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근무 중입니다
한국의 방식과 유럽의 기준을 맞춘다는 것
폴란드 첫인상은 어땠나요?
폴란드는 제가 살던 부산보다 체감 기온이 훨씬 낮았고, 공기가 맑은 날에는 100km가 넘을 정도의 멀리까지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리고 오랫동안 쌓여 있어 사계절이 익숙한 한국과는 전혀 다른 겨울을 경험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익숙한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 환경 자체가 새로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체감하는 ‘K-철도’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인가요?
일반 국민에게 K-철도가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철도에 관심이 많은 현지 친구는 대한민국의 K-철도와 K-방산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감자 같은 농산물을 수출하는데, 한국은 우리에게 고속철도와 최신 무기를 수출한다”라며, 한국이 지난 약 50년 동안 이뤄낸 기술 발전과 성장 자체를 대단하다고 바라보더라고요. 또 체감상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 K-철도의 위상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파견 나오기 전 기대와 지금 현실,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파견 전에는 한국에서처럼 정해진 법령과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었습니다. 사소한 업무도 폴란드 자체 규정뿐 아니라 EU 기준, 국제법 등 수많은 기준과 법령을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의 진행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동시에 우리 공단의 업무 프로세스처럼 상세히 나와 있는 기준이 없기에 직접 부딪혀가면서 길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느리지만 그만큼 배우는 폭이 크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언어·시차·문화 차이로 생긴 어려움이 있다면요?
동양인 기준에서는 폴란드인은 대부분 백인이니 당연히 영어를 유창하게 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고령층은 물론이고 젊은층 중에도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폴란드어로 직접
소통해야 해서 저는 구글 번역기를 자주 사용합니다. 다만 구글 번역기는 영어 기반이라 한국어를 폴란드어로 바로 번역하면 정확도가 50~60%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한국어를 영어로 1차 번역한 뒤
영어를 폴란드어로 다시 번역하면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올라가는 편입니다.
시차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통 1주일 정도는 고생하게 됩니다.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인종에 따른 차별을 겪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언어를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가는 동양인도 종종 보이는데, 이럴 때 가만히 넘어가지 말고 한국어로라도 단호하게 항의 의사를 표현하면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인종차별을 뜻하는 단어 정도는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의외로 놀랐던 생활 문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근로자가 요청할 경우 일정 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정리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폴란드 지사 근무일지
카토비체~오스트라바 기본설계 진행기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폴란드 현지에서 근무 중인 공단 직원은 2명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하루를 촘촘히 채워가고 있는데요. 보통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 8시에 출근합니다. 오전에는 주로 발주처 미팅을 진행하며 일정과 이슈를 조율하고, 오후에는 사업관리, 기술문서 검토,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뒷받침합니다. 업무를 마친 뒤에는 운동으로 몸을 풀고, 가족과 함께 개인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현지에서 공단이 하는 일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재 공단이 수행 중인 핵심 업무는 카토비체~오스트라바 구간(96km) 고속철도 ‘설계용역’입니다. 쉽게 말해, 열차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노선과 시설, 시스템의 설계안을 만들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리는 설계가 마무리된 뒤 실제 시공 단계에서 발주처와 협의해 옵션 형태로 체결될 수 있는 업무이지만, 아직은 체결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업은 2023년 착수 이후 콘셉트 디자인과 단가 산출 등의 준비 단계를 거쳤고, 올해 3월부터 기본설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단은 특히 시스템 분야의 설계 사업관리와 기술지원을 맡아 설계가 기준과 요구사항에 맞게 완성되도록 조율·지원하고 있습니다.
카토비체에서 오스트라바까지 96km! 우리나라로 치면 어느 정도 거리인가요?
대략 부산에서 대구 정도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폴란드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노선이 완공되면 폴란드에서 체코로의 이동 시간이 단축되고, 체코 측 고속철도 사업과도 맞물려 폴란드~체코~독일, 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처럼 인접 국가로 이어지는 교통·물류 연결망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단순히 한 구간이 빨라지는 것을 넘어 유럽 내 이동과 물류 흐름이 더 촘촘해지는 기반이 되는 셈이죠. 또한 이 사업은 TEN-T(범유럽 교통망) 프로젝트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CEF(유럽연결기금) 지원을 받는 유럽 차원의 사업입니다. EU 우선투자 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되는 만큼 국제 노선 연결성과 네트워크 관점의 의미가 큰 프로젝트입니다.
폴란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느낀 현지의 일하는 분위기는 어떤가요?
폴란드는 오랜 기간 공산주의 체제를 겪었던 나라여서 현재 50대 이상의 일부 세대는 여전히 배급제 방식에 익숙한 정서가 남아 있는 편입니다. 젊은 세대 역시 아시아권처럼 ‘일단 더 오래 일해서 해결한다’라는 분위기와는 결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일이 많아지면 야근이나 특근으로 버티기보다 고용주에게 인력을 더 충원해 업무를 분담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폴란드 생활 꿀팁
폴란드는 말이야
폴란드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착각은 모든 폴란드인이 영어를 잘할 거라는 기대입니다. 실제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순간이 꽤 잦습니다. 여행이든 생활이든, 영어만 믿기보다 번역 앱과 바디랭귀지를 기본 장비처럼 준비해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현지인들과 가까워지는 대화 주제, 피하면 좋은 주제
친해지고 싶다면 축구가 가장 안전하고 빠릅니다. 특히 레반도프스키 이야기나 그의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반응이 좋습니다. 반대로 독일·러시아 침략 시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역사는 폴란드에서는 매우 무겁고 예민한 주제입니다.
선물로 반응 좋았던 폴란드 아이템
지인이나 가족에게 선물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은 지아자(Ziaja) 산양유 화장품입니다. 폴란드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현지 드럭스토어(로스만·슈퍼팜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부담 없는 편입니다.
계절별 준비물과 날씨 특징
폴란드는 기본적으로 4계절이 있고 한국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날이 많아 ‘특별한 준비물’이 꼭 필요한 편은 아닙니다. 다만 지역과 계절에 따라 체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 여행 전엔 일기예보만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폴란드의 맛
폴란드 만두 피에로기는 밀가루 반죽이 한국 만두보다 더 두꺼운 편이라 식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만 전 폴란드 음식이 전반적으로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생활하면서는 집에서 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르샤바에서 한식이 생각날 때는 소라식당을 자주 찾습니다.
업무 끝나고 한잔할 때 현지 꿀조합
현지에서 자주 마시는 조합으로는 보맥(보드카+맥주)입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빨리 취해(?)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간단한 안주로는 감자칩+맥주 조합이 무난합니다.
처음 온 사람에게 ‘이것만은 하지 마’
대중교통에서 무임승차를 유혹(?)하는 분위기가 보이더라도 트램이나 버스는 반드시 표를 끊고 타는 게 안전합니다. 걸리면 처리 과정이 번거롭고 골치 아픕니다.
영어가 안 통할 때 돌파법
영어가 안 통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바디랭귀지 + 구글 번역기만으로도 대부분 소통이 됩니다. 먼저 “Nie mówię po polsku(니에 무비엥 포 폴스쿠, ‘저 폴란드어 못해요’)”라고 말하면 상대가 상황을 이해하고 더 천천히, 다른 방식으로 맞춰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라쿠프 추천 여행지
① 아우슈비츠 수용소
침략의 역사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장소라 의미가 큽니다. 다만 관람 내용이 무겁고, 관람객 나이 제한이 공식적으로 없으나 수용소 웹사이트에서는 14세 이하는 방문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아이들이 어려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사전예약제(https://visit.auschwitz.org)로, 3개월 전부터 예약할 수 있습니다.
② 소금광산(비엘리치카 등)
한국은 바다에서 소금을 얻는 느낌이 강하지만, 유럽은 소금을 광산에서 캐는 나라가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크라쿠프 인근 소금광산은 규모가 커서 ‘유럽의 소금 문화’를 체감하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