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기록
국가철도정책의 핵심 3요소
철도의 태동과 성장을 짚어온 이번 여정의 종착역에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철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번 코너에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시곤 교수의 시선을 통해 철도가 다시 우리 삶의 가장 중심적인 ‘발’이 되어 도로 혼잡을 해소하고, 국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세계가 주목하는 K-철도의 다음 행보, 그 설레는 밑그림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만나보자.
빠른 속도 때문에 철도를 탈까?
승용차, 버스, 철도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교통수단은 상호 경쟁을 통하여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받는다. 1980년대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철도가 국민의 발이 되었다. 철도와 경쟁할 승용차나 마땅한
대중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 철도건설과 운영을 담당한 철도청(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의 전신)은 선망의 직장이기도 하였다. 그 후, 자동차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철도는 철저히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승용차의 빠름과 편리함을 경쟁하여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20여 년 지속되다가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후 철도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였다. 속도 경쟁에서 승용차를 극복한 결과였다.
고속철도가 개통한 지 1년 남짓하여 서울~대구 항공편이 없어졌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서울 집에서 대구 목적지까지 총 2시간 50분(역까지 30분, 고속철도 이동시간 1시간 50분, 목적지까지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반면, 비행기를 타면 3시간(공항까지 1시간, 비행기 이동시간 1시간, 목적지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된다. 고속철도와 비행기 간 경쟁에서 철도가 우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대구 고속버스는 그대로
존재한다. 왜 그럴까? 소비자는 교통수단 간 경쟁에서 이동시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통수단 선정 기준은?
소비자는 무슨 기준으로 각자 교통수단을 선택할까? 3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시간, 비용, 편리성이다. 시간이 적게 들고(빠르고), 비용이 적고(저렴하고), 이용하는데 편리할수록 그 교통수단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서울~대구 이동 시 고속철도와 비행기 2가지 수단만 상호 비교해 보자. 고속철도가 비행기보다 빠르고 저렴하기에 철도만 살아남았다. 고속철도와 고속버스를 비교해 보면 철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비용은 아주 비싼 편이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고속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장래 철도를 어떻게 건설, 운영하여야만 하는지 답이 나왔다. 빠르게, 저렴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철도는 경쟁 수단보다 빨라야···
인구밀도가 높은 편인 우리나라의 핵심 교통정책은 ‘대중교통 활성화’이다. 제일 좋은 것은 문전 서비스(Door to door service)가 가능한 승용차를 수용할 수 있는 도로를 건설하면 되지만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도로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이다.
철도정책은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철도를 건설하여 도로상의 승용차 이용자를 철도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즉, 도로교통 혼잡을 줄이는 것이 철도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면 철도가 승용차보다 얼마나 빨라야 하는가? 장거리 지역 간 통행은 1시간, 광역권 내 통행은 30분, 도시 내 통행은 20분 이상 빨라야 한다. 왜냐하면 철도를 위시한 대중교통은 출발 시 역 접근에 필요한
연계 교통 시간, 도착 후 목적지까지 연계 교통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도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이렇게 한 통행을 위하여 2번의 갈아타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게 그 유명한 대중교통의 굴레이다. 마지막
1마일이 힘들다. 소위 “The last one mile problem”이다.
지역 간, 광역권 내, 도시 내 철도의 연계 시간이 차례대로 긴 이유는 이 순서대로 역 간 거리가 멀어, 역 접근 시간이 평균 30분, 15분, 10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철도를
건설하여도 승용차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버스 수요만 흡수하여 도로 교통혼잡을 완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철도와 버스 모두 수요 확보가 어려워 적자운영으로 귀결되어 정부 재정이 더 열악해지는
것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평균운행속도를 시속 100km로 잡은 이유는 위 법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 사유는 간단하다. GTX는 동탄신도시 광역교통 대책의 하나로 필자가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제안한
사업이다. 동탄에서 서울 도심까지 약 50km인데 승용차로 1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면 철도는 연계 시간이 30분(15분+15분) 소요되니 50km를 30분 이내로 달려야 한다. 이게 평균속도 시속 100km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은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향후 많은 선진국에서 우리의 GTX 사례를 보고 배워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철도의 막대한 투자비를 고려하여 완행, 급행 철도를 따로 건설하기 부담스러우면 최소한 한 노선에 완·급행 철도를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서울시 도시철도 9호선이 완·급행 운행을 하는데 시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대중교통 요금 환급제도 절실
철도를 위시한 대중교통 요금은 저렴하면 할수록 승용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할수록 운영적자가 많이 발생한다. 운영적자를 채워 줘야 하는 준공영제 체제하에서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여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대중교통 운영자에게는 안전까지 고려한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는 요금을 인정해 주는 것이 맞다. 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 기본요금이 현재 1,550원인데 2,000원이면 운영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65세 이상 무료 승차제도도 일부 보완하면 더 줄일 수도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이 건은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
대신, 근로자 대중교통 요금은 근로주가 부담하고, 나머지 자영업자 또는 비근로자는 정부가 반 정도 부담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의 대중교통 요금은 매우 저렴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택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모든 근로자가 대중교통 요금을 근로주로부터 환급받는다고 보면 된다.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던 제도라서 마치 관습법 같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50% 정도는 지원하고
있다.
근로주로서도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예컨대 1인당 한 달에 약 8만 원 정도의 대중교통비 지원은 20명 직원의 근로주에게는 월 150만 원 정도 복지비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 회사의 경비 처리와 법인세
일부 감면 등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 제도가 좋은 이유는 일단 철도를 건설하면 운영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철도를 서로 건설하겠다는 사업자가 많이 생겨 선순환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일본 동경권의 철도연장이 수도권 연장의 3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철도역마다 편리한 연계·환승시설 설치 의무화
철도 교통수단을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연계와 환승이 원활해야 한다. 연계란 철도역까지 오가는 행위로 주체가 접근 교통수단이다. 버스, 철도, 승용차, 택시, 자전거 등으로 역까지 접근이 쉽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연계 시설에 대한 주체가 해당 역 관할 지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하여 연계 시설 제공이 원활하지 않다. 이게 큰 문제이다.
미래에는 철도 연계 시설을 철도건설 본 사업비에 포함하여 일괄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니면 연계 시설이 충분한 지점에 역을 건설해야 한다.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철도 연계 서비스 수준을 제도화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환승은 철도역에 도착해서 플랫폼까지 오는 행위로 주체가 승객이다. 보행 이동시설을 잘 설치하여 쉽게 갈아타게 하자는 이야기이다. 필자가 3년간 연구를 통하여 법제화시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설계·기준’에 맞게
3분 내 갈아타기가 가능하게 보행 시설의 설치·배치를 의무화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