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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중소기업 기술마켓 신기술

밀폐형 전장품 외함

국가철도공단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철도 분야의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공공 판로와 실제 현장에 적용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장으로 ‘중소기업 기술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 중 케이씨파워의 ‘밀폐형 전장품 외함’을 소개한다.

밀폐형 전장품 외함

케이씨파워(대표 이영수) 인천시 남동구 능허대로 633 특허 10-2483452

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은 방’

비 내리는 아침, 기차역사 내에 “안전점검으로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승객들은 초조하게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하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곤 한다. 장거리 철도는 한 번 어긋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수많은 열차가 선로를 공유하고 있어 한 곳의 문제가 도미노처럼 여러 구간의 지연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승객은 지연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 멈춤은 의외로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터널이나 교량 등 선로변 어딘가에 있는 전기 설비의 아주 작은 틈, 그곳으로 스며든 빗물 한 방울이나 먼지, 습기가 원인이 되는 경우이다.

철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인 전기는 사실 매우 예민하다. 물기와 먼지를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전기장비는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견고한 금속 상자에 넣어 보호하는데, 이 상자가 바로 ‘전장품 외함’이다.

외함이 놓인 환경은 쾌적하지 않다. 먼지가 가득한 터널 속, 비바람과 염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 전장품 외함들이 놓여 있다. 만약 외함 안으로 수분이나 분진이 침투하면 전기가 흐르지 않아야 할 곳으로 흐르는 절연 저하나 누전, 장비가 타버리는 소손 사고가 발생한다. 바닥 틈새로 올라오는 습기는 결로를 만들어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일상의 정시성을 지켜주는 것은 어쩌면 이 전장품 외함이 얼마나 튼튼하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원인을 원천 차단한다

전장품 외함의 핵심은 ‘외부 위험을 얼마나 잘 막으면서 내부 상태를 유지하느냐’다. 기존의 ‘폐쇄형’ 외함은 내부 열을 식히기 위해 환기팬과 환기구를 설치했다.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 공기를 들여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다. 공기가 드나드는 길은 곧 수분과 먼지가 들어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필터를 막아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틈새로 들어온 오염물질은 정전과 같은 안전사고의 불씨가 된다. 또한 환기구 사이로 새어 나가는 장비 작동 소음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되기도 하며, 여름철 직사광선은 금속 외함을 달궈 내부 장비를 쉽게 지치게 만든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밀폐형 전장품 외함’이다. 밀폐형 외함은 환기팬과 환기구를 과감히 없애고 틈새를 특수 씰링(Sealing)으로 처리했다. 먼지와 습기가 들어오는 길을 아예 봉쇄해 IP65 수준으로 완전히 밀폐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공기 구멍을 다 막아버리면 내부 열은 어떻게 식힐까?” 이를 위해 적용된 것이 바로 히트싱크(Heat Sink) 열교환 기술이다. 공기가 섞이지 않으면서도 내부의 열만 뽑아내 밖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소음이 밖으로 새 나가지 않아 민원을 예방할 수 있다. 옥외에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차광장치(선셰이드, Sunshade)’를 씌워 내부 온도 상승을 한 번 더 억제한다.

참고

IP65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정한 표준으로, 전자기기 외함이 외부 물질(손가락, 먼지, 물 등)로부터 내부를 얼마나 잘 보호하는지 나타낸다. IP 뒤의 두 자리 숫자는 각각 먼지(고체)와 물(액체)에 대한 보호 수준을 말해준다. 첫 번째 자리 숫자 6은 먼지가 내부로 전혀 들어올 수 없는 최고 등급을, 뒷자리 5는 모든 방향에서 쏟아지는 낮은 수압의 물줄기(노즐 분사)에도 안전하다는 의미를 지녔다.

어떻게 작동할까?

신기술의 핵심은 ‘외부 공기 유입 없이 어떻게 열을 식히느냐’에 있다. 공기가 드나들지 않는데 열을 내보내는 비결은 바로 금속을 타고 이동하는 ‘열전도’ 원리다. 열 전도성이 뛰어난 알루미늄 소재로 ‘양면형 압출 히트싱크’를 제작해 외함 벽면에 설치한다. 단순히 금속이 열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와 외부에서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대류’ 현상을 결합했다. 외함 내부의 뜨거운 열기를 히트싱크의 촘촘한 핀(Fin)으로 전달하면, 이 열이 금속을 타고 밖으로 넘어가 외부 공기와 만나 식는 원리다.

구조는 이렇다. 변압기나 분로리액터에서 발생한 열은 내부 팬이 밀어주며 히트싱크 안쪽 핀으로 전달된다. 히트싱크 바깥쪽으로 이동한 열은 다시 외부 팬이 만드는 차가운 공기 흐름과 만나 밖으로 빠져나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안팎의 공기가 절대 섞이지 않는다는 것. 공기는 오직 각자의 영역(안쪽은 안쪽끼리, 바깥쪽은 바깥쪽끼리)에서만 움직이고, ‘열’만 히트싱크라는 다리를 건너 이동한다. 이때 외부 팬은 IP67 등급의 강력한 방진·방수 성능을 갖춰 거친 야외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작동한다.

  • <터널용 변압기반>

  • <옥외용 분로리액터반>

  • <열교환장치 구성>

  • <열교환장치 분해(구성)>

어떻게 교체할까?

이 기술은 고장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의 통로를 설계 단계부터 차단한다. 밀폐형 전장품 외함은 기존 외함의 환기구와 팬을 없애고, 문과 패널의 이음새, 케이블이 들어오는 입구(인입부) 등을 특수 씰링 처리한다. 이는 외함 전체를 IP65 수준의 거대한 ‘진공 밀폐 용기’처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후 숨구멍이 막혀 뜨거워진 내부를 식히기 위해 앞서 설명한 열교환장치(Heat Sink Assembly)를 결합한다. 특히 현장 점검의 편의성을 위해 열교환장치를 외함 문(Door)에 모듈 형태로 단다. 마치 가전제품의 부품을 갈아 끼우듯, 문제가 생기면 장치 전체를 간편하게 점검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옥외 설치 시에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차광장치(선셰이드)를 지붕과 측면에 덧대어 열 차단 효과를 극대화한다.

어떻게 활용될까?

이 기술은 환경이 척박할수록 빛을 발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터널, 소음 민원이 잦은 주택가, 염분이 많은 해안가, 습기로 결로가 예상되는 수변 지역 등 외함의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는 곳에 우선 도입된다. 단순히 제품을 설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외함에 일련번호(ID)를 부여하고 표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국 어느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떤 제품인지 즉시 추적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확장성이 뛰어나다. 변압기뿐 아니라 소음과 결로 방지가 필요한 모든 전기 설비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열교환장치가 착탈식이기 때문에 기존 사용하던 구형 외함도 문만 교체하면 최신 밀폐형 설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