하면서 G는 ‘Great’로 달라졌다. ‘경기 급행철도’로 하자고 하면 정부가 받아들일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Great Train eXpress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