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업무로그
시설물검증시험 여객안전설비
북삼역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2026년 2월, 대구권 광역철도 북삼역의 개통을 앞두고 시설물검증시험이 한창이다. 2024년 12월 대경선(구미~경산) 구간이 개통한 이후 북삼역이 개통됨에 따라 시설물검증시험은 열차가 운행하는 낮 시간은 피하고, 모두가 잠든 밤에 치러야 한다. 그 치열했던 밤의 시간을 따라가 본다.
깊은 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질 때 비로소 깨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권 광역철도의 새로운 거점인 북삼역 신설 현장이다. 사곡역과 왜관역 사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담아 건설 중인
북삼역은 2024년
12월 노선 개통에 이어, 오는 2026년 2월 정차역 개통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현재 이곳은 영남본부의 세심한 공정을 거쳐 역사의 외형을 갖춘 뒤, 철도안전합동혁신단
종합시운전부 주관하에 개통 전
필수 관문인 ‘시설물검증시험’이 한창이다.
역사 신설은 단순히 건축물을 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공이 완료되면 실제 열차를 투입해 모든 시설물이 승객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는지 확인하는 ‘종합시험운행’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날 현장은
그 첫 번째 단추인 시설물검증시험 중에서도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여객안전설비’ 점검이 핵심이었다.
현재 북삼역에서는 PSD(승강장 안전문, Platform Screen Door) 기능시험을 비롯해 궤도선형검측, 연동장치 고조파 측정시험 등 정밀한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 신호, 전력, 통신,
그리고 역사 설비 등
총 6개 분야의 안전성을 빈틈없이 확인하기 위해 열차가 멈춘 자정부터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전까지 북삼역의 밤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전 교육
오후 11시 40분. 공단 사람들이 하나둘 왜관역에 도착했다. 시설물검증시험 시작을 알리는 자정, 영남본부 안전품질부 김훈재 차장이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휴식 안내부터 ‘2인 1조 이동 준수’라는 철저한 원칙까지 안내했다. 시설물검증시험은 국가철도공단이 지은 시설을 운영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에 완벽하게 인수인계하기 위한 작업이다. 안전 교육을 끝마친 후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열차를 타고 북삼역으로 가기 위해 역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합동점검반 투입
“오늘은 PSD(승강장 안전문) 기능 시험과 연단 거리 측정이 핵심입니다.” 현장을 지휘하는 영남본부 문영기 차장이 강조했다. 이번 시험은 특히 구미와 동대구 사이에 위치한 북삼역의 지형적 특성과 운영 패턴을 고려해 구미~왜관 구간을 2회 왕복하며 진행된다. 본격적인 시험을 위해 공단의 건축, 궤도, PSD 담당자와 철도공사의 합동점검반이 열차에 오른다. 이들은 단순히 시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편람에 명시된 법적 기준치가 현장에서 오차 없이 구현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준비를 마쳤다.
HMI 장치 체크
어둠을 뚫고 열차가 북삼역 승강장에 서서히 진입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기관사실로 뛰어가는 사람들. 하나둘 휴대폰을 꺼내 들고 창밖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촬영하기 바빴다. 승강장의 HMI(제어 화면) 장치이다. HMI 화면은 PSD 상태, 출입문 동작, 장애 알림이 표시되는 알림판으로, RF 무선 통신으로 전동차와 연동된다. 열차가 승강장의 완벽한 위치에 멈췄다면 ‘000’으로 표기된다. HMI 장치에는 열차가 정지 위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밀리미터 단위의 숫자가 쉼 없이 흐른다. HMI 화면에서 정차 편차와 문 열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몇 센터에서 벗어나도 문이 열리는가’ 같은 조건을 통해 시스템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했다.
상부본선 PSD
어둠을 뚫고 열차가 북삼역 승강장에 서서히 진입했다. 열차가 멈춰 서자마자 북삼역에서 기다리는 영남본부 직원들과 협력사들이 자와 측정 장비를 들고 첫 번째 스크린도어부터 측정하기 시작했다. 오늘 시험의 핵심은 ‘승강장 연단과 차량과의 거리 및 높이차 점검’이다. 승강장 끝단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으면 승객의 발이 빠질 위험이 있고, 너무 가까우면 열차 진입 시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 규정은 100mm.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나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특정 구역은 50mm라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하부본선 PSD
상부의 체크를 끝내고 열차는 구미역을 향했다. 하부 체크를 위해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서다. 또다시 동일한 과정이 시작됐다. 상하부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두 곳을 모두 체크해야 한다. 승강장 연단과 차량의 높이는 현장에 따라 구분된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흐름이 다른 곳, 특히 교통약자 동선이 놓인 곳 등으로 촘촘한 기준이 더 촘촘해진다. 역이 ‘모두의 공간’이 되려면, 이런 점검이 필요하다. 동시에 PSD와 열차 문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시에 열리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이어졌다. 기준값에 단 1mm라도 부합하지 않으면 ‘재시험’이다. “맞을 때까지 합니다. 그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단의 방식이니까요.”
반복되는 테스트
같은 지점에서 다시 측정. 한 번의 좋은 수치가 아니라 여러 번의 같은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험은 재현성 싸움이다. 결과는 분명하다. 기준값을 만족하면 다음 단계로, 아니면 조정 후
재시험으로. 개통의 일정표가 현장의 숫자에 연결되는 순간이다.
2회 왕복 주행이 끝나고 어느덧 새벽 3시 30분. 수집된 데이터들이 정리되고 더 이상의 시험이 필요 없다는 공단과 공사 측의 이야기에 오늘의 일과가 끝났다. “오늘 데이터는 아주 좋습니다.”
밤샘 작업으로 충혈된 눈이지만, 결괏값을 확인하는 공단 직원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스쳤다.
측정된 결괏값은 전문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 제출되어 국토교통부의 최종 적합성 검증을 거치게 된다. 이 검증을 통과해야만 실제 영업 환경과 똑같은 조건에서 운행하는 ‘영업시운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해가 뜨기 전
동이 트기 전의 북삼역을 뒤로하며 점검반은 철수 준비를 서두른다. 모두가 잠든 밤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를 대고 수평을 맞추는 이들이 있기에 2026년 2월, 북삼역을 이용할 수천 명의 시민은 안심하고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안전이라는 이름의 철길은 그렇게 한 땀 한 땀 완성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