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Trip
오늘은 레일바이크 콜?
바라보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철로 같은 것. 한때 수많은 이들의 발이 되어주었지만 새 길이 생기고 발길이 뜸해지며 사라져간 작은 간이역들의 잔상이 길 끝에 맺혀있기 때문일까? 잊힌 것들에 대한 못다 한 애정은 그 흔적 위에 ‘새것’이 더해질 때 반가운 재회로 다가온다. 옛것 속에 한 끗 새로움이 더해져 가장 한국적이고 ‘핫한’ 도시로 떠오른 전주의 부상이 반가운 이유다.
“포기하지 말아요”
누구나 한 번쯤, 오르막길을 열심히 달리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이제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봤을 터다. 그때 옆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내가 발 구르지 않으면 내 무게까지 오롯이 짊어져야
할 동료의 옆모습은 ‘그래, 힘을 내보자’ 다시 한번 발을 구르게 하는 동력이 되곤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힘차게 발을 구를 때 느껴지는 속도감과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맞으면 나도 모르게 사심 없는
무해한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뭐, 대단히 거창하게 말했지만, 이런 인생길의 축소판을 만난 건 전주의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위. 인생 여정에 비하면 짧디짧은 길이지만 3.4km의 철로 위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에 동료애까지 온전히 맛볼 수 있었다.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희’와 ‘락’에 방점이 찍힌다.
혹시 아직도 ‘전주’하면 비빔밥과 한옥마을만 생각나는 건 아니신지. 물론 여행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빠질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21세기 여행의 필수 요소인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전주의
레일바이크다. 전주 KTX역에서 차로 10분, 한옥마을에서 차로 5분만 가면 꽤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주한옥레일바이크의 시작점은 ‘아중역’이다. 아중역은 1981년 5월 전라선 전주 도심 철도 이설 구간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다. 본래 전라선 기찻길은 전주 시내 중심부를 관통했지만, 도시가 확장되면서 선로를
외곽으로 옮기면서 신설됐다. 당시 전주역과 관촌역 사이에서 지역 주민들의 나들잇길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용객이 줄며 2008년 12월 열차 운영이 중단됐고, 2011년 폐역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다 2016년 새로운 생명을 얻었으니, 아중역과 왜망실 구간 왕복 3.4km를 기차 대신 사람이 직접 페달을 밟아 나가는 레일바이크로 재탄생한 것. 다른 지역의 레일바이크와 차별점이라면 전국 최초로 KTX와
함께 전 구간을 달린다는 점이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달리다 보면 옆 철로로 전주를 오가는 KTX를 만날 수 있는데, 꽤 장관이다. 빠르게 달리는 KTX 열차를 보면 ‘네가 빠르나 내가 빠르나 달려보자’ 싶은,
근거 없는 경쟁심에 페달을 구르면 절로 깔깔거리는 웃음이 나온다.
곳곳에 마련된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들도 즐길 거리다. 자갈 위 쭉 뻗은 철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향수가 몽글몽글 올라오는데,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면 화려한 LED 조명에 신나는 레트로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꼭 시리즈물 <기묘한 이야기> 속 1970년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페달을 밟다 ‘아, 이거 조금 힘든데’ 싶은 순간이면 철로 위로 “오빠 뭐 해? 밟아”, “엄마, 아빠 힘내세요”, “커플이
바뀌어도 모른 척해줄게요” 같은 재치 넘치는 문구들이 팝업처럼 튀어나온다. 관리자들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요소다. 덕분에 다시 한번 기운이 솟아나 다리에 힘이 실린달까.
오르막길을 올라 반환점을 돌고 나면 내리막길이다. 힘차게 발을 굴리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 나아가며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바탕 달리고 나면 비로소 전주의 진짜 얼굴을 만날 준비가
끝났다.
즐거웠던 순간
여행을 왜 가냐고 물어보면, 저는 늘 반쯤은 농담처럼 말합니다. “먹으러 간다”라고요. 맛있는 게 있는 곳이라면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고, 기차 타고 훌쩍 다녀오면 딱 좋더라고요! 이번에는 입사 동기랑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출발 전부터 여행의 방향은 바로 정해졌습니다. “먹자!” 밥 먹고 나와서는 다음 카페를 고민하고,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곳 있으면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그런 여행이 너무 좋지 않나요? 자주 왔던 전주지만 동기들과 함께라서 더 좋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제 여행은 아마 비슷할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찾아서,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 어딘가로. 그게 제가 추구하는 여행의 방향이니까요!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전통미를 담아낸 전주역과 같은 공간에도 눈길이 가게 됐죠. 이번 전주 여행에서는 전주역에서부터 시작해 전주 레일바이크까지 직접 체험하며, 철도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여행의 과정이 되는 순간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목적이었던 맛집 탐방까지 놓치지 않은 알찬 식도락 여행이기도 했고요. 동기들과 함께 한 이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힐링의 시간이 됐습니다. 저희의 전주 여행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기차 여행을 떠나고 전주를 여행하고 싶은 계기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뚜벅이를 위한 전주 추천 코스
뚜벅이라서 더 좋은 곳이 전주다. 명소뿐 아니라 골목길 사이사이마저 보석처럼 숨겨진 매력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 차를 타고 순식간에 휘리릭 돌아본다면 느끼지 못할 감동을 뚜벅이라서 배로 느낄 수 있다. 전주 여행의 중심이 되는 곳은 역시나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의 시작점으로 삼기 좋은 곳은 경기전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전동성당, 오목대, 전주향교 등 하루 종일 여행하기에도 충분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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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아중역에서 시작하는 3.4km 코스의 철길 달리기. 주변 산세와 시골 풍경이 어우러진 신나는 액티비티. 철로 옆으로 KTX가 지나갈 때 인생 샷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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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전주한옥마을의 상징. 특히 대나무 숲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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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동성당
호남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 한국의 3대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곳. 외부뿐 아니라 실내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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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목대
전주한옥마을의 기와지붕 물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낮에도 좋지만 해 질 녘 기와 사이로 불빛이 하나둘 켜질 때가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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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주향교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지. 수백 년 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면 마당 전체가 황금빛 카펫을 깐듯하니 꼭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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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벽터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촬영지. 초록빛 덩굴과 어우러진 몽환적인 분위기 즐기며 터널 끝에서 실루엣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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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울밥상
저마다의 취향을 한 번에 사로잡는 메뉴라면 단연 한정식이다. 상다리 휘어질 만큼 다양한 밑반찬에 고등어구이, 더덕제육볶음, 떡갈비까지 편식 심한 사람이 가더라도 좋아하는 메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나오면 슬며시 주머니 걱정될 법한데 합리적인 가격에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 지갑이 가벼운 뚜벅이 여행자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으니 기쁨이 두 배!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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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페 전망
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간절히 바란다. 잠시 멈춰 피곤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나오길.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쉬어갈 순 없는 법. 이왕이면 전망 좋고 커피 맛도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곳이 한옥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루프탑 카페 전망이다. 실내뿐 아니라 야외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지길 89 전주한옥마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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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거리
먹거리의 천국 전주답게 한옥마을 곳곳에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길거리음식이 가득해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전주 로컬 빵집의 수제 초코파이뿐 아니라 바게트 버거, 문어꼬치, 육전, 오짱(통오징어 튀김)까지 무엇 하나 놓치면 아쉬우니, 간식 하나도 계획적으로 나눠 먹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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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보관함 100% 활용하기
무거운 캐리어는 전주종합관광안내소(한옥마을 입구) 지하 1층 보관함을 이용하자. 한결 가볍게 한옥마을을 즐길 수 있다. 이곳뿐 아니라 경기전여행라운지, 전주부채문화관, 한옥마을관광안내소, 전주역 내 관광안내소,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도 물품 보관이 가능하니 체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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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정기권 앱 다운로드
하루에 버스를 3번 이상 탈 계획이라면 ‘전주시 정기권’ 앱을 살펴보자. 1일권 한 장으로 전주 시내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작게나마 소득공제까지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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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 첫마중길 즐기기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먼저 잡으러 간다면 잠시 멈춤! 전주시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해 전주역 앞에 보행자 중심의 생태문화거리인 ‘첫마중길’을 조성했다. 카페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여유롭게 사진 한 장 찍으며 여행을 시작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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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길
전주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나고 싶다면 999번 여행자 전용 순환버스를 이용해 보자. 999번 버스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붉은색 외관을 유지하고 있어 처음 전주를 방문하는 분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주역 광장 앞 정류장에서 이 붉은색 버스에 탑승하면, 첫마중길과 기린대로를 거쳐 약 25~30분 만에 한옥마을의 관문인 ‘전동성당·남부시장’ 정류장에 도착하게 된다. 물론 79번, 119번, 535번, 543번 노선도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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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여길 집중!
조금 특별한 여행을 생각한다면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주는 자체적으로 도서관 투어를 운영할 정도로 도서관에 진심이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아중호수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물멍 명소 아중호수도서관이 있다. LP를 직접 골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 한옥마을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덕진공원 연못 한가운데 위치한 연화정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창밖으로 연꽃이 가득한 풍경이 펼쳐지고, 겨울이면 설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책을 읽을 수 있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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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어때?
먹거리에 진심인 여행자라면 전주의 명물 ‘모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모주는 막걸리에 계피, 대추, 생강 등 여러 한약재를 넣고 끓여 만든 전주의 전통 음료다. 도수가 낮아 술이 약한 이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이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내려온다. 아들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막걸리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 달여주었다는 설과 아침 묘시(오전 5~7시)에 속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해장술이라는 설까지. 뭐가 됐든 가볍게, 호불호 없이 즐기기 좋다.
